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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스토브리그 결산과 2017시즌 성적 전망

야구의 승패는 경기장에서 결정되지 않는다. 경기가 열리지 않는 곳에서 벌어지는 움직임에 의해 승패가 갈리는 게 야구다. 선수들은 훈련으로 경기장에서 최상의 기량을 보여줄 준비를 하고, 구단은 오프시즌 기간 트레이드와 외부 영입, 그리고 선수 육성을 통해 강한 팀 전력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메이저리그 감독으로 통산 1480승을 거둔 명장 얼 위버는 “감독의 승부는 이미 12월에 결정된다. 7월에는 패하지 않으려 애쓸 뿐이다. 비(非)시즌 기간 팀을 만들 때 이미 시즌에서 승리가 결정된다”고 했다. 그 어느 해보다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 2016 겨울 KBO리그 스토브리그. 이 경기장 밖 승부에서 승리를 거둔 팀은 어느 쪽일까.

 

 

스토브리그의 ‘큰손’ KIA와 LG

 

과거 주식시장에는 백할머니, 광화문 곰, 백한바퀴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큰손’이 있었다. 프로야구 스토브리그에도 매년 ‘큰손’ 구단들이 나타나 ‘쩐의 전쟁’을 펼친다. 2016년은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가 큰손이다. KIA와 LG는 이번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각각 역대 최고 몸값 타자와 최고 몸값 투수를 탄생시켰다. KIA는 외야수 최형우를 4년간 최소 100억원의 거액으로 영입했다. 자체 FA 나지완도 붙잡았고, 해외진출이 유력했던 에이스 양현종을 계약기간 1년에 붙드는 데도 성공했다. 외국인 선수로는 헥터와 재계약하고 외야수 로저 버나디나, 좌완 팻딘 등을 영입했다. 2016시즌 5위 팀에서 우승 도전도 가능한 전력으로 도약했다는 평가다.

 

LG 역시 스토브리그에서 거액을 쏟아 부었다. 좌완 선발 차우찬 영입전에서 승자가 됐다. 4년간 보장액 95억원에 옵션 포함 110억원에 계약했다. 외국인 선수 3인과도 모두 재계약했다. 이로써 허프·소사·류제국·차우찬으로 이어지는 탄탄한 4인 선발진을 갖추게 됐다. 사이드암 우규민이 삼성으로 이적하긴 했지만, 대신 신정락·임찬규 등 준수한 5선발 후보들이 대기하고 있다. 임정우·김지용을 축으로 한 불펜진도 강력하다. 1994년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와 맞먹는 마운드를 갖추게 됐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물론 이런 거액 투자가 꼭 100%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KIA는 헥터·양현종·팻딘 등 상위 선발에 비해 4·5선발이 확실치 않다. LG는 탄탄한 선발과 불펜에 비해 타선의 힘이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막대한 투자를 감행했는데도 생각만큼 성적이 나지 않을 경우엔 적지 않은 후폭풍도 감수해야 한다. KIA와 LG의 통 큰 투자가 큰 결실로 돌아올 수 있을지 벌써부터 야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반면 스토브리그에서 큰 손해를 입은 구단들도 있다. 롯데 자이언츠는 외부 영입이 전무한 가운데 주포 황재균마저 팀을 떠날 위기에 처했다. 황재균은 메이저리그 진출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선수도 구단도 서로 함께하려는 의지가 크지 않은 편이라, 만약 KBO리그 잔류를 택할 경우에는 kt 위즈를 비롯한 다른 구단으로 이적할 가능성이 크다.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이 끝난 이대호와도 꾸준히 접촉하고 있지만, 4년 기준 200억원에 달하는 몸값이 부담이다. 이래저래 롯데엔 추운 겨울이다.

 

KIA로 이적한 최형우(사진 왼쪽)와 LG로 이적한 차우찬 © 연합뉴스


울고 싶은 롯데·SK, 외국인 관건 삼성·한화

 

SK 와이번스 역시 에이스 김광현과 4년 총액 85억원 FA 계약을 체결했지만, 계약 발표 직후 토미존 수술을 받기로 결정하는 ‘날벼락’을 맞았다. 계약기간 4년 중 최소 1년을 날리게 된 셈이다. 일각에선 민경삼 단장의 사임도 표면적 사유(성적부진)가 아닌 이 계약 때문이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에 이어, FA 시장에서도 찬바람을 맞고 있는 롯데와 SK의 현주소다.

 

팀 창단 후 최초 9위의 굴욕을 맛본 삼성 라이온즈도 스토브리그에서 심각한 전력 유출을 겪었다. 리그 최고 타자 최형우가 KIA로, 좌완 에이스 차우찬은 LG로 각각 팀을 옮겼다. 최형우는 삼성에 남고 싶은 생각이 강했지만 조건이 맞지 않았고, 차우찬은 새로운 환경에 도전하려는 생각이 워낙 강했다는 후문이다. 두 선수가 최근 기록한 대체선수대비 기여승수(WAR)는 연평균 10승에 달한다. 2017시즌 삼성의 승수가 2016시즌보다 오히려 더 줄어들 수도 있다는 얘기다.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삼성은 FA 시장에서 사이드암 선발 우규민과 내야수 이원석을 영입했지만, 떠난 선수들의 빈자리가 워낙 크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한화 역시 외국인 투수 영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화는 지난 3년간 FA 시장의 큰손으로 선수를 쓸어 담았지만 포스트시즌 진출엔 실패했다. 김성근 감독의 잘못된 운용이 주된 원인이지만, 외국인 투수들의 부진이 한몫한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새 구단 수뇌부는 김 감독과의 첫 만남에서 A급 외국인 투수 2명의 영입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 국내 선수의 구성은 다른 상위권 팀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는다. 2016시즌 최악의 성적을 낸 외국인 투수들만 제몫을 한다면, 김 감독도 계약 마지막 해 그나마 유종의 미를 거둘 가능성은 남아 있다.

 

한국시리즈 우승팀 두산 베어스와 3위팀 넥센 히어로즈는 FA ‘쩐의 전쟁’에서 멀찍이 떨어진 채 선수단의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했다. 두산은 2년 연속 우승에 기여한 주축 선수들의 재계약에 전력을 쏟고 있다. 보우덴·에반스와 일찌감치 재계약했고 내부 FA 김재호·이현승과도 계약을 마쳤다. 에이스 니퍼트가 200만 달러 이상을 요구하고 있어 곤혹스럽지만, 이전에도 비슷한 상황을 겪은 바 있어 큰 문제 없이 계약에 합의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우승 전력을 고스란히 지킨 가운데, 젊은 선수들이 계속 성장하고 있어 2017년 시즌도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 가능성은 매우 큰 편이다.

 

넥센은 10개 팀 중 가장 빨리 2017시즌 전력구성을 마쳤다. 외국인 선수 밴헤켄·대니돈과 재계약에 성공했고, 새 외국인 투수로는 션 오설리반을 영입했다. FA 시장엔 아예 발도 들이지 않았고, 한화에서 자유의 몸이 된 김태완 영입 정도가 유일한 외부 영입이다. 조상우·한현희 등 국내 에이스들의 부상 복귀가 예정된 만큼 팀 전력은 2016년보다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장정석 감독을 비롯한 새로운 코칭스태프가 얼마만큼 지도력과 장악력을 발휘할지가 관건이다.

 

한국시리즈 우승 도전에 실패한 NC 다이노스는 김경문 감독과 3년 재계약을 맺고 2017시즌에도 지휘봉을 맡겼다. 일단 박석민을 영입한 2015년과 달리 별다른 외부 영입은 없다. 에릭 해커와 재계약하고, 메이저리그로 떠난 테임즈의 후임으로 재비어 스크럭스를 영입한 정도가 달라진 점이다. NC는 젊은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육성해 김 감독의 3년 계약기간 내에 우승에 도전할 참이다.

 

2년 연속 최하위에 그친 kt 위즈도 젊은 선수 활약에 초점을 맞췄다. 외부 영입 없이 잠잠한 겨울을 보내다 막판 황재균 영입전에 뛰어든 것 정도가 변수다. 황재균이 가세한다면 1루수 외국인 타자 조니 모넬과 함께 팀 공격력은 상당히 업그레이드될 전망이다. 외국인 투수도 삼성이 눈독을 들였던 돈 로치를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임기 첫해를 맞는 김진욱 신임 감독은 선수단의 근성과 함께 ‘육성’을 강조했다. 신생팀이니만큼 젊은 선수들을 키워내고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방향으로 팀을 운영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물론 이는 kt가 창단 이후 계속해서 외쳐온 구호지만 실현되지 못한 채 구호에만 그친 바 있다. 새 감독 체제에서는 kt의 젊은 유망주들이 기대만큼의 성장을 이룰 수 있을까. 그렇다면 2017년 시즌 kt는 창단 이후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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