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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과실의 정도' 벗어난 과도한 소송" 법원 탄원서 '연판장'

 이공계 연구중심 특수대학인 유니스트(UNIST· 울산과학기술원)의 구매팀 직원 3명이 납품대금을 잘못 지급하는 바람에 학교 측으로부터 1억2000만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했다. 이와 관련, 해당 학교 노조는 '과실의 정도'를 벗어나 과도한 손배를 청구했다며 소송 취하를 촉구하는 연판장을 직원들에게 돌리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어, 파문이 확대될 전망이다. 
유니스트 제2연구동 모습. ⓒ 울산과기원 제공
  

계약업체, 잘못 입금 1억1900만원 꿀꺽하고 폐업 

 유니스트에 따르면, 지난 2015년 3월5일 구매팀 담당 직원들은 납품업체가 계약금액의 일부를 대출받는 공공구매론 제도를 통해 금융기관으로부터빌린 돈 1억900여만원을 연구기자재(분광계) 관련 업체인 태평양기술에 잘못 입금했다. 계약업체가 공공구매론을 통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받으면서 납품금액을 금융기관의 지정계좌로 입금토록 한다는 확약서를 학교 측에 제출했기 때문에 유니스트 구매팀은 대금을 은행으로 지급해야 했지만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이후 계약업체는 이 돈을 반환하지 않고 2015년 9월 폐업했다. 유니스트는 이 회사 대표를 '사기 내지 횡령' 혐의로 형사고소했지만, 검찰조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법인이 저지른 잘못을 개인에게 추궁할 수 없는 법적 허점으로 이 회사 대표는 민사소송 또한 모면했다. 학교 측은 계약업체로부터 돈을 받을 수 없게 되자, 팀장 등 구매팀 직원 3명에 대해 1억1900여만원 전액에 대한 손배 소송을 청구했다. 정무영 총장은 이와 관련, 노조의 소송 취하 촉구에 대한 회신을 통해 "고의성은 없었다하더라도 조그만 주의의무만 다했어도 기관의 큰 손해를 방지할 수 있었던 바 이는 중대한 과실"이라며 "담당자별 배상금액을 정할 수 없어 담당자 3명에게 연대해 손배 청구했다"고 해명했다. 울산과학기술원 직원인사규정상 손배 의무는 '직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일 경우 배상 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중대한 과실" vs "모든 직원 범할 수 있는 단순 과실"

 이에 대해 이 대학 참여노조는 재판부에 제출할 탄원서에 연명하는 연판장을 직원들에게 돌리는 등 공동대응에 나서고 있다.  노조는 "통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고의가 아닌 업무상 과실은 모든 직원이 범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불법행위가 아니며, 고의성이 없고, 중과실을 판단할 수 없으며, 배상 청구액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는 청구의 즉각 취하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고와 관련, 통상 연구기자재 계약업체로부터 억대 내지 수십억원에 이르는 납품을 받는 유니스트가 위험노출 직원에 대한 안전장치인 신원보증보험 가입을 제대로 하지 않은 데 대한 비판여론도 높다. 학교에서 피소된 실무 담당자인 이모씨(여)의 경우 지난 5년간 약 620억원을, 정모씨(여)의 경우 지난 3년6개월간 약 420억원의 구매업무를 수행하는 등 매년 평균 100억대 이상 납품을 받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 측은 직원에 대한 구상권 청구를 전제로 된 보증보험에 가입해 있다가, 이번 사고가 일어난 뒤인 2016년 3월에야 담보권을 높여 보험을 받을 수 있도록 신원보증보험으로 대체했다. 김규환 행정처장은 이 부분에 대해 "이번 청구소송은 학교측이 이들 직원들로부터 전액 배상을 받는 목적으로 제기된 것이 아니라 손해 일부라도 감면받을 수 있는 절차라고 보면 된다"며 "감사원이나 법원 만이 이들 직원들의 중과실 정도를 판단해 감면해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해당 구매팀 직원 3명 가운데 팀장 등 2명은 아직 그대로 근무하고 있고, 다른 1명은 다른 부서로 전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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