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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디트로이트 소재 O사, 국내 자동차 부품 업체들에 수십억원대 편취…코트라 진상조사 착수
중소기업들이 해외 소송에 취약한 점 악용
코트라에 접수된 진정서에 따르면, 문제의 미국 회사는 디트로이트에 소재하는 O사다. 이 회사는 2013년 3월 국내 업체인 L사에 접촉해 자동차 부품 구매 의사를 밝혔다. O사는 L사에 보낸 회사소개서를 통해, 자사를 2001년 설립된 자동차 부품 제조공급 업체로 소개했다. 다수의 미국과 일본 주요 자동차 제조사를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으며, 전년도 매출이 2770만 달러 규모라는 점도 덧붙였다. L사는 이를 그대로 믿고 반년에 걸쳐 제품 샘플을 개발하고, 2014년 2월부터 납품을 시작했다.그러나 불과 2개월 만인 4월부터 납품대금 연체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L사는 그해 8월 미국신용평가회사로부터 O사의 신용평가자료를 받아봤다. 그 결과, O사는 회사소개서에 적시된 내용과 달리 신용도가 심각하게 낮은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O사의 신용평가자료에는 O사의 총자산이 8만7232달러, 매출은 69만7402달러로 나타나 있다. 설립연도는 2001년이 아닌 2005년이었고, 업종도 부품 제조가 아닌 도매였다. L사는 O사의 재무상황상 지급보증능력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납품대금 지급과 지급보증을 요구했다. O사는 이를 받아들이는 듯했으나, 제대로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L사는 추가 납품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웠다. 대금이 연체돼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2015년 초 L사는 담보제공에 대한 합의서를 요구했다. 이후 O사로부터 신용장거래와 담보제공을 약속받고 부품을 출하해 줬다. 이때 거래 규모는 1년간 양사 전체 거래 금액 10억원 가운데 25%에 해당하는 2억5000만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후 O사는 지금까지도 납품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외상으로 추가 납품을 해야 대금을 주겠다며 버티고 있다. 더 이상 거래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 L사는 거래를 중단키로 했다. 이 과정에서 3억원어치의 주문품을 전량 폐기하면서 모두 5억5000만원 상당의 피해를 입게 됐다. 그럼에도 O사는 피해 구제는커녕, 오히려 L사를 미국 연방법원에 영업방해 혐의로 제소하는 등 압박을 하고 있다. L사가 O사의 거래처에 중재를 요청한 것을 문제 삼았다. 이로 인해 L사는 매달 수백만원에 달하는 소송비용까지 지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O사는 L사와의 거래가 종료된 직후 국내의 또 다른 부품 회사인 S사에 접촉해 피해를 입혔다. S사의 피해 규모는 1억원 정도로 L사보다는 적다. 이처럼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었던 것은 사전에 O사의 신용정보를 파악했기 때문이다. S사는 O사의 재무상황을 이유로 신용장거래나 보증보험 등의 안전장치를 요구했다. 그러나 O사가 이를 거부하면서, 계약기간 3개월의 소규모 납품만을 진행키로 했다. 그러나 그마저도 계약 마지막 달의 납품대금은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지급하지 않았다. 현재 S사는 납품대금을 받기 위한 소송을 벌이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O사가 태생부터 문제가 많았던 기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O사는 당초 국내 자동차 부품 업체인 E사의 미국 법인 형태였다. E사는 2000년대 초반 해외시장 개척을 검토하는 단계에서 코트라에서 통역지원을 하던 권아무개씨를 알게 됐다. 권씨는 E사에 현지법인 설립을 도와주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E사 측은 사무실 임대료와 직원으로 채용한 권씨와 그의 남편, 동생 등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등 모든 사업자금을 지원했다. 그러던 2006년 미국 지사가 실적을 내기 시작하자 권씨는 물품대금을 회사에 입금하지 않고, 재고자산을 늘리기 시작했다. 이에 E사가 문제를 제기하자, 권씨 등은 미국 지사가 본인들 소유임을 주장했다. 미국 지사 설립 당시 권씨가 차명을 이용한 것이 화근이었다. 그러면서 현지에 파견된 E사 직원들을 회사에서 내보내는 등 분쟁을 발생시켰다. 이로 인해 E사는 권씨와 미국에서 2년 넘도록 소송을 벌였다. 합의를 통해 사건은 종결됐지만, 소송비용으로 40만 달러 이상이 소요되고, 미국 지사 설립이 무산되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E사와의 법률 분쟁이 종결된 직후 O사는 또 다른 국내 부품업체인 D사에 접근했다. 그리고 E사에 그랬던 것처럼 미국에 자동차 부품을 공급할 수 있게 해 주겠다며 에이전트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던 2012년 D사는 O사 측이 은밀하게 거래처에 입금계좌 변경을 신청해 14억5000만원가량을 횡령한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D사는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를 신청했다. 그 결과 O사가 D사에 이자를 포함, 18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이번에도 O사는 2014년 7월 미국 법원에 소를 제기하며 맞섰고,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O사가 지금도 여전히 국내 부품 업체와 거래를 이어 오고 있다는 데 있다. 제2, 제3의 피해 기업이 생겨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 한 피해 기업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어지는 소송에 대응할 인적·물적 여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악용한 사기행위”라며 “건전한 기업들의 사업 의지를 꺾는 행위”라고 성토했다.
코트라, 기업들 피해 구제 방도 마땅치 않아
이처럼 O사로 인한 복수의 국내 피해 기업이 줄을 잇자 코트라는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조사 결과 기업들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나더라도 코트라에서 피해를 구제할 방도는 마땅치 않다. 수사권이 없어 강제력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코트라는 대신 피해 확산 방지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코트라 관계자는 “진상조사 결과 문제가 발견될 경우, 회원기업들에 보내는 뉴스레터나 홈페이지를 통해 피해 사례와 수법, 유의 사항 등을 공개해 추가 피해 기업이 생기는 것을 막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