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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엔트리 선수단 28명 선발 논란…명분도 실리도 못 챙겼다

평균 나이 31세. 지난해 11월10일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 발표된 최종 엔트리에 포함된 선수단 28명의 평균 연령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야구 국가대표팀 평균 연령은 좀처럼 30세를 넘지 않았다. 2013년 열린 3회 WBC 당시 대표팀은 평균 29.8세였다. 2015년 열린 프리미어12 때는 평균 28.1세로, 보다 젊은 선수들이 주축을 이뤘다. 하지만 이번에는 31세로 평균 연령이 세 살이나 늘었다. 이후 부상과 소속팀 사정으로 인한 일부 선수교체를 반영해도 평균 30.8세로 여전히 30대다.  

검증된 선수들 대거 발탁

 이 때문에 이번 WBC 대표팀 구성을 놓고 ‘한국 야구가 전반적으로 노쇠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990년대생 선수가 3명에 불과한 현실을 거론하며, 대표팀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물론 이번 WBC 대표팀에는 20대 젊은 선수와 성인 국가대표가 처음인 선수도 적지 않다. 원종현(NC 다이노스)과 장시환(kt 위즈), 이용찬(두산 베어스), 임정우(LG 트윈스), 최형우(삼성 라이온즈), 박석민(NC 다이노스), 서건창(넥센 히어로즈) 등이 대표적이다. 
김인식 WBC 감독이 1월11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팀 예비소집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AP연합


하지만 나머지 선수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전체적으로 검증된 선수 위주의 ‘안전한’ 구성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최종 엔트리에 포함된 양현종(KIA 타이거즈), 김광현(SK 와이번스), 임창용(KIA 타이거즈), 김태균(한화 이글스), 강민호(롯데 자이언츠), 이용규(한화 이글스),  이대호(전 시애틀 매리너스), 정근우(한화 이글스),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등은 이미 2008 베이징올림픽과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등에서 수차례 국가대표로 뛰었던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다. 뒤늦게 대표팀에 승선한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도 대표팀 단골 멤버인 것은 마찬가지다. 검증된 선수들을 대거 발탁한 건 물론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다. 김인식 WBC 대표팀 감독은 지속적으로 ‘WBC에서 좋은 성적을 내야 KBO리그와 한국 야구에 도움이 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또 1월12일 열린 대표팀 사전소집에서도 “대표팀은 (선수들이 성장할 때까지) 일일이 기다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국제대회는 선수들이 경험을 쌓는 무대가 아니라, 경험을 쌓은 선수들이 출전해 성과를 내는 무대라는 지론이다. 하지만 대표팀 선수 명단을 살펴보면, 과연 ‘성적’을 우선으로 삼은 구성인지 의문이 생긴다. 이번 대표팀에는 현재 KBO리그에서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는 선수들이 여럿 탈락해 쓴잔을 마셨다. 가령 투수 중 신인왕에 오른 신재영(넥센 히어로즈)과 유희관(두산 베어스)은 2016시즌 객관적인 성적 지표만 보면 김광현·차우찬·우규민보다도 오히려 나은 활약을 펼쳤지만 대표팀엔 승선하지 못했다. 김광현의 부상 이탈에 WBC 기술위원회가 고른 대안은 오승환이었다. 오승환은 2014년 11월 마카오에서 4000만원 상당의 도박을 한 혐의로 지난해 초 법원으로부터 100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KBO는 오승환이 KBO리그로 복귀할 경우 한 시즌의 50% 출장 정지 징계를 내린 바 있다. 구원투수진도 리그 최고 불펜투수로 활약 중인 정우람(한화 이글스)과 임창민(NC 다이노스)이 탈락했다. 대신 오승환과 같은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임창용이 대표팀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임창용은 KBO로부터 2016년 72경기 출전 정지라는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올해 나이는 41세다. 2016시즌 성적도 평균자책 4.37로, 전성기 기량에는 미치지 못한다. 반면 정우람은 평균자책 3.33, 임창민은 평균자책 2.57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역시 논란의 소지가 있는 선택이다. 포수 자리는 어떨까. 기술위는 강민호가 부상으로 출전이 어렵게 되자 NC 포수 김태군을 대안으로 택했다. 김태군은 2016시즌 리그 포수 41명 중 뒤에서 세 번째로 나쁜 대체선수대비 기여승수(WAR)를 기록한 선수다(-0.8승). 수비력을 감안한 선택일 순 있지만, 최상의 카드라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반면 박동원(넥센 히어로즈), 이지영(삼성 라이온즈) 등 젊고 한창 좋은 기량을 과시하는 포수들은 예비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WBC 대표팀에 선발된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 AP연합

선발 논란 성적 부담으로 이어져

 내야수 명단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박민우(NC 다이노스), 오지환(LG 트윈스), 구자욱(삼성 라이온즈) 등은 현재 KBO리그 정상급 활약을 보여주는 선수들이지만 예비 엔트리에도 오르지 못했다. 반면 국가대표 단골멤버인 오재원(두산 베어스)은 2016시즌 부진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예비 엔트리에 들었다. 과연 ‘성적’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대표팀 구성인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대표팀 구성이 ‘명분’을 챙긴 것도 아니다.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강정호는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비판적인 여론 때문이다. 반면 임창용·장시환 등 물의를 빚은 전력이 있는 선수들은 대표팀 승선에 성공했다. 현재 KBO리그 최고의 기량을 과시하는 투수라고 하긴 무리가 있는 선수들이다.  KBO 징계 효력을 두고 논란이 불가피한 오승환은 대표팀 마운드 ‘사정’을 이유로 국가대표로 발탁했다. 원칙도, 명분도 없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국외파 선발을 두고도 갈지자 행보가 거듭되고 있다. 김현수와 소속팀 볼티모어 오리올스, 추신수와 텍사스 레인저스의 의중을 사전에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혼선을 빚었다. 선수의 출전 의지가 가장 중요한 WBC인데도 선수의 의사를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다. 추신수의 경우 당장 선수 소집이 한 달여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메이저리그 부상방지위원회와 선수노조의 최종결정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대표팀 선발 과정의 논란은 고스란히 성적에 대한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WBC 대표팀은 현재 최고 기량의 젊은 선수보다는 이미 검증되고 익숙한 선수들 위주로 구성됐다. 논란의 여지가 많은 선수도 여럿 이름을 올렸다. 출전 여부가 불확실한 선수들을 발탁해 대표팀 엔트리가 계속해서 바뀌는 결과로 이어졌다. 결국 정답은 성적이다. 만약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면, 2017 WBC 대표팀은 성적도 내지 못하고, 세대교체에도 실패한 최악의 결과를 낸 대표팀으로 여론의 큰 비판을 받을 게 자명하다. 그 여파는 야구가 정식 종목으로 부활하는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평균연령 31세 WBC 대표팀이 처한 딜레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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