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시즌 진출 실패한 5개 팀 감독의 운명
10월5일 KIA 타이거즈가 5위 자리를 확정하며, 2016 KBO리그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팀이 모두 가려졌다. 이는 반대로 이야기하면 포스트시즌 기간에 TV로 중계방송을 보게 될 5개 팀도 정해졌다는 얘기다. SK와 한화·롯데·삼성·kt가 가을야구를 안방에서 즐기게 될 주인공이다. 이들 5개 팀이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이유와 오프시즌 전망을 짚어 봤다.
5년 연속 정규시즌 1위 팀 삼성은 올해 힘겨운 시즌을 보내며 하위권으로 추락했다. 시즌 전부터 주력 투수들의 해외 원정도박 파문으로 큰 홍역을 치렀다. 이 중 윤성환은 시즌을 완주했지만 임창용과 안지만이 팀을 떠났다. 외국인 선수 영입에서도 창단 이후 최악의 실패를 경험했다. 타격에서는 FA 자격을 얻어 NC로 이적한 박석민의 공백도 컸다. 나바로·박석민·피가로·안지만·임창용의 2015시즌 대체선수대비 기여승수(WAR)를 모두 합하면 20.5승에 달한다.
선수 사생활 문제와 전력 보강 실패를 감독 탓으로만 돌리기는 무리가 있다. 올해의 실패는 5년 연속 1위를 하는 동안 누적된 선수 육성 실패, 뎁스 약화 등 여러 문제점이 한꺼번에 표면으로 쏟아져 나온 결과라는 평가가 많다. 혼란스러운 전반기를 보낸 삼성은 후반기 들어 30승29패(0.508)를 거두며 저력을 보였다. 한 야구 관계자는 “정규시즌 5연속 우승은 프로야구 역사에 누구도 달성하지 못한 위업이다. 한 시즌 실패만을 갖고 구단이 류중일 감독 재계약을 고민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삼성은 류 감독 재계약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내년 시즌, 그리고 그 이후를 기약하려면 구단 시스템과 육성 등 전반에 걸쳐 대대적인 쇄신이 불가피하다. 당장 올 시즌이 끝나면 주포 최형우와 좌완 차우찬이 FA 자격을 얻는다. 두 선수가 모두 빠져나가면 내년 시즌은 더욱 힘겨울 수 있다.
롯데·한화, 감독 유임 ‘물음표’
다음으로 실망스러운 한 해를 보낸 롯데와 한화를 살펴볼 차례다. 신임 조원우 감독을 선임한 롯데는 시즌 초반 5강권을 유지하며 구단과 현장 모두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야구계에서도 “조원우 감독이 초보답지 않게 매우 잘하고 있다” “롯데 구단이 달라졌다”는 호평이 나왔다. 그러나 시즌 중반 이후 눈에 띄게 페이스가 떨어지며, 결국 하위권으로 시즌을 마치게 됐다.
올 시즌 롯데가 노출한 가장 큰 문제는 투수력이다(투수 WAR 합계 10.7승으로 9위). 선발 원투펀치 린드블럼이 전반기에, 레일리는 후반기에 추락하며 선발 마운드가 흔들렸다. 불펜 보강을 위해 영입한 손승락과 윤길현도 실망스러웠다. 조원우 감독은 투수진을 무리시키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즌 초반을 운영했지만, 투수들이 속절없이 무너지며 비축한 힘을 쓸 기회가 사라졌다. 후반기에는 팀의 전통적 자랑인 타선까지 하락세로 돌아섰다. 외국인 타자 아두치(금지약물 적발 뒤 퇴출), 맥스웰(부상으로 시즌아웃)은 물론 최준석까지 전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조원우 감독이 2017년에도 롯데를 이끌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위권 추락과 NC전 참패(1승15패)로 롯데 팬 여론은 좋지 않지만, 구단 입장에서 이종운 감독에 이어 조원우 감독까지 1년 만에 경질하는 건 부담이 크다. 올 시즌 성적 부진을 단순히 현장 책임으로만 돌릴 수 있느냐는 지적도 많다. 실제 불펜 보강을 하긴 했지만, 전반적인 선수단 구성을 보면 롯데 전력은 2015년보다 크게 좋아졌다고 보기 힘든 수준이다. 조 감독이 1년 더 기회를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한화 이글스도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온갖 논란 속에 누군가의 말을 빌리면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시즌을 치렀다. FA와 외국인 선수 영입에 거액을 쏟아붓고 우승후보 평가 속에 시즌을 맞이했지만 시즌 초반부터 믿기 힘든 추락을 경험했다. 벌투 논란, 혹사 논란, 감독 부재 논란이 이어졌고 김성근 감독이 허리 수술을 이유로 12경기 동안 자리를 비우는 사태도 발생했다.
6월 이후 타선이 살아나고 주축 투수들이 힘을 내면서 잠시 상승세를 타는 듯했지만, 시즌 초반부터 무리한 여파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발목을 잡았다. 2년 연속 연봉총액 1위 팀이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는 충격적인 결과를 낳았다. 돈은 돈대로 쓰고, 욕은 욕대로 먹고, 그룹 이미지는 희화화(戲畫化)되고, 주축 투수들은 하나둘씩 수술대로 향했다. 김성근 감독 영입 시위를 했던 한화 팬들은 이제 김 감독 경질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는 중이다.
한화 구단도 이런 여론을 잘 알고 있다. 구단에서는 김 감독 체제의 지난 2년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모그룹에 제출한 상태다. 김 감독의 공식적인 계약 기간은 2017년까지다. 오너 일가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확실한 건 내년에도 김성근 감독이 계속 팀을 이끈다면 한화에는 미래가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SK·kt, 감독 교체 가능성 높아
지난해 간발의 차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던 SK는 올해 간발의 차로 고배를 마셨다. 팀홈런 2위(179개) 타선에 켈리-김광현 등 좋은 투수들을 보유했지만 포스트시즌에는 나가지 못했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홈런은 많이 쳤지만 실제 팀 득점은 744점(9위)에 그치는 등 공격에서 응집력이 떨어졌다(득점권 타율 10위).
시스템 야구에 충실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시즌 중반부터 일관성 없는 마운드 운영이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한화와 정반대로 투수진을 운영하던 팀이 올해는 한화처럼 운영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SK의 후반기 팀 평균자책은 5.58로 해당 기간 리그 8위다(9위 한화, 10위 kt). 결국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힘을 냈던 지난해와 달리 막판 고비를 넘지 못하고 6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김용희 감독 거취와 관련해 야구계에서는 교체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많다. 일각에서는 ‘임기가 남은 수도권 구단 감독이 올 수도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구단과 해당 감독은 강하게 부인했다. 어느 쪽이 됐든 SK가 구단의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잘 운영할 수 있는 ‘매니저’를 영입할 것이라는 게 야구계 중론이다.
마지막으로 2년 연속 리그 최하위에 그친 kt 위즈 차례다. kt는 시즌 초 반짝 좋은 성적을 내며 기대를 모았지만 주축 선수들의 잇단 파문 속에 하위권으로 다시 내려앉았다. 투수력에 중점을 두고 외국인 투수 3명을 영입했지만 하나같이 기대 이하의 성적만 남겼다. 선발투수들은 대부분 경기 초반 조기 강판됐고, 이는 고스란히 불펜 과부하로 이어졌다.
올해 kt는 거의 모든 지표에서 창단 첫해인 지난해보다 오히려 퇴보한 기록을 남겼다. 에이스 역할을 해낸 21살 영건 주권과 포수 이해창, 외야수 전민수 정도를 제외하면 젊은 선수들의 성장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시즌 내내 이어진 구설과 선수 사생활 문제로 신생팀으로서는 드물게 여론의 매서운 비판도 받았다. 창단 이후 벌써 3년째를 맞는 팀이지만, 발전 없이 제자리를 맴돌았다는 점에서 먼저 창단한 NC와 비교가 되고 있다.
올해가 계약기간 마지막 해인 조범현 감독은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재계약 쪽에 무게가 실리는 듯했다. 선수들의 일탈로 팀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감독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이 잠시 힘을 얻었다. 그러나 시즌 후반 무기력한 경기가 이어지면서 현재는 새로운 수장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으로 기울고 있다는 게 구단 안팎의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