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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 선언 삼성 미래전략실, 간판만 고쳐 달 가능성 제기 아버지 그늘 벗어나 ‘이재용 친정체제’ 구축 시각도

삼성전자 홍보팀 내부에 홍보기획파트가 신설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미래전략실(미전실)은 해당 조직의 면면에 대해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를 통해 확인해 봤지만, 아직은 따로 정해진 역할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기존의 홍보와 리스크 대응을 강화하는 업무를 볼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만 내놨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미전실을 대신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보좌하기 위한 별도의 조직을 만들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삼성그룹 내부 한 관계자는 “앞서 2008년 ‘삼성 특검’ 당시 전략기획실(미전실의 전신)을 해체하는 과정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당시에도 여론의 압박에 밀려 전략기획실을 해체한 뒤 그 핵심인력들을 삼성전자에 머물게 했다가, 여론이 잠잠해진 뒤 미전실을 만들어 다시 불러들이는 방법을 사용한 바 있다. 정보 업무는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앞서 미전실 해체를 공언한 바 있다. 2016년 12월6일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 과정에서다. 미전실은 삼성그룹과 최순실씨 커넥션의 핵심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전실에 모든 정보들이 다 모여 있는 탓이다. 특검팀은 삼성이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설립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여원을 후원하거나,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독일 승마에 80억원가량을 지원한 것이 모두 미전실의 주도로 이뤄졌다고 파악하고 있다. 특검팀은 현재 이를 입증하기 위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6년 12월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 농단 의혹사건 진실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위 제1차 청문회’에 출석해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 사진 공동 취재단

신설된 삼성전자 ‘홍보기획파트’ 주목받아

 

그러나 삼성은 아직 미전실 해체를 위한 수순을 밟지 않고 있다. 로드맵조차도 수립되지 않았다. 미전실이 워낙 거대 조직인 데다 삼성의 핵심이어서 해체에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미전실은 전략팀·기획팀·인사지원팀·법무팀·커뮤니케이션팀·경영진단팀·금융일류화지원팀 등의 편제로 이뤄져 있다. 계열사에서 파견된 200여 명의 직원과 고위임원이 근무하고 있다. 여기에 특검 수사나 이로 인해 연기된 연말 인사, 삼성물산을 지주사로 하는 새 지배구조 개편 등 굵직한 현안도 즐비하다. 사실상 미전실의 즉각적인 해체는 요원한 상황이다.

 

재계에서도 어떻게든 미전실을 대신할 조직은 필요할 것이라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고급 정보를 수집하고 그를 바탕으로 그룹 전체의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컨트롤타워를 갑자기 없앨 수는 없다는 것이다. 계열사 간 업무조정이나 신수종사업을 위한 인수·합병(M&A) 등에 대한 의사 결정 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삼성그룹 외에 대부분의 대기업들도 그룹 전체를 컨트롤하는 조직을 가지고 있다. 롯데그룹의 정책본부와 SK그룹의 수펙스추구협의회 등이 바로 그런 경우다. 이들 조직은 미전실과 마찬가지로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나 해체 수순을 밟는 대신, 조직을 축소하는 수준으로 조직 개편을 단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전반의 살림을 돌볼 조직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재계에서는 미전실 역시 조직을 축소하고 조직명을 바꾸는 선에서의 개편이 이뤄질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앞서 삼성의 행적도 이런 주장에 무게를 싣는다. 삼성은 그동안 각종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컨트롤타워의 개편 작업을 벌인 바 있다. 미전실의 모태는 1959년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지시에 따라 만들어진 비서실이다. 이후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구조조정본부로 조직명을 변경해 운영해 오다 대선 비자금 연루 의혹에 휩싸이면서 2006년 전략기획실로 부서명을 바꿨다.

 

특히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촉발된 ‘삼성 특검’으로 이 회장은 2008년 전략기획실 해체를 선언했다. 이후 공식 해단식을 갖고 전략기획실 소속 임직원들은 원래 계열사로 흩어졌다. 그러나 핵심 인력들은 모두 삼성전자로 집결했다. 그리고 2010년 이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하면서 지금의 미전실을 만들고 핵심 인력들을 다시 불러들였다. 이와 관련해 삼성의 한 내부 관계자는 “그룹 안팎에선 이번에도 미전실의 규모를 축소해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하는 전자지주나 삼성생명 위주의 금융지주 쪽으로 인력을 분산 배치했다가 이후 새로운 제2의 미전실이 탄생하게 될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게 회자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보를 총괄하는 미전실의 막강한 힘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공교롭게도 이 부회장이 미전실 해체를 선언한 시점에서 삼성전자 내 홍보기획파트가 신설됐다. 이를 두고 과거와 동일한 컨트롤타워 해체, 재집결 수순의 거점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12월 홍보기획파트가 생겨난 것은 맞지만, 홍보팀에 직원이 충원되면서 일부 직원들의 업무가 조정된 것일 뿐 향후 미전실의 대체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홍보기획파트 직원들은 기존 업무의 연장선상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특혜 지원을 한 의혹을 받고 있는 장충기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이 2016년 11월18일 서울중앙지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이재용 부회장과 미전실의 ‘불편한 동거’

 

일각에선 이재용 부회장의 해체 발언이 ‘이재용 체제로의 전환’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 부회장의 청문회 발언은 내부적인 협의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고 돌발적으로 한 말도 아닐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 측 관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경영 전면에 나설 때부터 미전실에 대해 불편한 입장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문회 이전부터 이 부회장이 미전실을 해체할 것이라는 설이 삼성그룹 안팎에서 회자돼 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부회장의 이런 ‘부정적 인식’의 배경에는 미전실이 ‘통제 밖의 권력’이라는 점과 연관 짓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현재 미전실의 주축은 최지성 부회장과 장충기 사장이다. 최 부회장은 이 회장의 최측근 가운데 한 명이다. 장 사장은 이 회장 체제 때 그룹 내 2인자였던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 라인으로 분류된다. 이재용 부회장으로선 사실상 ‘부친의 그늘’ 아래서 경영 활동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삼성의 한 내부 관계자는 “컨트롤타워 조직을 이제는 JY(이재용) 자신을 위해 수족처럼 움직여 줄 인사들로 채워 넣기 위해 (미전실) 해체 선언을 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많다”며 “한편에선 ‘최순실 게이트’가 오히려 미전실을 정리하고 새로운 친정체제를 구축할 ‘명분’을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미전실은 해체해도 삼성의 막강한 정보력은 계속될 것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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