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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185명 ‘개헌추진모임’ 이어 원외 유력 인사 ‘국민주권회의’ 창립

정치권에서 또다시 개헌론이 꿈틀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으로 인해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거부감이 점차 커지고 있는 데다, 현재 여야의 대권 구도가 각각 ‘반기문 대세론’과 ‘문재인 대세론’이 강화되는 흐름을 보이면서 이를 흔들기 위한 ‘제3지대론’이 거론되는 상황과 맞물려 개헌론이 재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여야 의원 185명으로 구성된 개헌추진모임이 19대 국회에 이어 20대에도 결성됐을 뿐만 아니라 여야를 아우른 원외 유력 인사들의 개헌 모임도 9월23일 출범해 세력화에도 가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이번 개헌론이 단순한 헌법 개정 차원을 넘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 새판 짜기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전직 국회의장들을 비롯해 과거 보수·진보 진영에 몸담았던 원외 유력 인사들이 주도하는 ‘나라 살리는 헌법개정 국민주권회의’가 9월23일 창립식을 겸한 대선 주자 초청 토론회를 개최하면서 북한의 5차 핵실험과 경제위기론 등으로 인해 수면 아래로 내려갔던 개헌론이 다시 부상했다. 약칭 국민주권회의엔 김원기·임채정·김형오·정의화 전 국회의장, 유인태·조해진·문병호 전 의원, 이상수 전 노동부 장관,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 박형준 전 국회 사무총장 등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 인사들이 주축으로 참여했다. 출범식엔 정세균 국회의장과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 안희정 충남지사 등 여야의 대권 잠룡들이 참석했고, 개헌을 매개로 한 ‘제3지대 정계개편론’을 주장하고 있는 김종인 전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대한민국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개헌’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다.  
9월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나라 살리는 헌법개정 국민주권회의’ 출범식 및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국민주권회의 “현 정부 임기 내 개헌 마무리”

 국민주권회의는 내년 2월까지 개헌안을 만들고 박근혜 정부 임기 내에 개헌을 마무리한다는 로드맵을 세웠다. 만약 이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엔 차기 대선 주자들을 상대로 개헌 공약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개헌을 이끌어가는 ‘플랜B’도 검토하고 있다. 국민주권회의는 현직 의원 185명이 참여한 원내 개헌추진모임과도 연대, 원내·외에서 동시에 개헌 동력을 불러일으키겠다는 구상이다. 국민주권회의는 향후 국회 및 전국 지역순회 토론회, 인터넷·모바일 홍보 등으로 대국민 여론전을 이어갈 계획이다.  원내 개헌추진모임에 여야 의원 185명(새누리당 64명, 더민주 84명, 국민의당 33명 등)이 참여하면서 개헌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개헌추진모임에 속한 한 초선 비례의원은 “개헌을 바라는 의원들이 정말 많다. 지금 참여 의원이 185명인데, 15명만 더 참여하면 개헌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개헌에 찬성하면서도 여러 가지 이유로 모임에 참여를 안 한 의원들까지 감안하면 충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세균 국회의장도 9월22일 가진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잇따른 개헌모임 발족에 대해 “과거 권력자의 이해를 충족하기 위해서나 혁명의 결과로 개헌했다면 지금은 다수의 의원이 상향식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해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개헌 논의 방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분권형 개헌’ 매개로 ‘제3지대론’ 현실화될까

 그러나 기존 개헌론이 당위적 차원의 주장이었던 것과 달리 이번에 재점화된 개헌론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거론되는 ‘제3지대론’ 등 정치권의 새판 짜기, 일부 대권 주자들 간 연대 시나리오와 맞물리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우선 개헌을 고리로 한 ‘제3지대 연대론’은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각각 친박(친박근혜), 친문(친문재인) 지도부로 재편되면서 이른바 ‘반기문 대세론’과 ‘문재인 대세론’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지자, 양당의 비주류가 ‘분권형 개헌’ 등을 매개로 연합전선을 구축할 수도 있다는 게 주요 골자다.  실제 여야의 대선 키 플레이어로 꼽히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김종인 전 더민주 대표는 최근 일부 언론과의 대담 인터뷰에서 “더민주는 친문 패권주의가 완성단계고 새누리당은 친박 패권주의로 가고 있다”(김무성), “맞는 얘기다. 특정 세력이 정권을 쟁취할 때 나타나는 부작용을 봐 왔다. 그런 일이 벌어져선 안 된다”(김종인)라고 공감을 표하며 “내각제 요소를 가미한 연정이 필요하다”고 개헌에 대해 의견일치를 봤다. 김종인 전 대표는 또 9월23일 남경필 경기지사의 책사로 변신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조찬회동을 가지면서 ‘제3지대 정치세력’ 형성에 무게를 더했다.  또 다른 일각에선 본인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일부 대권 주자들 간 합종연횡의 매개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른바 ‘반기문-안철수 연합론’이 대표적인 시나리오다. 야권의 대표적인 전략통으로 평가받는 민병두 더민주 의원은 9월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본선이 시작되면서 대선 3파전이 전개될 경우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매개로 한 ‘반기문-안철수 연합’이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게다가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와 가까운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이 9월21일 한 라디오방송에 나와 안 전 대표의 여권 주자설과 관련, “여권의 분화나 개헌을 통해 새 구도가 제시되면 그때 가선 안 전 대표와 국민의당도 나 홀로 주장은 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며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이번 시나리오의 현실화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9월5일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이제는 국민이 주도하고 국민의 의견이 반영된 반영구적 국민 헌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건부 개헌론’을 밝힌 것을 두고 ‘경제 블랙홀론’을 고수해 온 청와대의 기류변화 조짐이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이상돈 의원은 기자와 만나 “이 대표는 박 대통령의 오케이가 없이 개헌론을 혼자서 얘기할 리가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고, 유인태 전 의원은 “(청와대의) 기류가 바뀌었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감지가 된다. 이제는 더 이상 (개헌을) 거부할 명분이나 실익도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분권형 개헌을 매개로 한 제3지대론이나 대권 주자들 간 합종연횡 시나리오의 현실화 가능성은 아직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대체적이다. 시나리오로는 충분히 가능한 얘기이긴 하지만, 넘어야 할 산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야권의 유력한 대권 주자들이 거리를 두고 있다. 시나리오에 등장한 안철수 전 대표는 반기문과의 연합론에 대해 “국민의당이 집권하는 게 제 목표”라고 선을 그었다. 안 전 대표는 개헌론에 대해서도 “개헌을 위해 180여 명이 모이는 게 수순이 아니라 (개헌안에 대한) 큰 틀에서의 합의가 필요하다. 걱정되는 게 180명이 모이면 각론이 180개가 되는 것”이라면서 “무엇보다 (개헌은) 박 대통령의 의지에 달려 있다. 대통령이 (개헌을)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면 (개헌) 논의가 힘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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