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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부, 비리 교수 중징계 통보에도 징계 '미적미적'…기숙사 속옷 절도까지

 운영 예산 전액을 정부로부터 지원받고 있어 국립특수법인으로 분류되는 유니스트(UNIST·총장 정무영)가 잇따른 학내 사건사고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이공계 연구중심대학으로 대부분의 학생들이 생활하고 있는 기숙사에서 해킹과 속옷 절도 등 갖가지 범죄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 교수의 경우 연구결과를 표절했다가 감독기관인 미래부로부터 중징계를 받는 등 학교 이미지가 크게 실추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잇따른 불미스런 사태에도 불구하고 대학 측의 대응은 미온적으로 일관하고 있다.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보다 미봉적인 수습에 급급하면서 잡음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유니스트(울산과학기술원) 제2 연구건물 모습. ⓒ UNIST 제공


 

생활관서 여학생 속옷절도…대학원생에 무기정학 내렸지만 


#사례1. 울산 울주경찰서와 유니스트 등에 따르면 지난 4월 초 유니스트 기숙사 여학생 전용 세탁소에 남자 대학원생 A씨가 침입, 속옷을 훔치다 발각됐다. 이 사실을 확인한 대학 측은 생활관장 명의로 A씨에 대한 기숙사 1년 입사 제한조치만 내리고 별다른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그것도 사건이 발생한지 2달 가까이 지난 시점이어서 학내에 큰 논란을 낳았다. 이후 대학 측은 징계위원회를 열어 해당 대학원생에 대해 무기정학 처분을 결정, 관련자에 통보했으나 여태 학내 공고를 미루고 있다. 해당 대학원생은 대학 결정에 대해 불복, 재심을 청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대학 관계자는 "밝힐 수 있는 대학 입장은 징계절차를 밟고 있다는 것 뿐"이라며 무기정학 처분 조치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대학원 교수 연구결과 표절…미래부 중징계 통보에도


 #사례2. 지난 2016년 한 해 동안 유니스트에서는 모 대학원 교수의 비리사건에 얽힌 파열음이 지속됐다. 한 대학원생이 2016년 봄 국가인권위원회에 투서를 접수하면서 해당 교수의 사건이 불거진 것으로 알려졌다. 투서 내용은 억대의 화재 보험금 허위 청구와 연구결과 표절, 연구비 횡령 등이다. 화재보험금 허위 청구 사건에 대해서는 올초까지 검찰의 수사가 계속됐고, 연구결과 표절 등에 대해서는 미래부가 지난해 10월 현장 감사를 벌여 12월28일 해당 교수를 중징계할 것을 유니스트에 통보했다. 해당 교수는 최근 화재보험금 허위 청구 사건에 대해서는 무혐의 판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와 별도로, 유니스트는 2017년 초에 연구 표절 통보에 따른 '연구진실성위원회'를 구성해 조사를 벌이고 있으나 7개월 째 징계 수위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학내 전상망 해킹 속출…​보안 불감증 여전 


#사례3. 3월2일 유니스트 기숙사(생활관)의 전산망을 해킹한 재학생 2명에 대해 1학기 유기정학 처분을 결정한 공고문이 내걸렸다. 이같은 사실은 사건 발생 2개월 여가 지난 5월 초 내부 고발자가 언론에 제보하면서 드러났다. 제보자는 "재학생들의 초보적인 해킹 기술에도 번번이 뚫리고 있는 이유는 유니스트의 보안 불감증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유니스트 학내 전산망이 해킹된 것은 지난 2013년 1건, 2014년 2건에 이어 2017년 3월 사건이 네 번째 사례다.  지난 2014년 3월 학교 정보시스템에 침입한 사건의 경우 학내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으나, 학교 측은 무마하기에 급급해 이들 동아리에 대해 '구두경고' 조치만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화이트해킹(보안전문) 동아리 회원은 당시 학교 정보시스템에 침입해 웹페이지 코드를 변조한 뒤 마치 자신들의 해킹 능력을 과시라도 하듯 메인화면에 버젓이 회원들을 모집하는 광고 배너를 게시, 학교 당국자들을 놀라게 했다. 울산과기원의 한 관계자는 "지난 2015년 대학이 과학기술원으로 바뀌는 등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학교 측이 성과 우선주의에 눈이 멀다보니 예상 못한 부조리 현상이 내부에서 곪아터지고 있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울산과기원은 2007년 국내 최초 법인화 국립대학으로 발족된 뒤 2009년 개교한 울산과학기술대학교가 전신으로, 2015년 9월 정부로부터 막대한 지원을 받는 과학기술원으로 승격됐다.  울산과기원은 카이스트(KAIST), 지스트(GIST·광주과학기술원), 디지스트(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에 이은 국내 4번째 과기원으로, 다른 과기원과 달리 대학이 과학기술원으로 전환한 첫 번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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