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폄하’ ‘이부망천’ ‘세월호 비하’ 등 잊을 만하면 망언 속출
與 ‘실언 릴레이’ 곤혹, 野 ‘암컷 발언’에 화들짝…“지지층에 존재감 얻으려”
#. “쎄빠지게 골목길 돌아놓으면 한방에 다 말아먹고…제발 말 좀 조심합시다!”
21일 밤 최강욱 전 의원의 ‘암컷 발언’을 놓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간 ‘단톡방 설전’이 이어지던 중, 전재수 의원은 이 같이 울분을 토했다. 민형배 의원 등 최 전 의원을 두둔하는 발언이 이어지자, 선거 앞 망언 파문에 따른 갑갑함을 토로한 것이다. 전 의원은 민주당의 ‘험지’인 부산 북구강서갑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무심코 뱉은 개인의 망언 한 마디에 당 전체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그간의 ‘학습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선거는 여야의 극한 대치 속 ‘중도 민심’에 의해 결과가 좌우될 가능성이 큰 만큼, 한 순간에 ‘4년 농사’를 망치게 할 망언 단속에 더욱 집중할 전망이다.
특정 세대‧집단‧지역 비하하면 파급력 더 커
선거판에서 설화는 투표 직전까지 가장 위험한 변수로 꼽힌다. 이는 그 어떤 논란보다도 대중 정서를 직접적으로 건드려 정당 지지율과 막판 표심에 즉각 반영되기 때문이다. 특히 막말로 비하한 계층이나 성별, 지역 등이 뚜렷할수록 선거에 미치는 파급력은 더욱 컸다.
민주당은 과거 두 차례 노인 폄하 발언으로 선거에서 치명타를 입은 바 있다. 2012년 19대 총선 직전엔 김용민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의 “노인네들이 시청역에 오지 못하게 엘리베이터를 없애버려야 한다”는 발언이 물의를 빚었다. 그보다 앞서 2004년에는 정동영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이 “60세 이상은 투표하지 말고 집에서 쉬어라”고 해 노인세대 보수층을 결집시켰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180석 이상까지 목표하고 있었지만 과반 의석을 겨우 넘기는 데 그쳤다.
국민의힘도 몇 차례 특정 집단을 비하한 발언으로 곤혹을 겪었다. 대표적으로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선 정태옥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의 이른바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 망하면 인천)’ 발언을 해 수도권 민심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쳤다. 자유한국당은 해당 선거에서 수도권 싹쓸이 참패를 당했다.
지난 총선에서도 사전투표일 직전 김대호 당시 미래통합당 후보가 “3040 세대 문제의식은 거대한 무지와 착각” “나이 들면 다 장애인”이라고 연달아 말해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비슷한 시기 세월호 유족을 향한 차명진 후보의 막말도 터졌다.
당은 이들을 빠르게 후보에서 제명 조치하며 여론 수습에 나섰다. 정당이 선거운동 기간 자신의 지역구 의원 후보를 제명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당의 초강수에도 불구하고 ‘접전’을 벌이던 수도권에서 미래통합당은 참패했다. 이후 당 안팎에선 당시 막말 파문이 최소 5~10석을 깎아 먹었다는 자체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민주당에서도 당시 이해찬 당 대표의 “선천적 장애인은 의지가 약하다” 발언, 그리고 ‘집값 하락’으로 항의하는 지역 주민에게 “동네 물 나빠졌네”라고 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발언이 터져 나오면서 여야가 연일 막말 경쟁을 벌였다.
“전체 판세 고려 않는 어리석은 행동”
선거 국면에서 정치인들의 설화가 반복되는 이유로 이들이 ‘집토끼’만 바라보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22일 통화에서 “핵심 지지층들의 호응을 얻기 위해 점점 더 자극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는 것”이라며 “전체 선거 판세와 험지 여론을 고려하지 않는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각 당이 선거를 앞두고 단속에 나설 테지만, 소속 정치인들의 막말은 투표 직전까지 가장 막강한 변수로 살아있을 것”이라며 “아직 선거까지 몇 개월 남았기 때문에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간의 막말들이 차곡차곡 누적돼 최종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고 말했다.
막말의 파장을 수차례 경험해 온 여야는 이에 대한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올 초 김재원‧조수진‧태영호 등 최고위원들의 잇단 설화 속 지지율 추락을 겪은 국민의힘은 당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언행을 할 경우 총선 공천에서 불이익을 주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민주당도 엄중 조치를 강조하고 있다. 이번 최강욱 전 의원의 ‘암컷 발언’에 대해 당 지도부가 단 사흘 만에 ‘당원 자격 6개월’ 비상징계를 의결한 것도 이 같은 의지를 피력하기 위함으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