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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선발’로 WBC 1라운드 뚫으려는 이강철호,
“허약한 투수진” 평가 속 변화구·포크볼 능한 투수들 집중 투입 계획

2023 WBC(World Baseball Classic)에 참가할 30명의 국가대표 선수가 결정됐다. 이정후(키움 히어로즈), 박병호·고영표(KT 위즈) 등 일부 선수는 일찌감치 미국으로 건너가 개인훈련을 하고 있다. 대회가 열리는 3월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이정후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이전에는 스프링캠프에 들어가서야 프리 배팅을 시작했는데 올해는 프리 배팅을 마친 뒤 스프링캠프에 합류할 것이다. WBC에서 반드시 이겨 보이겠다”는 각오를 내비치기도 했다.
왼쪽부터 고영표(KT 위즈) 소형준(KT 위즈) 박세웅(롯데 자이언츠) ⓒ연합뉴스

변화구 좋은 고영표·소형준, 포크볼 뛰어난 박세웅 등 주목

대표팀 30명 면면을 살펴보면, 예전과 비교해 투수진이 다소 약해 보인다. 2020 도쿄올림픽 때보다는 그나마 나아 보이지만, 2008 베이징올림픽에 나섰던 김광현(SSG 랜더스)이 지금도 여전히 대표팀 에이스다. 양현종(KIA 타이거즈), 구창모(NC 다이노스), 고영표·소형준(KT), 박세웅(롯데 자이언츠), 정우영·고우석(LG 트윈스) 등이 김광현과 함께 대표팀 마운드를 이끌게 된다. 현재 KBO리그 최고 투수로 인정받는 안우진(키움)은 과거 학교폭력 이력으로 대표팀에 뽑히지 못했다. 안우진은 대한체육회로부터 3년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터라 올림픽·아시안게임·프리미어12 대표팀에는 영원히 뽑힐 수 없는 신분이다. 그나마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이 주관하는 WBC에는 참가할 수 있지만, 대표팀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기술위원회는 그를 배제했다. 조범현 기술위원장은 대표팀 30명 명단 발표 당시 “국가대표의 상징적 의미, 책임감, 자긍심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대표팀을 선발했다”고 밝혔다. 투수진이 약한 상황에서 이강철 WBC 대표팀 감독과 코칭 스태프가 택한 것은 맞춤형 선수 선발이다. 한국은 2013 WBC, 2017 WBC 대회 때 1라운드에서 떨어졌다. 코로나19 탓에 6년 만에 치러지는 이번 WBC에서는 1라운드 통과가 1차 목표일 수밖에 없다. 도쿄올림픽 때 저조한 성적(4위)을 냈던 터라 8강까지는 반드시 진출해야만 한다. 2라운드 진출을 위해 이강철호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기가 호주전이다. 한국은 일본·호주·중국·체코와 B조에 속해 있는데 제일 먼저 호주와 경기(3월9일 낮 12시)를 펼친다. 오타니 쇼헤이 등의 선발진을 갖춘 일본이 B조 최강이라고 볼 때 호주는 1라운드 통과를 위해 한국이 반드시 넘어서야만 하는 상대다. B조 1·2위만이 A조 1·2위와 겨루는 8강(3월15~16일)에 오르기 때문이다. 만약 호주전에서 패한다면 한국은 일본을 꼭 이겨야만 8강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이강철 감독이 “호주전에서 승리해야만 마음 편하게 일본전(3월10일 오후 7시)을 치를 수 있다”고 한 이유다. 호주를 꺾기 위해 이 감독과 기술위원회는 포크볼이나 커브 등 각도 큰 변화구를 던지는 투수들 위주로 대표팀을 구성했다. 땅볼 유도에 능한 투수들을 뽑아 내야수 또한 수비에 능한 이들이 제일 먼저 고려 대상이 됐다. 이 감독은 호주의 전력을 살피기 위해 1월5일 정현욱 대표팀 투수코치 등과 함께 직접 호주 시드니로 날아가 9일까지 호주프로야구(ABL) 경기를 관전하고 돌아왔다. 당시 이 감독과 동행했던 한 대표팀 코치는 “예상대로 호주 선수들이 잘했다. 강속구·체인지업 등은 잘 쳐냈다”면서 “호주 또한 한국을 잡아야만 2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으므로 한국전에 총력을 다할 것이다. 호주전은 연장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는 연장 10회부터 바로 승부치기(무사 2루에서 공격 시작)가 도입되기 때문에 발 빠른 박해민(LG) 등이 대표팀에 승선했다. 이 감독은 투수 보직 파괴도 예고했다. “투구수 제한(1라운드 최대 65개·2라운드 최대 80개)과 투구수에 따른 휴식일(50개 이상은 4일 휴식)이 있으므로 중간·마무리 투수도 선발로 나갈 수 있다. 김광현·양현종은 어린 선수들을 리드하면서 중요한 순간에 나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약한 투수력, 제한된 투구수를 고려하면 투수 교체 타이밍이 2라운드 진출 여부를 가름할 전망이다.  

김하성-에드먼 키스톤 콤비의 안정된 수비에 기대

투수진과 비교하면 야수진은 비교적 안정돼 있다. 양의지·이지영 등 포수가 두 명뿐이지만 포수는 본선 도중 다쳤을 경우 메디컬 진단 이후 교체가 가능하다. 1점 차 승부가 많을 것을 예상해 대타·대주자 요원을 더 보강한 이유다.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과 한국계 2루수 토미 현수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짝을 이루는 키스톤 콤비(유격수-2루수)는 이번 대표팀에서 제일 눈길을 끈다. 에드먼은 어머니 곽경아씨가 한국 출신으로, 2021년 내셔널리그(NL) 골드글러브 2루수 수상자다. WBC에 참가하는 선수는 부모 혹은 조부모 혈통에 따라 출전국을 결정할 수 있는데, 혼혈 선수가 한국 대표팀에 뽑힌 것은 에드먼이 처음이다. WBC 대표팀은 2월14일부터 28일까지 15일 동안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키노스포츠콤플렉스에서 단체훈련을 한다. 김하성·에드먼 등 빅리그 선수들은 팀 훈련 일정 등에 따라 합류 시기가 조율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팀은 훈련 시작 뒤 곧바로 연습경기에 들어간다. 2월16일 NC를 시작으로 19일 KIA, 22일과 24일 KT, 26일 LG와 겨룬다. 3월1일 잠깐 귀국하는 대표팀은 4일 일본 오사카로 넘어가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버펄로스(3월6일), 한신 타이거스(3월7일)와 마지막 연습경기를 치르고 대회 장소인 도쿄로 이동한다. 호주와 본선 첫 경기를 치르기 전에 최대 8차례 연습경기를 갖는데 선수들의 컨디션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함이다. 이강철 감독은 “선수들이 몸을 잘 만들어 후회 없이 했으면 좋겠다. 몸이 안 돼서 제 기량을 못 발휘하는 경우도 있는데 잘 만들어서 제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국내 프로야구는 현재 위기다. 코로나19로 가려져 있었으나 평균 관중이 나날이 감소하고 있다. KBO 사무국은 WBC에서 좋은 성적이 날 경우 인기 회복의 도화선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2009 WBC 준우승 이후 한국 야구의 ‘봄’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과연 이강철호는 2013년, 2017년의 굴욕을 잊게 만들 수 있을까. “위기는 기회”라는 이강철 감독의 말처럼 한국 야구가 WBC를 인기 회복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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