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감상 돕는 대중적 해설서 《금난새의 오페라 여행》 펴낸 지휘자 금난새
“어떤 분야가 발전하려면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음악·예술 분야가 다양성에서는 조금 약하다. 교육도 있어야 하지만 음악을 다루는 책도 있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청중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을 때, 모두가 쉽게 읽을 수 있는 오페라 책을 찾아보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다.” 여러 저서와 해설을 곁들인 공연으로 클래식을 대중에게 친숙한 장르로 만드는 데 앞장서온 지휘자 금난새가 이번에는 《금난새의 오페라 여행》을 펴냈다.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오페라는 한 번도 무대예술의 왕좌를 내준 적이 없다. 오페라가 무엇이기에 이토록 오랜 세월이 흐른 오늘날까지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일까? 기쁨과 슬픔, 사랑과 증오 등 인간의 감정을 극대화해 표현한 오페라는 인간의 몸을 악기로 소리를 내 큰 호소력을 발휘한다. 인간의 목소리가 지닌 특유의 호소력으로 듣는 이로 하여금 강렬한 전율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여기에 종합예술로서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점도 오페라의 매력 포인트다.”
“모르는 음악을 무작정 들이미는 건 무리”
‘종합예술의 극치’이며 ‘서양음악의 꽃’이라는 오페라인데, 왜 ‘먼 나라 노래’로만 들리는 걸까? 카르멘, 라 트라비아타, 투란도트, 마술피리, 세비야의 이발사, 토스카, 리골레토, 라 보엠…. 이런 오페라 제목들도 알고 유명한 오페라의 아리아들은 입으로 흥얼거릴 수 있는데, 거기서 끝이다.
“관객이 오페라 한 편을 온전히 감상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이 전제돼야 한다. 대본의 줄거리를 미리 알아야 하고, 작품의 탄생 배경도 알아둬야 한다. 또한 오페라 전곡 감상은 관객에게 많은 인내심을 요구한다.”
금난새는 오페라 대중화를 위해 오페라의 주요 곡들을 발췌한 ‘갈라 콘서트’를 여는 등 여러 가지 기획을 통해 현장에서 끊임없이 청중과 만나왔다. 그러는 동안 대중이 오페라를 어려워하는 이유와 그 포인트를 정확히 인식했고, 그 결과 최적의 ‘오페라 선생님’이 될 수밖에 없었나 보다. 단 한 권의 완벽한 ‘오페라 입문 가이드’를 만들겠다고 작정한 듯한 그의 열정이 책 속 곳곳에서 느껴진다.
“감정을 표현하는 말이나 글자가 커뮤니케이션이라면, 음악은 또 다른 커뮤니케이션 언어라 할 수 있다. 그 언어를 모르면, 무슨 말인지 모르면 재미가 없다. 클래식 음악이 우리가 만든 음악도 아니고, 갑자기 듣고 이해하기는 힘드니까 방법을 가르쳐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우리가 유럽 사람이라면 가르쳐 줄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르는 음악을 아무 설명도 없이 위대하다고 무작정 들이미는 건 마치 이솝 우화에서 주둥이 긴 사람을 초대해 접시에 먹을 것을 주고 먹으라고 하는 느낌이다.”
눈높이에 맞게 내가 아는 클래식을 각자에게 알기 쉽게 설명해야 한다는 금난새의 사명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금난새는 해설이 있는 클래식을 앞장서서 만든 지휘자, 실력을 떠나 아는 지휘자를 손꼽으면 세 손가락 안에 들 ‘대중적’이고 친숙한 지휘자, 서울부터 제주도까지, 대학 교수직과 산간 지방 청소년 오케스트라 상임 지휘를 동시에 맡는 지휘자로 알려졌다. 그는 현재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농어촌희망청소년 오케스트라 예술감독, 서울예술고등학교 교장 등을 맡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한국에서 오페라가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것을 이렇게 설명한다.
“오페라라는 장르 자체가 산업으로 비유하자면 자동차를 만들고 비행기를 만드는 종합적인 기술이다. 누구나 만들고 싶다고 만들 수 있는 분야가 아니고, 종합예술로서의 가능성과 동시에 그만큼 돈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배는 만들어도 아직 항공모함은 못 만드는 상황이다. 오페라 팬도 생기고 청중도 많아져야 오페라가 적자 없이 다른 시도를 많이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다.”
한국 음악계를 위해 ‘영업맨’처럼 활동
금난새는 새로운 무대와 청중을 찾아 정력적인 활동을 계속 펼쳐 나가고 있다. 한국 음악계를 위해 ‘영업맨’처럼 활동하는 이유는 이렇다.
“30년 전부터 청중이 중요하다 말하고, 청중을 갖추려고 노력했다. 연주자로서, 지휘만 해서도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 음악계는 교육으로 살아간다. 훌륭한 콩쿠르에 합격하는 사람을 기르는 데 주력한다. 그것도 음악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시장의 발전과는 또 다른 문제다. 그런 상황에서 시장을 생각하는 나 같은 사람이 더 나와야지 각 분야에 도움이 되고 연주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활동하는 장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그런 그이기에 후배 음악인이나 제자들이 어떤 정신으로 임해야 하고 이 사회는 음악인들을 위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지적도 잊지 않는다.
“모든 프로페셔널은 기술적으로는 전문가지만 내면은 아마추어여야 한다. 본인이 하는 일을 사랑해야 한다. 내가 잘한다고 자랑할 게 아니라 음악이 너무 좋아서 음악으로 메시지를 주는 게 아마추어 정신이다. 남들보다 돈과 명예가 적다해서 불행하고, 남보다 많아서 행복한 바보 어른이 되면 안 된다는 걸 독일에서 배우고 느꼈다. 돈 한 푼 없는 학생이어도 훌륭한 음악을 들을 수 있고, 도서관에 가면 책이 있고, 내가 하고 싶은 연구를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기쁨이 있다는 걸 사회가 가르쳐줘야 한다. 우리 사회도 변해야 하고 그런 기회를 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