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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면 전환용’ 분석 지배적…실현될 지는 전망 엇갈려

“정국이 ‘블랙홀’에 빠질 수 있다.”

 2년 전 이렇게 말하며 개헌론을 일축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 카드를 꺼내들었다. 박 대통령은 10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국회 시정연설에서 “ 개헌을 위한 실무적인 준비를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현재의 헌법이 만들어진 1987년과 지금은 사회 환경 자체도 근본적으로 변화했다”는 이유다. 박 대통령은 “임기 내에 헌법 개정을 완수하기 위해 정부 내에 헌법 개정을 위한 조직을 설치해서 국민의 여망을 담은 개헌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면서 “국회도 빠른 시간 안에 헌법개정 특별위원회를 구성해서 국민여론을 수렴하고 개헌의 범위와 내용을 논의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대통령 단임제로 정책의 연속성이 떨어지면서 지속가능한 국정과제의 추진과 결실이 어렵다"면서 현재의 대통령 5년 단임제를 고치는 데 중점을 두고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대통령의 개헌 주장은 2년 전의 입장과 배치돼 주목된다. 2014년 10월 6일, 박 대통령은 “국회가 정상화돼서 이제 민생법안과 경제 살리기에 주력해야 하는데 개헌 논의 등 다른 곳으로 국가 역량을 분산시킬 경우 또 다른 경제의 ‘블랙홀’을 유발시킬 수 있다”며 개헌론을 잠재운바 있다. 이 때문에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와도 마찰을 빚었다. 김 전 대표는 10월 16일 중국을 방문해 “개헌 논의가 봇물이 터질 것”이라고 말했다가 하루 만에 청와대에 사과했었다. 이를 두고 김 전 대표의 개헌 주장이 청와대의 분노를 샀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0월24일 국회 본회의에서 2017년 예산안 시정연설을 통해

그럼 박 대통령은 왜 2년 전 반대했던 개헌론을 임기 말에서야 들고 나온 걸까. 우선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의 개헌 주장이우병우 청와대 민정 수석․최순실씨 등 측근 비리 의혹과 관련한 문제제기를 잠재우려는 ‘국면 전환용’이라는 시각을 내놓고 있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순수한 정치적 의도만 가지고 (개헌을) 얘기할 순 없다고 본다. 순수와 비순수 여러 목적이 있지 않을까 싶다. 정치권에 충격을 주고, 이슈를 물 타기 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라면서 “그런 면에서 대통령이 정치적 자원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도 “최순실씨 문제나 우병우 수석 문제 등 복잡한 측근 문제가 있다. 대통령은 이 부분을 풀어 나가야 할 시점에서 갑자기 개헌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 저의가 뭔지 상당히 의구심이 든다”면서 “순수하게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헌법을 바꾸려는 건지 국면전환용인지 많은 사람들이 의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의 개헌론이 제3지대의 동력을 약화하기 위한 정치적 고려도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최근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비박((非 박근혜계)․비문(非문재인계)’의 제3지대 세력이 ‘개헌론’을 중심으로 정계개편을 시도한다는 분석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제3지대의 주요 의제를 가져오려 한다는 것.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권이 지금 또 다른 혼란에 빠질 것이다. 개헌을 반대했던 사람은 찬성하고, (개헌)하자고 주장했던 사람은 속도를 내기 어려워지는 이상한 상황이 될 것이다”라면서 “야당이나 손학규 전 대표같이 최근 개헌 들고 뛰어나온 사람들이 동력을 잃어버릴 수 있는 계기가 있다. 개헌을 매개로 제3지대가 동력을 잃어버릴 수 있는 정치적 수”라고 분석했다.   한 새누리당 ‘친박(親박근혜계)’ 측 관계자도 “손학규 전 대표 등의 개헌 주장으로 여권이 흩어지려고 하니 이것을 개헌론을 통해 다시 결집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추진하는 개헌의 구체적 그림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새누리당 ‘친박(親박근혜계)’ 측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새누리당 대표시절 언급과 대선공약 등을 보면 ‘4년 중임제’에 무게가 쏠려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각책임제․분권형 대통령제 등 다른 방식의 개헌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박 대통령의 기존 입장을 봤을 때 개헌 제안과 함께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언급 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를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여전히 다른 정치적 수가 있다고 보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10월 24일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은 “당장에는 4년 중임제다, 내각책임제다 또는 분권형 대통령제다, 이러한 것들을 상정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럼 이번에 논의되는 개헌은 얼마나 실현가능할까. 이를 두고 전문가 사이에서 전망이 엇갈린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현직 대통령이 나설 때 개헌이 동력을 받지만, 임기 초반에 자신이 가진 기득권 대거 내려놓을 때 설득력을 갖는 것이다. 임기 말에 복잡한 문제 터진 상태에서 개헌론이 탄력 받긴 힘들다”면서도 “개헌론과 동시에 뜻밖의 파격적인 기득권 내려놓기가 있을지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과거 어느 때보다 개헌 가능성 있다고 본다. 과거에 비해 대통령이 의지가 있다는 것은 개헌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라면서도 “개헌방식을 두고 정치권이 논란을 거듭할 가능성이 있기에 개헌은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언급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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