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매물 나온 ‘빅4’ 중 3곳 아직도 새 주인 못 찾아
전문가들 “프랜차이즈 버거 시장 혼란 당분간 계속될 것”
국내 햄버거 시장은 최근 10년여 동안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쉑쉑’과 ‘파이브가이즈’ 등 해외 유명 프리미엄 햄버거 브랜드가 잇달아 한국에 진출하면서 판을 키우고 있다. 국내 모 그룹이 미국의 또 다른 프리미엄 햄버거 브랜드 ‘인앤아웃’과 접촉했다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 물론 해당 그룹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그러는 사이 국내 햄버거 시장 규모는 2조원대에서 5조원대로 2배 이상 성장했다.
5조원대 ‘햄버거 전쟁’의 이면
눈에 띄는 사실은 프랜차이즈 버거 브랜드들의 상황이 최근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맥도날드, 롯데리아, 버거킹, 맘스터치, KFC 등 이른바 ‘빅5’ 중 롯데리아를 제외한 4곳이 최근 M&A(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이 중 KFC를 제외한 3곳이 아직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돈줄’이 마른 데다, 중저가 햄버거 시장 포화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경영 상황 또한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사저널이 주요 프랜차이즈 버거 브랜드의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빅5’의 매출은 모두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이익의 경우 대부분 적자이거나 이익 폭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기준으로 업계 1위인 한국맥도날드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맥도날드는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매출은 9947억원으로 전년(8679억원) 대비 14.6% 증가했다. 가맹점까지 더할 경우 매출은 1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이익은 반대다. 2019년부터 4년째 영업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누적 적자는 1500억원에 이른다. 맥도날드는 현재 자본금이 자본총계를 넘는 자본잠식(33.8%) 상태에 빠진 상태다.
맥도날드는 지난해 국내 최초로 드라이브 스루에 ‘하이패스’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지난 7월에는 전라남도 진도 특산물을 활용한 ‘진도 대파 크림 크로켓 버거’를 출시하기도 했다. 맥도날드가 2021년부터 시작한 ‘한국의 맛(Taste of Korea)’ 프로젝트의 3번째 제품이었다. 하지만 경영 상황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해마다 미국 맥도날드 본사에 지급하는 수백억원 규모의 로열티 등이 고질적인 적자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동원그룹이 최근 인수 포기를 선언한 것도 이 때문이다. 동원그룹 지주사인 동원산업은 올해 맥도날드 인수를 위한 예비 입찰에 단독 참여했다. 최근까지 실사를 진행하다 돌연 인수 절차를 중단했다. 이와 관련해 동원그룹 관계자는 “맥도날드를 인수하려는 주요 이유 중 하나가 그룹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 때문이었다”면서 “하지만 서플라이 체인을 바꾸는 것조차 미국 본사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 인수할 이유가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롯데리아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20년까지만 해도 롯데리아는 매장 수 기준으로 업계 1위(약 1200개)였다. 매장 수만 보면 글로벌 버거 프랜차이즈인 맥도날드나 버거킹(각 400여 개)의 3배에 달한다. 시장점유율 역시 한때 45%로 압도적 1위였다. 하지만 2021년 들어서면서 맘스터치에 ‘패스트푸드 왕좌’를 내줬다. 이후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실적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매출은 7815억원으로 전년(6757억원) 대비 15.7% 증가했지만 이익률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그나마 영업이익이 지난해 적자에서 올해 흑자로 전환됐고, 당기순손실 폭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위안 아닌 위안이었다. 롯데리아는 최근 ‘버거, 음악이 되다!’ 슬로건을 바탕으로 인공지능(AI)이 만드는 BGM(버거 뮤직) 캠페인을 진행했다. ‘불고기 익스트림 오징어’ 버거와 ‘새우 익스트림 레몬크림이색’ 버거 등 신메뉴도 출시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에게 존재감을 보이는 데는 여전히 한계를 드러냈다.
이 밖에도 버거킹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줄어들면서 당기순이익이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됐다. 버거킹도 지난해 1월부터 한국과 일본 버거킹 사업권 매각을 추진했지만 인수자를 찾지 못하면서 매각을 철회한 상태다. KFC의 경우 버거 ‘빅5’ 중 유일하게 매각에 성공했지만, KG그룹이 매각가를 크게 낮췄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본사의 지나친 간섭으로 KG그룹이 신제품을 출시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안다”면서 “KFC는 현재 자본금이 자본총계를 넘는 자본잠식 상태다. 새로 인수한 오케스트라PE가 지난 5월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급한 불은 껐지만 갈 길은 여전히 먼 상황이다”고 말했다.
‘빅5’ 중 맘스터치만 유일하게 흑자 기조
‘빅5’ 중에서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모두 상승한 곳은 맘스터치가 유일했다. 맘스터치를 보유한 사모펀드 케이엘앤파트너스 역시 지난해 초 ‘연내’를 목표로 매각을 추진했다. 지난해 5월 맘스터치가 코스닥에서 자진 상장 폐지한 것도 매각 과정에서 나온 잡음을 없애기 위한 것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1년이 넘도록 매수자가 나오지 않았다. 매각가(1조원)와 매수가(6000억원)의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맘스터치는 최근 매각 작업을 중단했다. 대신 신사업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시장이나 자금 상황이 좋지 않다. 무리해서 M&A를 진행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면서 “당분간은 본연의 영업활동과 함께 신성장동력 발굴, 해외 진출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당분간 프랜차이즈 햄버거 시장의 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존 중저가 햄버거 시장이 포화인 데다, 그나마 주요 소비층인 젊은이들이 패스트푸드보다 프리미엄 수제 버거로 옮겨갔다. SNS 등에 인증샷을 올리는 요즘 젊은 층의 트렌드와도 연결된다”면서 “더군다나 중저가 브랜드는 편의점과도 경쟁해야 하는데 가성비 측면에서 비교가 안 된다. 중저가 버거 시장의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