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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야구 티켓 누가 거머쥘까… 4위에서 9위까지 안갯속 경합

“저희 아직 포기 안 했어요.”

 

8월16일 롯데 자이언츠의 한 선수가 들려준 말이다. 당시 롯데는 승률 0.453으로 리그 8위까지 내려앉은 상황. 팀당 40경기도 남지 않은 시즌 막판임을 감안하면, 포스트시즌 진출 꿈을 접어도 이상할 게 없는 시점이다. 그런데 전혀 포기하지 않았단다. 이유가 무엇일까. 

 

“만약 상위권 팀과 게임차가 많이 난다면 팀 분위기가 죽을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실제 순위표를 보면 전혀 그렇지 않아요. 4위부터 9위까지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 않거든요. 그래서 지금 순위는 8위지만, 실제로는 8위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아요. 우리 팀이 연승을 하고, 다른 팀이 연패를 하면 얼마든지 순위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선수들 모두가 희망을 갖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사실이다. 8월18일 현재 KBO리그 순위표는 3강-6중-1약 체제로 중위권 6개팀이 치열한 순위 경쟁을 펼치는 중이다. 4위 SK의 승률이 0.495로 5할이 되지 않는다. 5위 KIA와 6위 LG는 불과 반 게임차로 박빙이다. 4위 SK부터 9위 삼성까지 게임차는 5.5게임에 불과하다. 산술적으로 따지면, 삼성이 일주일 내내 연승을 하고 SK가 내내 연패를 하면 순위가 뒤바뀔 수도 있는 간격이다. 8위 팀도 9위 팀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희망을 갖는 이유다.

 

 


부상 속출, 약점 뚜렷…중위권 판도 ‘몰라요’

 

전반기 종료 시점까지만 해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SK의 4위 자리는 안정적, 5위로는 투수력이 탄탄한 KIA가 유리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시즌이 8월로 접어들자 상황이 급변했다. ‘무조건 4강’처럼 보였던 SK는 부상자 속출로 위기에 빠진 반면, 하위권에 처져 있던 LG는 ‘파죽의 9연승’을 달리며 4위와의 격차를 바짝 좁혔다. 한 방송 해설위원은 “지금 4위부터 9위까지 각 팀 상황을 보면 주축 선수 중에 부상자가 많아 100% 전력을 가동하는 팀이 거의 없다”며 “팀마다 약점도 워낙 뚜렷해서 시즌 끝날 때까지 결과를 예측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실제 4위 SK부터 9위 삼성까지 중위권 팀들은 하나같이 부상에 신음하고 있다. SK는 주포 최승준이 빠진 데 이어 에이스 김광현과 마무리 박희수까지 전력에서 빠져나갔다. 최근 김광현이 1군에 돌아오긴 했지만, 김용희 감독은 당분간 김광현을 선발보다는 불펜으로 기용할 계획이다. 여기에 시즌 중반 합류한 외국인 투수 라라까지 부진한 모습이라 SK의 강점인 선발 마운드가 전혀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후반기 SK 선발진의 평균자책은 7.34로 10개 구단 중 최악이다. 

 

5위를 지키고 있는 KIA는 부상 선수들의 복귀 시점이 관건이다. 후반기 KIA는 14승12패 승률 0.538로 분위기가 나쁘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외국인 원투펀치의 한 축인 지크가 팔꿈치 통증으로 엔트리에서 빠진 상태라 8월말까지는 헥터-양현종으로 선발진을 끌어가야 한다. KIA의 강점이 선발투수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좋은 소식은 아니다. 

 

KIA는 우완 에이스 윤석민과 김진우의 복귀 시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윤석민은 최근 퓨처스리그 등판에서 패스트볼 구속이 시속 130km 초반에 그쳐 실망을 안겼다. 역시 부상으로 재활 중인 김진우는 8월말 퓨처스리그에서 실전 피칭을 한 뒤 9월초 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비슷한 시기 군복무 중인 안치홍-김선빈 키스톤 콤비도 팀에 합류할 예정이라 그 이전까지 5강권에서 버티기만 하면 충분히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능하다는 게 KIA의 계산이다. 

 

 

“마지막 16경기에서 승부 갈릴 것”

 

LG 트윈스는 후반기 들어 타선이 폭발하며 팀 성적도 탄력을 받고 있다. 후반기 팀타율 0.316으로 전체 2위, 팀출루율도 0.378로 3위, 팀득점도 161점으로 3위다. 전반기 부진했던 오지환이 후반기 7홈런으로 폭발한 데다 박용택(후반기 0.361)·김용의(0.412)가 타선을 이끌고 있다. 불안했던 불펜도 마무리 임정우와 이준형-윤지웅-김지용 등 젊은 투수들을 축으로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후반기 부진한 소사(평균자책 6.00)를 비롯한 선발진만 제 모습을 찾는다면 충분히 5강 진입을 노려볼 만한 기세다.

 

7위 한화부터 9위 삼성까지 하위권 그룹은 특히 부상자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한화는 외국인 투수 로저스를 시작으로 배영수·안영명·송은범·장민재가 차례로 투수진에서 빠져나갔다. 후반기 포크볼 비율을 높이며 상승세를 타는 이태양을 제외하면 5이닝을 채우는 선발투수가 전무한 상태다. 여기에 야수들 중에도 이런저런 부상에 시달리는 선수가 한둘이 아니다. 2015시즌 108경기를 치른 시점에 한화는 53승55패로 5할 가까운 승률을 기록했다. 올해는 108경기를 치른 현재까지 48승57패로 승패마진이 -9승이다. 올해는 로저스 같은 괴물 외국인 투수도 없는 상황이다. 포스트시즌 진출 전망이 그리 밝지 않은 한화의 현주소다.

 

롯데 자이언츠도 상황이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롯데는 8월6일부터 8월18일까지 치른 11경기에서 3승을 올리는 데 그쳤다. 3승 사이에는 4연패가 두 차례다. 지난해 에이스였던 린드블럼은 시즌 마지막까지 일관되게 부진한 모습이고, 전반기를 책임진 레일리는 후반기 들어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8월18일에는 외국인 타자 맥스웰마저 훈련 도중 입은 손가락 미세골절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내야수 오승택의 복귀라는 호재가 있긴 하지만 5강 진입 경쟁에서 불리한 처지에 놓인 것은 사실이다.

 

눈여겨볼 팀은 창단 이후 처음 최하위권을 경험하고 있는 9위 삼성이다. 삼성은 후반기 들어 팀타율-출루율-장타율 모든 부문에서 1위에 오르는 막강 공격력을 과시하고 있다. 최형우의 부상 복귀에 구자욱·배영섭·박해민·이승엽 등 주축 타자 대부분이 불방망이를 휘두르는 중이다. 무너졌던 마운드도 후반기에는 팀 평균자책 3위(5.16)로 비교적 안정을 찾은 모습이다. 후반기 삼성은 13승11패 승률 0.542의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5위 KIA와의 게임차는 4경기로 남은 게임 수를 감안하면 전혀 불가능한 격차는 아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남은 시즌 판도에 대해 “이전까지 128경기를 하다가 144경기로 경기 수가 늘어났다”며 이런 예측을 내놨다. “결국 그 늘어난 경기 수 안에서 순위가 판가름 날 것이다. 지난 시즌에도 128경기를 지난 시점에서 순위가 갈렸다.”

 

실제로 지난 시즌 팀당 127~130경기를 치른 9월14일 당시 리그 5위는 롯데, 6위는 KIA, 7위는 한화, 8위는 SK가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시즌이 끝났을 때 5강 마지막 자리를 차지한 팀은 SK였고, 5위였던 롯데는 8위로 시즌을 마쳤다. 마지막 16경기에서 중위권 판도가 완전히 요동친 것이다. “올 시즌도 끝까지 두고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시즌 끝나 봐야 안다.” 염 감독의 말처럼 아직은 어느 팀도 낙관하기도 포기하기도 이른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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