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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에 도전하는 게 맞는 길인지 의문”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지난 8월 중순부터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유럽을 순방했다. 깨끗한 정치와 직접민주주의를 내세워 로마 역사상 최초의 여성 시장을 배출한 오성(四星)운동의 디지털 정당을 비롯해 새로운 민주주의 형태를 직접 살펴보기 위해서다. 

 정 전 의장이 국내를 3주간 비웠지만 오히려 정 전 의장의 이름은 더 많이 회자됐다. 우선 내년 19대 대선을 앞두고 정 전 의장의 역할에 시선이 모아졌다. 친박(친박근혜)과 친문(친문재인)을 제외한 비주류 간 연합을 토대로 하는 이른바 ‘제3지대론’이 바로 그것이다. ‘늘푸른한국당(가칭)’을 창당한 이재오 전 의원과 더불어 정 전 의장의 싱크탱크인 ‘새한국비전’은 정계개편을 부를 태풍의 눈으로 거론된다.  정세균 신임 국회의장도 정 전 의장의 이름이 거론되는 데 한몫을 했다. 정 의장이 20대 국회 첫 정기국회 개회사에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퇴진을 요구하고 사드 배치와 관련한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면서 정 전 국회의장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이런 와중에 정 전 의장은 유럽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후 시사저널과 첫 언론 인터뷰를 가졌다. 정 전 의장은 지난 9월6일 여의도 새한국비전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친박·친문에서 대통령 후보를 내놔서 국민이 선택하게 된다면 과거를 답습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에 미래는 없다”면서도 대권 도전과 관련해서는 “대통령에 도전하는 게 맞는 길인지 의문이다. 나라를 바르게 이끌도록 어른 역할을 하는 게 도리”라고만 밝혔다.  
© 시사저널 박은숙

  

이재오 전 의원이 오늘(9월6일) 늘푸른한국당 창당발기인대회를 열었다. 

 이 전 의원은 평생 정치인이다. 올바른 정치를 한 번 만들어보겠다는 의지는 당연히 있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시작한 것 아닌가 싶다.   

제3지대론이 주목을 받으면서 이 전 의원과 함께 정 전 의장도 거론되고 있다.

 사실 ‘3지대’라는 용어부터 마음에 들지 않는다. 3지대라는 것은 1지대·2지대 다음 아니냐. 지대를 얘기한다면 (늘푸른한국당 축사에서도 얘기했는데), 친모(某)가 바로 친박과 친문이다. 이 둘은 모두 양극단에 가 있다. 그것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얘기하는데 나머지라고 해서 중도는 아니다. 거기에 뭔가 불만 가지거나 동의할 수 없는 사람들이 모여서 하나의 지대를 만든다고 한다면 그것은 할 수 있는 것이지만, 내가 얘기하는 것은 그것과 다르다.   

어떤 점이 다르다는 것인가?

 내가 얘기한 ‘빅텐트’ ‘플랫폼’은 권력에 대한 사리사욕을 비우고, 총체적 난국에 빠진 나라를 바로잡기 위해 나서자는 거다. 그것을 3지대라 말할 수는 있겠지만, 언론에서 말하는 제3지대는 다음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후보를 별도로 모은 3지대에 불과하다. 내 말뜻은 약간 뉘앙스가 다르다. 난 ‘정상지대’라 한다. 우리나라 정치가 대전환기에 왔다고 본다. 대선 앞둔 이 상황과 대선 끝나고 딱 2년3개월, 지금부터 4년 정도. 이 기간 동안에 대한민국이 기로에 서 있는 상황이고, 이 기로에서 미래로 나아갈지 퇴보할지가 결정될 시기에 와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 정치 양태는 아날로그식이었다. 이합집산·합종연횡·보스정치·계파정치·권력지향적 정치였다. 이런 것을 이제는 탈피할 시대가 왔다고 본다. 만약 그런 식으로 해서 다음 대통령이 나오면, 친박·친문에서 대통령 후보를 내놔서 국민이 선택하면 과거 그대로 가는 것이다. 대한민국에 미래는 없다.   

그렇다면 정 전 의장이 보는 미래지향적인 정치는 무엇인가.

 이제는 보스·계파정치가 아닌 하나의 팀플레이가 돼야 한다. 어느 개인이 대통령이 돼서 소위 말하는 제왕적인 권한을 가지고 국가를 끌고 가는 것은 이제 불가능하다. 우리 사회가 다양화됐기 때문이다. 이제 여러 그룹이 팀을 이뤄서 팀이 나라를 끌고 가는 시대가 와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제도를 바꿔야 한다. 그래서 나온 게 개헌이다. 권력을 쥐는 게 정치의 목적이라고 하는데, 지금 나라가 어떻게 됐나. 정치는 물론이고 외교·경제·사회·문화·교육·의료·보건 전부 다 총체적인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총체적 난국에 빠진 상황이다.  

개헌이 꼭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1987년 헌법이란 게 포커스가 어디 있었나. 결국은 1인 독재 막자는 데 있었다. 그때 대통령 임기를 5년으로 결정했는데, 독재를 막자고 하다 보니 단임제로 가게 된 것이다. 지금은 사회가 변했다. 다양성이 늘다 보니 어느 한 사람이 전부 컨트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재는 아웃 오브 컨트롤(Out of control) 상황이다. 신경외과 의사가 산부인과·내과를 다 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사회가 변한 만큼 체제를 바꿔줘야 한다. 분권도 중요하다. 분권한 지 20년인데, 이것이 하나의 경험이 돼서 분권이 강화되고 지자체가 제대로 돌아가야 하는데 다 중앙에 예속돼 있다. 개헌은 물리적으로 박근혜 정부 동안은 어렵다. 대신 차기 대선 주자들이 공약으로 취임 후 1년 안에 어떤 형태로 개헌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래서 다음 대통령은 21대 국회가 개원하는 2020년 5월까지 2년3개월만 임기를 수행하고,  21대 국회의원 선거 때 대선을 같이 치러야 한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9월6일 국회 헌정기념에서 열린 늘푸른한국당 창당발기인대회에 참석해 이재오 전 새누리당 의원과 악수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 전 의장이 차기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지금과 같은 에너지를 가지고 나라를 위해 일할 기간을 10년 정도로 보는데, 이 기간 동안 대통령에 도전하는 게 맞는 길인지 의문이다. 국회의장을 했던 한 사람으로서 내가 가진 신념과 철학으로 바르게 나라를 이끌도록 앞에서 어른 역할을 하는 게 맞지 않냐고 생각한다.

 

 

친박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민다는 얘기가 계속 나온다.

 

대선과 관련해 반 총장을 만나본 적 없다. 반 총장으로서는 몇 가지 고민이 있을 것이다. 첫째로 유엔 사무총장을 했기 때문에 대선이 (나서기) 굉장히 부담스러울 것이다. 만약 후보 과정이나 선거 과정에서 낙선됐을 때 잃는 게 너무 많다. 반 총장이 지난번에 JP(김종필)를 만난 일이 있는데, 난 그것을 한마디로 ‘실패작’으로 본다. 내가 봐도 기존 정치인과 너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라면 저렇게 안 했을 텐데라고 생각했다. 총선 이후 지금까지의 (새누리당에 대한) 민심을 안 볼 수 없다. (또한) 반 총장은 노무현 정권 때 외교부 장관을 하지 않았나. 그래서 오히려 본인이 꼭 할 생각이 있다면 내가 생각하는 정상지대에 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만 변수가 생길 수 있을 것이다.  

국민들이 바라는 차기 대통령의 상(像)은 무엇이라고 보나

 소통이 되는 대통령, 소박한 대통령, 소신 있는 대통령을 바랄 것 같다. 억울한 일이 있으면 직접 전화하면 받아줄 것 같은 사람, 그 정도로 소통된다고 느끼고 소박하다고 느끼는 그런 대통령. 구중궁궐에 있는 이미지는 아닌 것 같다. 둘째는 평범한 가정에서 정상적으로 자란 사람인데 비범한 사람, 국민들이 봤을 때 정의롭고 공정하고 올바른 심성을 가진 사람을 바라지 않을까. 더불어 갈 수 있는 배려심이나 통합력도 필요하다.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회사가 논란이 됐다. 

 국회의장은 2년간 국회를 원만하게 끌고 가야 한다. 일단 여야를 막론하고 문제가 일어나면, 2년이 피곤해질 수 있다. 가능한 한 공정한 잣대를 보여줘야 2년간 리드할 수 있는 힘이 생길 텐데, 그런 면에서 (정 의장의) 힘이 약화될 수 있다고 본다. 현안에 대한 얘기들을 조금 우회적으로 표현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있다. 물론 정치인이 정치적 발언을 하는 건 당연하지만, 의장으로서는 조금…. 퇴임사에서 하면 좋았지 않았겠나.   

의장실을 점거하고 정 의장에게 사퇴를 요구한 새누리당의 대응은 어떻게 보나. 

 그것도 좀 과하다. 국민들이 그런 것에 피곤해한다. 국민들은 민생 때문에 죽겠는데, (정쟁이) 요즘엔 더 악화됐다. 그런 상황에서 말 가지고 그러면 (국민들이) 짜증 난다. 정치는 좀 진득하게 해야 한다. 너무 스파이크식으로 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은데 그것은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봤을 때 아니다. 국민들이 생각할 수 있게 해 주는 게 낫다. 자기 마음에 안 든다 해서 탄핵하고 점거하고…. 이런 것은 지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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