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팀 영장 청구에 상당한 자신감 표해…혐의 입증 자료 다수 확보한 것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월12일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에 소환됐다. 최순실씨 일가에 수백억원대 자금 지원을 지시했거나,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한 혐의다. 여기에 뇌물공여와 국회청문회 과정에서 위증을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세간의 시선은 이 부회장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될 지 여부에 맞춰지고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특검팀)은 그동안 삼성그룹 수사에 집중해왔다. 게이트에 사명(社名)이 거론된 기업 가운데 최씨 일가에 대한 자금 지원 규모가 가장 컸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은 최씨가 배후에 있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주요 대기업 가운데 최대인 204억원을 출연했다. 또 승마 유망주 육성 명분으로 2015년 8월 최씨의 독일 현지법인인 코레스포츠와 220억원 규모의 컨설팅 계약을 맺고 35억원가량을 송금하는가 하면,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사준 명마 대금도 43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최씨와 그의 조카 장시호씨가 설립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2800만원을 후원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그 대가로 청와대가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권 강화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 도움을 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2015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추진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삼성물산 지분 11.21%를 보유해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 의결을 근거로 합병안에 찬성 의결권을 행사했다. 소액주주와 외국인 투자자들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비율(1대 0.35)이 삼성물산에 현저하게 불리하게 책정됐다고 합병 철회를 요구했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결국 삼성의 손을 들어주면서 합병이 성사됐다.
“특검팀 내부 구속영장 청구 의견 우세”
특검팀은 현재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 중 구속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수사에 자신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삼성 수사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수사팀은 앞서 장시호씨가 제출한 최순실씨의 ‘제2의 태블릿PC’를 통해 최씨가 대한승마협회 부회장인 황성수 삼성전자 대외협력스포츠기획팀장(전무)과 주고받은 다수의 이메일을 확보했다. 여기엔 최씨 일가에 대한 삼성의 지원 내역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또 최씨 지원의 실무 역할을 한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부문 사장이 최씨와 직접 수차례 접촉한 사실도 확인됐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이 최씨에 대한 지원을 사전에 인지한 정황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 2월 박 대통령과 독대할 당시 장씨가 만든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10억원 지원 계획안’이 전달된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특검팀은 이외에도 이 부회장의 혐의를 입증할 핵심적인 내용을 다수 보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특검팀 내부에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며 “조사 상황을 지켜본 뒤 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