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힘 실리는 ‘불구속 기소’ 가능성…“이재명 사법리스크는 장기전”
소수 비명계 ‘반발’ 기류 속 대다수 野의원들, 입장 표명 자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장동 위례 신도시 개발특혜 의혹으로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은 이후 야권 내에선 ‘폭풍전야’ 분위기가 감돈다. 검찰의 다음 수순은 이 대표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청구와 기소라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이 경우 제1야당 대표의 수장이 사법리스크의 최정점에 서게 되는 터라, 민주당 내홍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친명(친이재명)계 지도부는 연일 검찰의 수사를 ‘정치탄압’으로 규정하고 이 대표 지원사격에 나서는 모습이지만, 비명(비이재명)계 의원 일부는 ‘체포동의안 가결’부터 ‘대표직 자진 사퇴’까지 강경한 구호를 들고 나섰다. 다만 169명 민주당 의원 가운데 절대 다수는 별다른 공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대표에 대한 1심 재판 판결이 내년 총선 때까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관망세를 유지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며 김종민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며 김종민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기소’ 관측에 비명계 일각 ‘부글부글’

30일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이 대표의 ‘불구속 기소’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검찰은 이 대표를 대장동 사건의 최종 결정권자로 보고 있는데, 이른바 대장동 일당들은 이미 재판에 넘겨진 만큼 이 대표의 기소도 확실하다는 평가다. 검찰이 이 대표의 신병 확보를 위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지만, 일단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불구속 기소를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 측도 불구속 기소를 가정해온 것으로 파악된다. 이 대표는 30일 기자간담회에서 “결국 이 사건은 기소된다”며 “답정기소(답은 기소로 정해졌다) 아닌가. (검찰은) 기소하기 위해 명분을 만드는 중이고 어떤 해명을 하더라도 기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구속영장청구 전망에 대해선 “뚜렷한 증거도 없고 도망을 갈 것도 아니고 증거 인멸도 할 수 없는 상태인데 왜 체포 대상이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이 대표가 검찰의 재소환에 전격 응하기로 결정한 것도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해석이 나온다. 문제는 이 대표가 기소될 경우 비명계의 반발 기류가 거세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비명계 의원 일부는 ‘당헌80조 논쟁’에 재차 불을 댕길 기세다. ‘기소 시 당직 사퇴’를 규정한 당헌80조에 따라 이 대표가 사퇴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이 대표와 당의 대응을 분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 의원들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윤석열 검찰 독재 규탄", "김건희 특검수용"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 의원들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윤석열 검찰 독재 규탄", "김건희 특검수용"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수박’ 찍힐라…野의원 대다수는 ‘입장 유보’

그러나 복수 민주당 인사들 말을 종합하면, 비명계가 ‘집단행동’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비명계 가운데 공개 목소리를 내는 것은 5명 내외 소수 인사들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서다. 게다가 기존 비명계로 분류되던 일부 의원은 이 대표 지원 사격에 동참하기도 했다. 가령 강득구 의원은 “동지가 부당한 공격을 받는데 함께 비라도 맞아야 한다”며 이 대표의 검찰 출석 길에 동행했다.  오는 31일 비명계 의원 모임 ‘민주당의 길’이 기지개를 켜는 것을 계기로 비명계 집단 움직임이 가시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일단 당사자들은 이 같은 해석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는 분위기다. 해당 모임 관계자는 “다양한 의견을 나누기 위한 공론의 장일 뿐 세력화로 해석하지 않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공개 비판 목소리를 내는 비명계 의원과 이 대표 출석일에 동행하면서 지원 사격을 보탠 의원 4~50명을 제외하면, ‘입장 유보’를 견지하는 민주당 의원은 120여 명으로 추산된다. 물밑에선 ‘포스트 이재명’ 시나리오도 공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대부분은 관망세를 유지하는 기류다. 공개 목소리를 냈다가 민주당 지지층에 ‘수박’(민주당인 척 하지만 속내는 국민의힘)으로 낙인찍히게 되거나, 반대로 여론상 ‘방탄’이란 비판을 받게 될 수 있어서다.  여기에 이 대표 사법리스크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의원들의 운신의 폭을 좁히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이 대표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다면 1심 판결이 나오기까지 최장 3년 가까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와서다. 민주당 법률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승원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지금 수사의 양이나 관련자 진술을 법정에서 다 들으려면 대장동 1심 판결이 2~3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이 대표가 내년 총선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만큼, 대다수 의원들로선 섣불리 움직일 수 없는 배경으로 꼽힌다. 일단 민주당 지도부는 ‘단합’을 강조하면서 대여 공세로 전열을 빠르게 정비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장외 투쟁 카드로 윤석열 정부 규탄에 나서는 동시에 김건희 여사 특검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 추진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이 대표도 당내 분란 가능성을 의식한 듯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갈등과 분열을 상대가 기대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이번엔(추가 출석일엔) 동행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