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와 관계에 대해 “만날 만한 계기도 없고 이유도 없다”
대북 송금 의혹은 “비즈니스 차원…회삿돈 아닌 개인돈 보내”
김성태 쌍방울그룹 전 회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관련된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부인했다. 김 대표는 북한에 송금한 자금에 대해서는 "개인 돈"이라며 태국 구금시설의 열악한 환경 등으로 자진 귀국을 택했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15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이 대표와의 관계에 대해 "만날 만한 계기도 없고, 만날 만한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 사람(이재명)을 왜 만나냐"며 "이재명 때문에 내 인생이 이렇게 초토화됐다"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은 이 대표와 전화 통화를 한 적도 없다며 변호사비를 대납할 이유가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재임 중이던 2018년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맡은 변호인들에게 쌍방울그룹의 전환사채 등으로 거액의 수임료가 대납 됐다는 내용이다.
이 대표도 최근 김 전 대표와의 관계에 대해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 대표는 지난 13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저는 김성태라는 분의 얼굴도 본 적이 없다"며 "(쌍방울과의) 인연이라면 내의 사 입은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김 전 회장은 대북 송금 의혹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그는 "당시 (중국) 단둥, 선양에 한국 기업들이 비즈니스를 하려고 많이 나가 있었다"며 "회삿돈을 10원도 준 게 아니고 내 개인 돈을 준 거니까 회삿돈 날린 것은 하나도 없다"고 강조했다. 사업적 이유로 북한에 송금한 것은 맞지만 회삿돈이 아닌 개인 돈을 썼다는 것이다.
대북 송금 의혹은 쌍방울이 2019년을 전후로 임직원 수십 명을 동원해 640만 달러(당시 환율로 약 72억원)를 중국으로 밀반출한 뒤 북측에 전달했다는 내용이다.
김 전 회장은 자진 귀국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서는 "수사 환경이나 가족들 환경이 너무 안 좋아서 빨리 들어가서 사실을 사실대로 밝히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에서 구속된 친동생, 태국 파타야에 수감 중인 매제 김아무개 쌍방울 재경총괄본부장, 태국에서 함께 체포된 사촌형 양선길 쌍방울 현 회장 등을 언급하며 "집안이 완전히 초토화됐다"고 말했다.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김 전 회장은 오는 17일 오전 대검 수사관들과 함께 한국에 도착할 예정이다.
그는 자본시장법 위반과 뇌물공여, 증거인멸,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쌍방울그룹을 둘러싼 각종 비리 혐의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쌍방울그룹의 주요 범죄 행위에 개입하거나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이에 대해 "회사에 피해준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데 검찰에 가서 해명할 것은 해명하고, 책임질 것은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5월 말 검찰의 압수수색을 앞두고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같은 해 7월 말 태국에 입국 도피 생활을 해왔다. 그는 지난 10일 양선길 회장과 태국 빠툼타니 소재 한 골프장에서 검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