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의 진실 다룬 소설 《군함도》 27년 만에 완성한 한수산
지난해 8월 한수산 작가는 일본 나가사키(長崎) 평화공원에 갔다. 그곳에서 ‘나가사키 원폭 사몰자(死沒者) 16만8767명’이라는 공식적인 숫자와 마주한다. 한 작가는 “이 숫자는 해를 거듭하며 늘어날 것이고, 언젠가 그 숫자가 멈출 때 나가사키 피폭자의 비극도 역사와 망각 속으로 침잠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1년이 지난 시점, 한 작가는 일제강점기 시절 하시마섬(端島) 조선인 강제징용과 나가사키 피폭의 문제를 다룬 장편소설 《군함도》를 완성해 세상에 내놓았다. 그가 이 소설을 쓰기로 마음먹은 것은 1989년이었다. 거의 30년 동안 이 문제를 파헤치고 골몰해 온 그는 오랜 세월 개작에 개작을 거친 소설을 내놓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고향으로 돌아온 한국인 피폭자들이 살아야 했던 비참한 실상과 세월이 흐르면서 점차 대두하고 있는 피폭 2·3세의 문제까지, 수면 아래 도사린 얼음덩어리에는 단순하지 않은 수많은 문제점들이 난마처럼 도사리고 있다. 그 배경에 국제질서와 강대국의 논리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바로 이 때문에 어떤 주도적인 의사결정도 박탈당한 채 조선인 징용자들과 피폭자들은 야만의 시대를 살아야 했다. 이들은 광복 70년이 지난 오늘까지 모래 위로 내동댕이쳐진 물고기처럼 입을 벌름거리며 여전히 버려져 있다. 젊은 독자들이 이 ‘과거의 진실’에 눈뜨고 그것을 기억하면서 ‘내일의 삶과 역사’를 향한 첫 발걸음을 내디뎌주신다면, 그래서 이 소설을 읽은 후에 이전의 삶으로는 결코 돌아갈 수 없는 각성과 성찰을 시작하신다면, 이 작품으로서는 더할 수 없는 영광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