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계 벗어난 두산·NC…중하위권 팀들은 ‘전력평준화’
개막 4개월째를 앞둔 2016시즌 KBO리그 순위표가 ‘전력평준화’를 이뤘다. 평준화는 평준화인데, 1위부터 10위까지 모든 팀이 아닌 중하위권 팀들 간의 평준화라서 문제다. 순위표의 꼭대기에는 인간계를 벗어난 두 팀 두산과 NC가 있다. 6월29일 기준으로 두산은 승률 0.694로 단독 1위, NC는 승률 0.636으로 두산에 다섯 게임 뒤진 2위에 올라 있다. 그 뒤로는 젊은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넥센과 오른손 거포들의 홈런이 불을 뿜는 SK가 5할대 초반 승률로 4강권을 형성했다.
재미있는 건 5위 KIA부터 10위 한화까지 중하위권 순위 싸움이다. 와일드카드 진출이 가능한 마지노선인 5위 KIA부터 꼴찌 한화까지의 승차는 불과 4게임 반으로 ‘도토리 키재기’다. 산술적으로 따지면, 일주일 만에 순위표가 완전히 뒤집힐 수도 있다.
마운드를 보면 순위가 보인다
이처럼 중하위권 경쟁이 혼전 양상을 보이는 가장 큰 원인은 각 팀 마운드 사정에서 찾을 수 있다. 6월29일까지 팀 평균자책 순위를 살펴보면 두산-SK-NC-넥센-KIA가 4점대 평균자책으로 상위권에 올라 있다. 실제 팀 순위표와 거의 일치하는 결과다. 마운드가 안정된 팀은 계산이 서는 경기를 할 수 있다. 쉽게 연패에 빠지지 않고 큰 기복 없이 안정적으로 팀을 꾸려갈 수 있다. 올 시즌 두산은 이미 7연승과 8연승을 한 차례씩 달성했다. NC도 6월 첫 경기부터 내리 15연승을 달렸다. 마운드가 강하고 균형 잡힌 전력을 갖춘 팀이라야 가능한 결과다.
마운드가 약한 팀은 정반대다. 매 경기 매 이닝이 불안하고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 타선이 터지는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의 경기력 차이가 크다. 최하위팀 한화 이글스가 대표적인 예다. 한화는 선발투수가 평균 4이닝도 버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간다. 경기 중반만 되면 불펜투수를 무더기로 쏟아 붓는 경기를 한다. 어쩌다 선발이 오래 던지거나 점수가 많이 나서 이겨도 기세를 다음 경기까지 이어가지 못한다. 어느덧 9위로 내려앉은 kt 위즈 역시 마찬가지다. 불펜은 나름대로 강점이 있지만 선발이 워낙 약한 탓에(선발 평균자책 6.10으로 9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팀 OPS 최하위(0.740)의 약체 타선 탓에 불펜이 이기는 상황에 나올 기회가 거의 없다는 것도 문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중하위권 팀들이 비슷한 문제와 씨름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는 팀 득점은 400점으로 리그 4위에 올라 있지만 실제 팀 순위는 6위다. 선발투수 평균자책 7위(5.55), 불펜 평균자책 9위(5.57)의 허약한 마운드가 문제다. 브룩스 레일리 외에는 믿고 내보낼 만한 선발투수가 없다. 송승준이 부상으로 이탈하고 지난해 에이스였던 린드블럼이 무너지면서(평균자책 6.06) 선발진이 붕괴했다. 선발투수 붕괴는 불펜 과부하로 이어졌다. 스토브리그에서 윤길현과 손승락을 FA로 영입해 불펜을 보강했지만 약한 선발진 탓에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5년 연속 정규시즌 1위팀 삼성도 투수력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팀이다. 삼성은 6월5일 한화전 웹스터의 선발등판 이후 근 한 달을 외국인 선수 없이 경기를 치르는 중이다. 외국인 투수 벨레스터가 일찌감치 퇴출됐고, 대신 데려온 레온도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졌다. 에이스 역할을 기대한 웹스터도 마찬가지다. 윤성환과 차우찬이 마운드를 지키고 있지만 외국인 두 명의 공백을 채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여기에 전통적으로 삼성의 강점이던 불펜마저 평균자책 최하위(5.88)로 완전히 녹아내리면서 류중일 감독을 당황하게 하고 있다.
KIA, 중하위권 최종 승자로 예상
5월 중순까지만 해도 리그 4위를 유지하던 LG는 6월 들어 부진한 경기력을 보이며 7위로 주저앉은 상황이다. 팀 평균자책은 5.16(6위)으로 나쁘지 않은 편이지만 득점력이 워낙 떨어지는 팀 타선(355점)이 문제다. 팀 득점은 물론 팀 홈런·팀 도루·팀 장타율 등 공격 지표 대부분이 최하위권이다. 세대교체를 선언한 양상문 감독이 과감하게 젊은 선수들 위주의 라인업을 가동하고 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시즌 100타석 이상 출전한 주전급 야수 중 대체선수 대비 기여승수(WAR)가 마이너스를 기록 중인 선수가 5명(오지환·이천웅·임훈·정주현·정상호)이나 된다. 주전 타자가 경기에 출전하면 출전할수록 팀에 오히려 손해를 끼친 셈이다.
한편 5위 KIA는 ‘미스터리의 팀’이다. 팀 득점과 실점만 놓고 보면 3위 넥센과 큰 차이가 없는 경기를 펼치고 있다. 팀 득실점을 기반으로 측정하는 ‘피타고리안 기대승률’상으로 KIA는 0.517을 기록 중이며, 이는 3위 넥센의 0.518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넥센이 실제 승률 0.528을 기록 중인 반면, KIA는 0.471로 5할 이하의 저조한 승률에 그치고 있다. 스무 차례의 1점차 승부에서 7승 1무 12패에 그친 게 기대 승률과 실제 승률의 괴리로 이어졌다.
다만 실제 승률은 점차 기대 승률에 수렴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즌 중반 이후 KIA가 5할 승률에 근접하면서 5강 한 자리를 굳힐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하다. KIA는 6월말 마무리 임창용의 가세로 불펜이 크게 강화됐다. 타선에서도 베테랑 김주찬-이범호-나지완의 활약에 노수광-이홍구-김호령 등 젊은 선수들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헥터-지크-양현종으로 구성된 선발 마운드도 탄탄하다. 중하위권 대혼전의 최종 승자로 KIA를 예상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