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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은행의 작은 컨설팅 이야기] 10회 - 은행은 환위험을 진료하는 ‘종합병원’

트라우마, 그리고 불안한 평화(平和)

중소기업 CEO들을 만나 지난 시절 그들이 겪었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몇가지 공통된 주제가 있다. 역대 정부가 펼쳤던 기업관련 정책들, 중국이 가져온 기회와 경쟁, 전문인력에서 외국인 노동자에 이르기까지의 인력확보 문제, 그리고 빠지지 않는 또 하나가 있다면 바로 환율(換率)이다.

1990년대 후반의 대환란(大換亂)과 10년후 다시 찾아온 글로벌 신용위기에서의 환율재급등, 그리고 그 와중에 있었던 연쇄도산 사태와 일부 금융상품들의 어이없는 손실의 기억들은 그 시대를 겪었던 기업인이라면 누구에게나 가히 트라우마라 할 만한 암울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2010년대에 들어서 달러/원 환율은 비교적 긴 시간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기도 했지만, 기업인들에게 환율문제는 여전히 언제 다시 타오를지 모르는 휴화산처럼 그저 불안한 평화일 뿐이다. 

 


 

다시 돌아오는 “환(換) 위험 시대”

실제로 올해 들어 국내외 금융시장은 심상찮은 변화의 기운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오랜시간 지속되어 온 제로금리시대를 청산하고 어느새 10년 전 리만브라더스社 파산이전의 2%선을 회복하였고, 한동안 신흥시장 사이를 돌아다니던 국제자금의 흐름이 선진국 시장으로 회귀하는 현상이 뚜렷해지며 연초부터 주요통화대비 신흥국 통화의 약세 현상이 가중되어왔다. 급기야 10월 들어서는 달러, 금리, 유가, 미·중 무역분쟁 등 동시다발적 악재에 견디다 못한 일부 국가들이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하기에 이르자, 국내 외환시장 또한 달러/원 환율이 연중 최고 수준에 다다르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상반기 중 국내시장에서는 이러한 글로벌 악재들이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감소와 일부 상쇄되며 상대적으로는 불안하나마 안정세를 지킨 면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이 가을의 위기감이 더 크게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다.

 


 

환 위험 관리란?…회사의 이익에 대한 환율 영향의 최소화

일반적으로 수출업체의 경우 달러/원 환율이 내려갈 경우(원화강세) 가격경쟁력을 잃으면서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그래서 수출비중이 절대적인 우리나라에선 흔히 환율리스크라 하면 환율하락 리스크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고, 따라서 헷지(위험회피거래) 역시 달러매도거래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환율상승(원화약세) 국면에선 수출기업들이 가격경쟁력을 높이며 콧노래를 부를까? 위의 그래프(수출증가율과 달러/원 환율의 관계)를 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다. 오히려 몇몇 환율급등(원화약세) 국면에서는 경기급락과 함께 기업들이 큰 난관에 처했었음을 알 수 있다.

단순한 환율관리는 선물환 거래 등으로 미래의 거래조건을 미리 확정하는 것이지만(물론 이 역시 환율위험을 그냥 방치하는 것보다는 훨씬 안전한 관리방법임에는 틀림없다), CEO는 환율 급등시에 기업이 맞서게 되는 더 큰 어려움을 예상하고 미리 대비해야만 한다. 단순한 거래환율 확정을 넘어 ‘회사의 이익에 대한 환율영향의 최소화’라는 관점에서 좀더 전문적이고 고차원적인 환율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환관리 영역에 전문가의 조력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은행은 환 위험 관리의 창(窓), 크고 작은 환율 컨설팅

거래은행의 내부는 마치 종합병원과 같이 각 분야의 전문부서와 전문인력으로 구성되어 있다. 환 위험 관리 분야도 마찬가지. 우선, 기업이 처한 전반적인 환 위험과 관리방안 전반의 큰 그림을 그리고 싶다면 전문 컨설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전문 컨설턴트가 투입되어 일정기간 회사의 상황과 시장변수를 분석하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환 위험관리에 특화된 컨설팅을, 또는 재무관리 컨설팅의 일부로서 환 위험관리 방안을 다룰 수 있다. 산업은행의 경우에는 지점 담당자의 소개를 거치거나, 산업은행 컨설팅실에서 개설한 ‘KDB컨설팅 플랫폼’()을 통해 직접 컨설팅 상담과 신청이 가능하다.

 


개별사안의 헷지 방안이나 거래실행과 관련한 궁금증이라면 은행 딜링룸의 딜러와 의논하면 유용한 상품과 비용구조를 빠르게 상담받을 수 있다. 거래 전에 필요한 거래처 등록절차나 라인설정 등도 안내받을 수 있고, 무엇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언제든지 거래를 실행할 수 있는 ‘거래라인’을 확보하고 기업에 유리한 거래방안을 미리 설정해 둘 수 있는 것이다. ‘대고객영업팀’ 또는 ‘Corporate Desk’ 등으로 이름지어진 팀에서 담당한다.

종합병원의 문턱이 처음엔 높아보여도, 친절한 의사를 만나 아픈 곳을 하나하나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의외로 병원 곳곳의 전문의와 연결되며 치료방안이 나오는 것처럼, 컨설팅부서나 딜링부서의 문을 두드리면 단순한 현물환 거래에서부터 장기스왑이나 맞춤형 옵션, 그리고 사업전반을 아우르는 정식 컨설팅에 이르기까지 전문가의 조력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거래은행을 선택할 때에는 단순히 대출이자율만을 비교하기 보다 환위험관리를 포함하여 얼마나 믿을 수 있는 금융 컨설턴트인가라는 관점으로 다가가야 한다.

 


 

환 위험 관리 상품 어떤 것이 있나?

환 위험 관리는 기업이 가지고 있는 환 위험에 대해 그 반대되는 위험을 의도적으로 보유하여 손익을 상쇄하는 것이 기본이다. 따라서 기업이 처해있는 환 위험의 분석과 반대 위험을 창출하기 위한 헷지 상품 설계가 정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아직 환 위험 관리에 익숙치 않은 기업인들을 위해 몇가지 기본적인 환 위험 관리 수단(상품)을 소개한다. 통화선물을 제외하면 모두 거래은행의 환거래부서(딜링룸)와 상의하여 도움을 얻을 수 있다.

■ 선물환(선도환)
미래 특정 시점에 특정환율(계약환율)로 외화를 매매할 것을 약정하는 거래. 가장 기본적이고 단순한 상품이지만, 그 자체만으로는 이익과 손실폭이 무제한 커질 수 있으므로, 이와 상쇄되어야 하는 관리대상 위험, 즉 기업이 원천적으로 처해 있는 환 위험의 정확한 측정이 매우 중요하다. 수출업체의 미래 매출액에 대한 환 위험 관리에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는 상품이다.

■​ FX Swap

하나의 계약으로, 두개의 통화를 현물환으로 교환함과 동시에 반대 방향의 선물환 교환을 약정하는 방식. 일정기간 환 위험없이 여유통화를 맡겨두고 필요한 통화를 빌려쓰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선물환 만기를 연장하고 싶거나, 단기간 해외자산에 투자했을 경우에도 유용하게 이용되는 상품이다.

■​ 선물환옵션

미리 특정된 환율에 선물환 거래를 실행할 수 있는 권리를 프리미엄을 댓가로 매매하는 방식. 계약 이행 여부가 옵션 보유자의 선택에 따르므로 옵션 매수자는 원하는 헷지 효과를 필요한 경우에만 얻을 수 있는 뚜렷한 장점이 있기도 하지만, 프리미엄 수준에 따라 고비용 헷지가 될 수 있다. 물론 옵션 매도의 경우에는 프리미엄을 수취하는 대신 무제한의 손실위험을 지는 경우가 많다. 주로 선물환 거래 조건을 유리하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 옵션을 가미한 이색(Exotic) 상품을 사용하는 사례가 많은데, 대부분의 경우 불완전 헷지를 감내해야 하는 부작용이 있다. 신뢰할 수 있는 거래은행과 충분히 상담하고, 거래구조를 이해하고 결과를 감당할 수 있을 때에만 사용하는 것을 권한다.

■​ 통화선물(先物, Futures)

앞서 언급한 선물환 계약의 조건을 표준화하여 거래소에 상장된 상품. 그 중 달러/원 환 위험 관리에 특화된 상품은 한국거래소(KRX)에 상장된 ‘미국달러선물’이다. 은행과의 거래가 아닌 상장상품을 이용하여 스스로 저비용의 헷지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환 위험 측정은 물론, 표준화된 거래조건, 청산 또는 롤오버(Roll-over)거래, 증거금의 납입과 일일정산 등의 거래규칙을 먼저 완벽히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참고 : 한국거래소 미달러선물 상품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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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RS(Cross-Currency Interest Rate Swap)

위험관리의 대상이 1년이상 장기의 외화 자산이나 부채인 경우, 원금 및 이자의 교환을 통해 계약기간 동안의 금리 위험과 환평가 위험, 그리고 통화간 현금 흐름의 미스매치를 한꺼번에 헷지할 수 있는 상품이다. 일정기간 동안 해외자산에 투자하거나, 반대로 해외자금을 차입하여 국내에서 사용하는 경우, 그리고 개발도상국등 제3국 투자를 위해 미달러화 등 주요통화를 차입하여 전환 사용하는 경우에 꼭 필요한 거래이다.

 

 

환리스크 관리 5계명


① 환율변동 방향을 단정하지 말자. 누구나 틀린다.
확신의 함정에 빠지면 기업을 위험에 빠뜨리게 된다. 누구도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➁ 헷지 규모는 미리 정한다.
미래의 확실한 현금흐름은 충분한 헷지 비율을, 반대로 불확실한 현금흐름에 대해서는 보다 낮은 헷지 비율을 미리 정하고 이를 안정되게 지켜나가야 한다. 이를 정하는 과정에는 기업 고유의 경영철학과 경험칙, 그리고 은행전문가의 조력이 중요하다. 헷지 비율의 잦은 변경은 후행성 조치로 역효과가 나게 되며, 오버헷지(over-hedge) 역시 금물이다.

➂ 위험관리의 목적을 잊지말자. 절대 ‘수익창출수단’이 아니다.
헷지 거래에서 이익을 기대하는 투기적 의사결정은 금물이다. 위험이 존속하는 한, 헷지 거래에서 수익이 났다고 해서 섣불리 차익 실현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예정대로 관리되었다면 ‘하지 않았다면 더 좋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보험과 같다)

④ 금융상품 운용은 기업의 본업(本業)이 아니다.
복잡한 금융상품 투자(?)로 손쉬운 차익을 얻으려 하지 말자. 금융시장리스크를 제거하고 고유의 사업위험에 집중해야 한다. 금융상품은 이해되는 범위에서만, 분명한 위험관리 목적을 가지고, 본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만 사용한다.

⑤ 은행의 전문적 조력을 받는다.
거래은행에는 RM(Relation Manager)과 기업고객을 담당하는 딜러, 그리고 전문 컨설턴트가 있다. 개별사안의 헷지방안으로부터 기업 전체의 대외경영 방안을 아우르는 컨설팅에 이르기까지, 외로운 결정을 내리기보다 전문적 조력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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