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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현실로 만든 82년생 3인방의 MLB 정복기 오승환·이대호·추신수의 《야구야 고맙다》

공 한 개, 한 개에 수많은 이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만드는 미 프로야구(MLB).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화려함 그 자체다. 하지만 이러한 화려함은 스프링캠프부터 시작되는 땀과 수고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대호(전 시애틀 매리너스)·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 등 동갑내기 메이저리거 3인방이 말하고 이영미 스포츠 전문기자가 쓴 《야구야 고맙다》는 이들의 도전기인 동시에 야구 인생, 야구 철학서다. 이영미 기자는 네이버 스포츠에서 ‘추신수 MLB일기’ ‘이영미의 MLB현장’ ‘이영미의 人(인)터뷰’ 등을 연재하고 있고, 시사저널에도 ‘이영미의 생생토크’를 연재하고 있다. 사진은 다음 스포츠에 ‘조미예의 MLB 현장’을 연재하는 조미예 기자가 찍었다.

 

오승환·추신수·이대호(왼쪽부터)가 12월3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열린 《야구야 고맙다》 저자 공동사인회에 참석,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MLB 전문 이영미·조미예 기자가 정리

 

책은 3인방의 속내를 담고 있다. “한때 (추)신수와 사이가 서먹해졌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대표팀 시절 생긴 오해를 풀지 못하고 헤어지는 바람에 이후 만남을 갖지 못하고 지냈습니다. 신수가 미국에서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낼 때 바쁘다는 핑계로 신수를 모른 척했던 게 마음에 남았습니다. 그래도 우리가 초등학교 시절 함께 야구하던 친구인데….”(이대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메이저리그 팀입니다. 그 팀에 (오)승환이가 뛰고 있습니다. 메이저리그 데뷔 첫해부터 마무리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텍사스 레인저스의 모든 선수들이 승환이 얘기를 합니다. 우리가 친구 사이라고 하면 놀라움은 두 배입니다. (이)대호도 우리 팀 선수들에게 항상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선수입니다.”(추신수)

 

책은 오승환과 이대호가 메이저리그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시작한다. 입단 과정부터 둘은 메이저리그의 편견에 부딪혀야 했다. 한 시즌 아시아 최다 세이브 기록을 갖고 있는 오승환에게 미국 기자들은 “도박 파문으로 인해 KBO리그 시즌 50%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는데, 혹시 그것 때문에 메이저리그에 온 것이냐”라고 묻는다. 한국 선수 중 최초로 일본시리즈 MVP에 선정된 이대호에게는 더했다. “시애틀이 내게 메이저리그일 때와 마이너리그일 때의 계약조건을 달리하는 스플릿 계약을 제시했다. 스프링캠프 초청 선수라니.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이대호)

 

책에는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 최고의 마무리였던 트레버 로젠탈이 자신보다 경험이 많은 오승환에게 경기 외적인 것과 관련해 이것저것 물어봤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최고의 궁합을 자랑했던 포수 야디어 몰리나가 경기 중 볼 컨트롤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오승환에게 다가와 한국말로 “낮게 낮게”라고 주문했다는 일화도 소개한다.

 

오승환·이대호 추신수·이영미 조미예 지음 하빌리스 펴냄 416쪽 2만2000원


추신수·이대호 아내의 내조 노하우도 소개

 

이대호의 도전기는 더 감동적이다. 초청 선수가 25인 개막 로스터에 합류하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만큼 어렵다지만 이대호는 보란 듯이 해냈다. 제한적인 경기 출전 중에서도 이대호는 대타로 나와 역전 홈런을 시원하게 빵빵 터트리면서 ‘DHL’이라는 별명도 얻게 됐다. 이대호는 내년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시애틀과의 계약 1년이 끝나면서 자유계약 신분이 된 것이다. 그는 “내년에도 시애틀에서 계속 뛸지는 알 수 없지만, 용의 꼬리보다는 뱀의 머리가 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속적인 출전을 보장해 주는 곳에서 뛰기를 희망한다는 것이다. 그에게 2016 시즌은 가장 힘들었고, 가장 행복했으며, 가장 고생했으나, 가장 즐거운 시간이었다.

 

2013년 12월21일 텍사스 레인저스와 7년간 1억3000만 달러에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체결한 추신수에게 올해는 아쉬움이 컸다. 오른쪽 종아리 염좌, 왼쪽 햄스트링, 허리 통증, 팔 골절 등 크고 작은 부상이 계속되면서 일정한 타격감각을 유지하기 힘들었다. 네 번씩이나 부상자 명단에 오른 것은 프로에 입문하고 처음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그가 프로 입문 후 처음 우승의 기쁨을 누린 시즌이다. 마이너리그 7년, 메이저리그에서 8년을 보냈지만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어쩌면 그래서 더 이번 시즌이 아쉬울지 모른다.

 

책에는 이들 세 명뿐만 아니라, 이들을 뒤에서 내조하는 이대호의 아내 신혜정씨, 추신수의 아내 하원미씨의 글도 실려 있다. 성공과 실패 사이에서 힘들어하는 선수들에게 가족은 엄청난 힘을 발휘하게 만드는 존재다. 올 컬러 사진이 실려 있어, 책 전체가 하나의 화보다. 이들 옆에 있는 선수들은 신문·잡지에서나 볼 수 있는 MLB 최고의 선수들이다.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흥분되는 건 왜일까? 요즘같이 답답한 세태에 세 명의 스포츠 스타를 동시에 만날 수 있다는 건 독자 입장에서도 고마운 일이다. “야구야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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