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저축은행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의 PF대출 횡령과 관련해 업권 전체를 점검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저축은행들에 PF대출 관련 횡령 여부와 내부통제 작동 과정 등에 대한 자체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금감원은 향후 저축은행들로부터 결과를 보고받는 과정에서 횡령 등 범죄 혐의가 발견될 경우 직접 조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번 전수조사 지시는 최근 저축은행 PF대출 과정에서 횡령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 데 따른 조치로 분석된다.
실제 지난해 12월 한국투자저축은행 본사 위탁매매팀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업무를 담당해온 해당 직원이 대출금 약 8억원을 횡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문제의 직원은 부서 PF 대출금을 나눠 송금하는 업무를 담당하면서 수개월에 걸쳐 조금씩 자금을 빼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도 지난해 KB저축은행(94억원)과 모아저축은행(54억원), 페퍼저축은행(3억원), OK저축은행(2억원) 등 저축은행에서 거액의 횡령 사건이 발생했다. 대부분 PF대출 업무 과정에서 벌어진 범죄였다.
저축은행의 횡령사고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전달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이후 지난해 8월까지 저축은행 전체의 횡령 규모는 149억7140만원으로 은행(907억4010만원)에 이은 금융권 2위를 기록했다.
특히 PF대출은 구조상 횡령사고에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PF대출은 정해진 한도 내에서 건설 사업장의 공정률에 따라 대출이 여러 차례 실행되는데, 자금집행이 잦은 만큼 내부통제 부실을 틈타 자금을 횡령하기 쉽기 때문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10월 은행 및 저축은행·여신전문금융·상호금융 등 중소서민금융 업권과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운영 개선과제’를 마련한 바 있다. 그리고 같은 해 11월 이 과제 내용을 구체화한 ‘국내은행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사고 위험 직원의 순환 근무·명령 휴가제·직무 분리 등 취약 부문에 대한 통제 기능 강화 등이 골자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이 방안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왔다. 법 개정 없이 금융사들의 내부통제 기능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회사의 자율성에 상당 부분을 기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금감원도 이런 점을 의식하고 적극적인 저축은행 내부통제 점검 및 강화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