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보직 사퇴, 사장·등기 임원 조기퇴진
“한순간에 신뢰 무너져…존재 이유 부정 당해”
한겨레신문사 소속 간부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와 금전 거래를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한겨레 편집국장이 보직에서 물러난 데 이어 경영진도 조기 퇴진을 결정했다.
김현대 한겨레 대표이사 사장은 9일 직원들에게 보낸 글에서 "2월 초 대표이사 선거를 앞두고 있다. 저는 선거에서 당선자가 확정되는 그날, 사장으로서의 모든 권한을 새 대표이사 후보자에게 넘기고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등기 이사인 백기철 편집인과 이상훈 전무도 사퇴키로 했다면서 "저희들은 새 대표이사 선임을 위한 주주총회 진행 등 주식회사 운영을 위해 피할 수 없는 최소한의 법적 책임만 다하겠다"고 말했다. 새 대표이사 당선자가 확정되더라도 3월 주주총회까지는 기존 경영진이 권한을 행사하지만, 조기에 경영에서 손을 떼겠다는 의미다.
김 사장은 편집국 소속 간부의 금전 거래 파문에 대해 "한겨레가 가장 소중하게 지켜온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고 있다"며 "우리의 존재 이유가 근본적으로 부정당하고 있다"고 통탄했다. 그러면서 "한겨레를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제가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하고 제가 먼저 무릎 꿇고 반성해야 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앞서 류이근 편집국장은 김만배씨와 금전 거래를 한 편집국 간부 A씨의 관리 부실 책임을 이유로 이날 보직에서 사퇴했다. 류 편집국장은 "부적절한 인사를 중요 직책에 앉혔고 문제적 행동을 미리 파악하지 못해 회사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실을 입혔다"며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한겨레는 당분간 정은주 콘텐츠 총괄이 편집국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앞서 한겨레는 편집국 간부인 A씨가 2019년 당시 타사 기자였던 김만배씨와 금전 거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A씨를 직무에서 배제하고 지난 6일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시했다. 한겨레 측은 A씨가 "6억원을 빌렸지만, 2억여원을 변제한 상태이며 나머지도 갚겠다는 의사를 김씨에게 전달했다"고 해명했다면서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실체를 규명하겠다고 설명했다.
한겨레는 인사위원회를 통해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에 기반해 A씨에 대한 징계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검찰이 김씨 자금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알려진 6억원 외에도 3억원이 A씨에게 추가로 흘러간 정황이 포착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