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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오세훈·남경필·원희룡 등 여권 잠룡들의 ‘폭염 행보’
차기 대권을 노리는 여권 잠룡들이 새누리당 8·9 전당대회 경선을 기점으로 꿈틀거리고 있다. 이들은 여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을 관리하는 당 대표를 뽑는 전대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대선 몸 풀기에 나선 모양새다.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 대선주자들은 대권경쟁을 조기 점화할 태세다. 친박(친박근혜)에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옹립할 정치적 여건을 만들어주지 않고 판을 바꾸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반면 친박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반 총장에게 적극적인 구애를 펼치고 있다. 반 총장을 친박 대권후보로 내세우되, 비박 대선주자들의 정치 공세로 인한 타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비박 진영에선 김무성 전 대표가 가장 먼저 대권 시동을 걸었다. ‘반(反)박근혜’ 깃발을 들고서다. 민심 투어 중인 김 전 대표는 8월3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기자들을 만나 “전대를 앞두고 (대통령이) 특정 지역 의원들을 만나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박 대통령이 전대를 닷새 앞둔 4일 대구·경북(TK) 지역 초선 의원들을 만나는 것에 대해 반기를 든 셈이다. 김 전 대표는 “비박 정병국·주호영 후보 중 단일화하는 후보를 지원하겠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의 친박 당 대표 밀어주기에 맞서 비박 당 대표를 적극 돕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개헌론도 재점화했다. 개헌은 박 대통령이 국정의 블랙홀이 될 수 있다며 거부한 이슈다. 김 전 대표는 3일 전남대 인근 ‘광주 청년센터 아카이브’에서 청년들과 타운홀 미팅을 열어 “권력은 나눌수록 커지기 때문에 이제는 제왕적 권력구조를 바꿔야 한다”면서 “권력은 독점할수록 작아지고, 국민은 반발한다”고 말했다.
김무성 “제왕적 권력구조 바꿔야 한다”
김 전 대표의 이 같은 행보는 박 대통령과의 차별화로 받아들여진다. 미래 권력과 현재 권력의 충돌을 피하지 않고 정면 돌파하겠다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7월14일에 “앞으로 나라를 위해 이제는 할 말은 하겠다”고 선언한 그가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며 정치적 위상을 끌어올리는 대권 플랜에 착수한 것으로 간주된다. 그는 전대에서 비박 당 대표가 선출될 경우 협력체계를 구축해 박 대통령의 탈당 요구 등을 통해 친박 힘 빼기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반 총장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는 친박 진영을 흔들어 반 총장이 대선후보로 등장할 판을 깔아주지 않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김 전 대표는 8월22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해 옌볜대학교에서 열리는 한반도 통일 관련 세미나에 참석한다. 백두산 등반과 중국 내 항일 독립유적지 방문 등을 통해 진보층의 관심사인 통일 이슈를 부각할 방침이다. 남경필 경기지사의 행보도 예사롭지 않다. 남 지사는 최근 들어 여의도에서 정치권 인사들과 자주 접촉하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난 자리에선 개헌과 수도 이전을,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의 회동에선 수도 이전을 논의했다. 또 오세훈 전 서울시장, 정병국 의원 등과 함께 새누리당 대표 경선에서 비박 후보 단일화를 협의했다. 남 지사는 취임 이후 연정, 개헌, 수도 이전 등 ‘대한민국 리빌딩’ 이슈를 제기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 현안은 ‘도백(道伯)’보다는 대권주자에게 어울리는 것이다. 남 지사가 본격적인 대권 레이스 준비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그는 요즘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개혁성이 뚜렷한 남 지사에게 의구심을 갖고 있는 보수층을 껴안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남 지사는 8월3일 수원 경기도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8월 월례조회에서 “과거에는 내부 양극화 해소와 불공정성 척결이 가장 큰 화두였으나 지금은 안보문제, 생존, 북한 핵이 더 큰 고민”이라며 “공직자들이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와 후세의 안전은 담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남 지사는 최근 정무·특보라인 인사를 통해 친정체제를 강화했다. 대선을 준비하기 위한 예비 캠프를 방불케 한다는 시각이 많다. 8월2일 단행된 인사에선 대외협력 정책요원에 김성현 전 보좌관, 홍보정책 추진요원에 이길호 전 보좌관, 재정 및 경제분석 전문 요원에 김익흥 전 보좌관을 각각 임명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대선 출전 채비를 하고 있다. 오 전 시장은 서울 명륜동에 공생(相互依存)연구소를 개소했다. 연구소 이름은 오 전 시장이 생각하는 시대정신을 담은 것이다. 그는 ‘공존과 상생’을 대선 화두로 규정했다. 양극화와 부조리한 세상에 좌절하고 분노하는 국민의 삶을 개선하겠다는 그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관측된다.
오세훈 “스터디 모임 꾸준히 해 왔다”
오 전 시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권 준비와 관련, “분야별로 스터디 모임을 조직해 지난 1년 동안 꾸준히 해 왔다”고 털어놓았다. 오 전 시장은 무상급식 주민투표로 재선 서울시장 임기 중 도중하차하고 4·13 총선에서 낙선하는 등 잇단 불운을 겪으면서도 여전히 여권의 유력 차기 대권주자로 꼽힌다. 오 전 시장은 7월27일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후보들로부터 뜨거운 구애를 받으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오 전 서울시장의 종로구 당협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당원 간담회장에는 이주영·정병국·한선교·김용태·이정현 의원이 참석했다. 후보들은 일제히 오 전 시장을 치켜세우면서 오 전 시장과의 인연을 강조했다.원희룡 제주지사와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정중동이다. 원 지사는 대권 도전 여부와 관련, “제주지사로 갈 때도 노골적 ‘차출론’에 의해 간 측면이 있었다”면서 “차출될 정도의 상황이 온다면 그때는 제 계획(도정에 전념)이 다 무의미해지는 상황이 올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원 지사는 전문가 그룹을 통해 대권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 의원은 복당 이후 정치 보폭을 넓히기 위한 활로를 찾고 있다. 유 의원은 박 대통령으로부터 대구공항 이전이란 선물을 받자 상주 사드 배치 찬성으로 화답하며 박 대통령과의 관계 개선에 나섰다. 박 대통령이 유 의원의 대권가도를 방해하지 않도록 자세를 낮춘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자신의 측근 그룹을 중심으로 미니 대선 캠프를 가동 중이다. 조해진·이종훈·민현주·이이재 등 친유승민계 전 의원들이 정무와 정책, 홍보 분야에서 유 의원을 지원하고 있다. 친박은 자파 주축의 정권 재창출 카드인 반 총장의 대선 안착 방안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반 총장 대선행의 최대 걸림돌인 당내 경선을 무사히 통과하는 묘책을 찾고 있는 것이다. 한 친박 의원은 “반 총장은 경선만 통과하면 야당 후보를 꺾고 대통령이 될 확률이 70% 이상”이라면서 “국제적으로 지도력을 검증받은 반 총장이 경선에 참여해 필승하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