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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 전문가가 풀어낸 《외로운 사람들을 위한 정치 수업》

1933년 히틀러가 독일 총리를 맡으면서 시작된 유대인의 비극은 이 시대 정치나 민족 등 다양한 사고가 얼마나 복잡한지를 말해 주는 사건이다. 많은 이가 이 흐름에 대해 한나 아렌트를 통해 인사이트를 얻었고, 지금도 유효하다. 그런데 그 유대인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으로 다시 묘한 구조를 드러내고 있다. 종교의 문제나 민족의 문제를 넘어 정치나 세계 헤게모니와 직결된 이때, 얻을 수 있는 지혜는 한나 아렌트를 아는 데서 출발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아렌트는 광범위한 방향과 깊이로 인해 읽기가 쉽지 않다. 다행히 국내에서 대표적인 아렌트 연구자인 이인미 교수가 아렌트의 사상과 저술을 전반적으로 정리한 《외로운 사람들을 위한 정치 수업》을 출간했다. 
외로운 사람들을 위한 정치 수업|이인미 지음|위즈덤하우스 펴냄|312쪽|1만7800원
외로운 사람들을 위한 정치 수업|이인미 지음|위즈덤하우스 펴냄|312쪽|1만7800원
저자는 인간, 정치, 공동체, 이해, 세계라는 5개 화두로 아렌트를 정리했다. 앞부분엔 인간이 어떻게 자존감을 찾는지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저자는 성난 개인들은 서로를 위협하고, 외로움이 공동체를 좀먹는 ‘인간 실종 시대’에 대해 고민하는 지금 ‘인간다운 삶’이 무엇인가를 묻는다. “아렌트에 따르면, 혁명은 인간적인 것 같기도 하고 인간적인 것 너머의 것 같기도 하다. 실제로 프랑스혁명은 이미 진행되는 와중에 인간적인 것, 인간이 계획해 만들어내고자 하는 사회의 모습 ‘너머’를 지향하기 시작했다. 인간이 조절할 수 없는 지점으로 나아가버린 것이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아렌트는 혁명이 정치적 영역에서의 시작과 탄생을 의미하며, 그것이 자유를 지시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인간은 본능적으로 외로운 존재다. 아렌트는 초연결된 우리가 어째서 고립감에 시달리는지, 고립된 개인은 왜 폭력에 물드는지, 나쁜 정치는 어떻게 외로움을 악용하는지, 전체주의가 여전히 가능한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보여줄 것이다. 이런 상황에 해석자인 아렌트의 15권의 책을 바탕으로 각각의 저서가 어떠한 사유와 개념을 통해 외로움을 경고하고, 또 극복의 실마리를 제시하는지 소개한다. 일반에 아렌트를 각인시킨 ‘악의 평범성’은 정치, 공동체, 이해 편에서 광범위하게 소개된다.  “아렌트는 아이히만의 범죄행위를 ‘유대인에게 저지른 죄’ 정도가 아니라, ‘유대인의 몸을 빌려 인류에게 저지른 과오’라는 치명적인 죄악(인간성 파괴)으로 엄중히 규정했다. 아렌트는 법정이 한 개인을 ‘반유대주의 상징’으로 다루겠다는 의도를 과감하게 반대하고, 인류 전체에 경종을 남긴 것이다.” 사실 인류의 위기는 나치 같은 것에서도 오지만 다가오는 기후위기조차 방임하는 이들에게서도 나올 수 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입장이다. “오늘날의 기후위기는 집합적 유죄가 아니라 집합적 책임의 차원에서 다뤄져야 의미가 있다. 즉 ‘우리는 모두 유죄입니다’가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습니다’여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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