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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칭 현지르포] 중국산 ‘물백신’이 코로나19 감염 확산 키웠다고 믿어
춘제 준비에 들뜨면서도 병원은 감염자로 넘쳐나는 대륙의 현실
“병원에서는 사진과 영상을 찍지 말라”
이에 분노한 중국인들이 11월26일 오후부터 28일 새벽까지 중국 주요 도시에서 대규모 거리시위를 벌였다. 충칭 시민들도 이에 참여했다. 해외에 안 알려졌을 뿐이지, 시위는 도시 전역에서 일어났고 양상은 상당히 과격했다. 당시 강력한 봉쇄가 이십 일을 넘어 충칭 시민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거리시위의 나비효과로 12월7일 중국 정부는 고집스럽게 지켜온 제로 코로나 정책을 버리고 위드 코로나로 전환했다. 그러자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속도로 증가했다. 특히 방역을 완화한 다음 날부터 4주 동안 확산세는 무서웠다. 중국 전역에 있는 필자의 중국인 친구와 지인 대다수가 코로나19에 감염되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공직자로 근무하는 이들마저 감염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얼마나 많은 중국인이 코로나19에 확진됐고, 얼마나 많이 사망했는지 아무도 모른다. 중국 방역을 총괄하는 국가위생건강위원회가 12월25일부터 확진자와 사망자 통계 발표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확진자가 폭증했던 12월23일 신규 확진자는 4128명에 불과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사망자 수로, 12월 전체가 40명에도 채 못 미쳤다. 이런 당국의 코로나19 통계에 대한 중국인들의 반응은 어떠할까? 1월9일 충칭시 지하철에서 만난 회사원 C는 “그저 해외에 홍보하기 위해 조작해 발표되는 수치일 뿐이다”며 냉소했다. 그는 “지난 한 달 동안 나뿐만 아니라 주변 가족, 친척, 동료 대부분이 코로나19에 확진됐다”면서 “한 달 동안 온라인으로 받은 부고장이 지난 3년 전체보다 더 많다”고 밝혔다. 필자는 중증 확진자의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충칭시의 한 병원을 찾았다. 1층 로비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로 보이는 환자 몇몇이 휠체어에 앉아 의료용 산소를 공급받고 있었다. 또한 의료진이 구급차에 실려온 중증 확진자를 집중치료실로 옮겼다. 필자가 이런 광경을 휴대폰으로 찍자, 1분 뒤 경비원 2명이 다가왔다. 그들은 필자의 휴대폰을 가리키며 “방금 찍은 사진을 보자”고 말했다. 사진을 살펴보며 “신분이 기자냐” “왜 이런 사진을 찍냐” “여기에 와서 무엇을 하려는 것이냐” 등 꼬치꼬치 깨물었다. 그러곤 로비에서 찍은 사진을 모두 삭제토록 하고는 필자를 병원 밖으로 쫓아냈다. 이 사실을 다른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 멍광리(가명)에게 얘기하니, 그는 더욱 놀라운 사실을 전했다. 멍은 “12월초 당국이 모든 의료진과 노동자에게 병원 내에서 그 어떤 사진과 영상도 찍지 말도록 명령했다”고 밝혔다. 만약 이를 어기고 외부로 유출하면 파면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멍은 최근 충칭시의 병원 상황에 대해 “이제야 한 고비를 겨우 넘겼다”고 말했다. 멍은 “12월14일부터 31일까지는 밀려드는 중증 확진자를 돌보느라 하루만 쉴 수 있었다”며 “진료 중 죽은 사람은 너무 많아 헤아리기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1월7일 다른 이가 찍은 한 대형 병원의 집중치료실 사진을 제공했다. 아주 심각한 상황은 아니지만 남은 병상이 하나도 없는 모습이었다. 멍은 “최악은 넘겼지만 여전히 집중치료실 병상이 부족할 정도로 중증 확진자가 넘쳐난다”고 말했다. 심각한 현실은 당국의 다른 수치에서 드러난다. 12월 하순 중국질병예방관리센터가 온라인으로 진행한 지역별 설문조사에서 베이징 83%, 상하이 70%, 쓰촨(江西)성 64%, 저장(上海)성은 35%의 감염률을 보였다. 이런 감염률로 인해 중국 전체로는 11월말 1%에서 한 달 만에 40%나 급증했다. 12월23일 외부로 유출된 국가위생건강위원회의 내부 회의록에는 “12월20일까지 14억 명인 중국 전체 인구의 18%에 달하는 2억4800만 명이 감염됐다”고 추정했다. 또한 오는 1월말까지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를 매일 최대 2만5000명으로 추산했다.“춘제 연휴에 더 확산될까 걱정”
이렇듯 불가사의할 정도로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한 배경에 대해 중국산 백신만 고집한 당국의 실책을 꼽는 중국인이 많다. 실제로 국가위생건강위의 통계에 따르면 12월 하순까지 중국 내 백신 접종률은 2회 90%, 3회는 60%를 넘어섰다. 특히 경제활동이 활발한 젊은 층과 중년층은 당국이 강압적으로 백신을 접종토록 해서 3회 접종률이 70%를 넘어섰다. 이런 상황은 2회 86%, 3회가 65%인 한국의 접종률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다. 문제는 중국에 거주하는 중국인과 외국인은 시노백·시노팜 등 중국 업체가 개발한 불활성화 백신만 접종했다는 점이다. 불활성화 백신은 독성을 없앤 바이러스를 주입해 체내에 항체 생성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그로 인해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방식인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보다 효능이 훨씬 떨어진다. 게다가 최근 중국에서 대유행하는 오미크론 바이러스의 하위 변이는 BF.7이다. 중국산 백신은 BF.7을 막는 데 거의 무용지물이다. 따라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중국 정부에 mRNA 계열 백신, 그중에서도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된 2가 백신 도입을 계속 권고했다. 심지어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중국에 mRNA 백신을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이런 호의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1월3일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 한 외신기자가 EU의 백신 제공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물었다. 이에 대해 마오닝 대변인은 “중국의 연간 백신 생산능력은 70억 도스 이상이고 생산량은 55억 도스를 넘어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거부 의사를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중국산 백신이 거의 ‘물백신’에 가깝다는 우려는 오래전부터 중국인들 사이에서도 불거져 왔다. 그렇기에 이번에 코로나19가 대유행하자, 홍콩과 마카오뿐만 아니라 외국에 나가 mRNA 백신을 접종하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홍콩과 마카오는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개발한 mRNA 백신을 11월1일부터 사용토록 승인했다. 이 백신은 상품명 ‘푸비타이’로, 중국 업체인 푸싱파마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공급한다. 홍콩과 마카오를 방문한 중국인이나 외국인은 비용만 지불하면 푸비타이 접종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12월 중순부터 푸비타이를 접종하러 홍콩과 마카오를 찾는 중국인이 급증했다. 1월8일부터는 유럽으로 가려는 이들이 생겨났다. 중국 당국이 2020년 3월 이래 지속해 왔던 입국자의 강제 시설격리를 해제했기 때문이다. 은행 간부로 고연봉자인 장이(여)도 그중 한 명이다. 장은 필자에게 “본래 춘제 연휴 기간에 외국인의 백신 접종이 수월한 독일에 가려고 했다”며 “1월5일부터 독일이 중국발 입국자에 대해 코로나19 검사 결과의 음성확인서 제출을 의무화했기에 스위스로 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위스는 외국인의 백신 접종비가 비싸지만, 입국 시 별다른 장벽이 없고 관광비자를 받기도 수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장은 “주변에 돈 좀 있다 싶은 친구와 지인 대부분은 34개월 만에 해외로 나가 즐기고 쇼핑할 계획을 잡고 있다”며 “나처럼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할 수 있는 2가 백신을 맞고 오려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중국인들은 앞으로 만끽할 일상에 대한 기대로 코로나19 대유행의 두려움을 떨쳐내고 있다. 스차오푸 거리에서 만난 회사원 D는 “향후 수개월 동안 많은 사람이 죽겠지만 다시는 제로 코로나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수억 명이 이동하는 춘제 연휴에 코로나19가 더 확산될까 걱정된다”면서도 “자유로운 삶과 생활이 더 소중하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이 겪는 상황은 다른 나라가 겪었던 위드 코로나 과정의 고통과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진실을 숨기고 통계를 조작하는 중국 정부의 행태가 전 세계를 불안케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