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무용론도 대두
“답답하다” “질문을 저렇게 밖에 못하나”
‘최순실 게이트’ 진상 규명을 위해 11월6일 오전 10시에 열린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를 지켜본 한 언론인의 평가다.
이날 청문회에는 9개 그룹 총수들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손경식 CJ 회장 등이다.
주요 그룹의 총수들이 대부분 출석했지만, 질문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집중됐다. 나머지 총수들은 사실상 들러리에 불과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자금 출연이 박 대통령의 요구에 따른 것인지, 정유라씨에게 말을 구매해주는 과정에서 모친인 최순실씨의 존재를 알고 있었는지 등이 질문의 요지였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진 것이 대가성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도 쏟아졌다. 기존 언론을 통해 제기됐던 의혹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럴 때마다 이재용 부회장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 부회장은 느린 말투로 “보고받지 않아 몰랐다”거나 “제가 부족한 탓이다. 실망시켜드려 죄송하다”식의 답변만 반복하며 즉답을 피했다. 사전에 연습한 말을 반복하듯 필요한 말만 되풀이했다. 결국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최지성 부회장과 장충기 사장을 오후 청문회 증인으로 신청하기도 했다.
오전 청문회의 유일한 성과는 기업의 수금 창고로 전락한 전경련 폐지론과 관련해 “개인적으로 전경련 활동을 하지 않겠다. 지원금도 끊겠다”는 답을 얻은 것이다. 하지만 최순실 사태에 대한 진상규명과는 거리가 있는 내용이었다.
당초 이번 청문회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은 높았다. 재벌 총수들의 입을 통해 자금 출연의 대가성 여부가 입증될 경우 박 대통령 등 관련자들에게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전 청문회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는 데 실패했다. 의원들의 준비 부족으로 같은 질문을 반복하면서 국민들의 실망감 역시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청문회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어 오후 국조특위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