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증거가 없으면 ‘모르쇠’, 있으면 ‘남 탓’”
이재명 혐의 부인...검찰, 징역 2년 구형-1심 선고 11월
“분명한 것은 최소한 이 사건에 대해 말씀드린다면, 제 기억에 어긋나는 거짓말을 일부러 한 적이 없습니다. 말도 안 되는 누명을 썼다고 생각합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0일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을 반박하며 이처럼 최후 변론했다. 검찰은 이날 결심 공판에서 이 대표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1심 재판부의 판단은 오는 11월15일 오후 나올 예정이다.
이로써 지난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이 마무리되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지난 2021년 12월22일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대장동 사업 실무자’인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몰랐다는 취지로 말한 혐의(허위사실 공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대표가 같은 해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국토교통부의 압력 때문에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를 용도 변경했다고 말한 사실도 검찰 공소사실에 포함됐다.
‘편파적인 증거 채택’ 검찰 맹폭한 이재명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올 하반기 법조계뿐 아니라 정치권에도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번 사건뿐 아니라 위증교사 혐의로도 조만간 1심 판단을 받을 예정이다. 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이 외 다른 형사사건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게 된다. 의원직 상실형을 피하더라도 유죄 판단이 나온다면, 이 대표로선 정치·도덕적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 외에도 이 대표가 기소된 사건은 대장동·백현동·위례·성남FC와 쌍방울그룹의 불법 대북 송금 등 의혹이다.
이를 염두에 둔 듯, 검찰을 향한 이재명 대표의 작심 비판은 반복됐다. 이날 오후 최후변론에선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등까지 거론됐다. 이 대표는 “김구 선생은 총에 맞아 죽었고 조봉암은 검찰의 무리한 기소로 빨갱이로 몰려 사형을 당했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내란 사범으로 몰려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장시간 복역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사실 저 역시 칼에 찔려 보고 운이 좋아 살아나기도 했었지만 검찰이 사건들을 만들어서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도 저격했다. “과거에는 최소한 없는 자료를 만들어 내거나 없는 증거를 만들어 내진 않았던 것 같지만, 지금 이 사건만 봐도 하지도 않은 말을 한 걸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어 “대선이 끝나기 전 고발인 조사를 받은 당시 검사는 ‘주관적 인식에 관한 건데 허위사실이라고 할 수 있나요’라고 물어봤다”며 “그런데 대선이 끝나고 180도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자신에 대한 피고인 신문 과정을 ‘해명의 장(場)’으로도 삼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한성진) 심리로 진행된 선거법 위반 사건의 재판에선 별개의 사건인 위증교사 혐의도 이 대표는 언급했다. 위증교사 사건의 결심공판이 오는 30일 예정된 사실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백현동 개발 사업의 ‘로비스트’로 지목된 김인섭씨와 관련한 신문 과정에서 검찰의 편향된 증거 채택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검찰이 위증교사 사건 재판에서 제시한) 녹취서는 백현동 사건을 수사하다 나온 자료다. 보니까 (위증교사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진성과 이재명 파일이 있어 입건한 것이다. 김진성이 뜬금없이 ‘백현동 허가해주셨죠’라는 이야기해서 내가 기억이 안 나 ‘사업자가 누구지’라며 ‘요즘 연락 안 하는데’라고 한 부분이다. 검찰은 내가 백현동, 김인섭과 관계없는 것 알고 있었다.”
국감장 백현동 허위 발언에...“말이 꼬인 것”
혐의도 부인했다. 이 대표는 지난 2021년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개발 용도 변경에 대해 “(국토부가 용도변경을) 안 해주면 직무유기, 뭐 이런 걸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을 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법정에서 “국토부 공무원이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표현한 건 아니고 ‘이런 식으로 압박을 하더라. 직무유기 이런 걸 문제 삼겠다’ 이렇게 표현했다”며 “수년간 일어난 복잡한 일에 대해 7분 안에 답변해야 하는 상황에서 압축적으로 하다 보니 이야기가 꼬였다”고 했다.
김문기 전 처장과 관련해선, 성남시 조직이 산하기관을 포함해 수천 여명이라고 전제한 이 대표는 “(김 전 처장을) 하위직이라고 폄하한 건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이분이 본청도 아니고 당시 산하기관 팀장이라서 하위직인 팀장과 그런 교류를 해서 알았겠느냐(는 취지다)”고 했다.
이 대표의 날 선 발언은 이날 오전부터 시작됐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한 직후 “검찰이 권력을 남용해서 증거도 조작하고 사건도 조작하고 안쓰러울 만큼 노력하지만 사필귀정할 것”이라고 했다.
검찰 “거짓말로 유권자 선택 왜곡”
검찰은 이재명 대표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검찰 측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죄질 등 불법성의 정도에 따라 원칙대로 (법을) 적용해야 된다”며 “신분과 정치적 상황에 따라 공직선거법 적용의 잣대가 달라지면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선거법의 취지가 물거품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거짓말로 유권자의 선택을 왜곡한 데 대해 엄중 처벌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번 혐의와 관련한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이 징역 8월~3년 또는 벌금 500~1500만원이라고도 강조했다.
이 대표의 주장을 반박하는 데에도 공을 들였다. 검찰 측은 이 대표와 김문기 전 처장과의 관계에 대해 “객관적으로 확인된 것만으로도 이 대표의 성남시장 시절부터 2019년 경기도지사 시절, 2021년 김 전 처장의 사망까지 12년간 교유 행위를 한 사이”라며 “특히 2019년 공사 설립 이후 평범한 다수의 직원 중 한 명이 아니었다는 건 너무나 자명하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대선 출마 이후 불거진 ‘대장동 사건’의 핵심 실무자였던 김 전 처장과의 관련성을 끊어내기 위해 허위발언을 했다는 취지다.
백현동과 관련한 혐의에 대해선 “협박의 당사자로 지목된 성남시와 국토교통부 공무원 모두 일관되게 이 대표의 발언과 같은 직무유기 등은 없다고 진술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인섭씨의 1·2심 판결에서 정진상(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성남시 공무원에게 민간사업자에게 잘 처리하라고 지시한 사실만 드러났다”고 설명한 검찰 측은 “그 과정에서 직무유기와 협박 등은 언급되지 않았고, 소명이 어렵자 측근들은 조직적 진술 유도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고 했다.
검찰 측은 특히 “이 대표의 변명에는 증거가 없으면 ‘모르쇠’이고 있으면 ‘남 탓’을 하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결심공판을 마무리한 재판부는 오는 11월15일 오후 2시30분 선고기일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의 재판도 조만간 마무리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는 오는 30일 이와 관련해 결심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시사저널 9월20일자 「10월 운명 앞에 선 이재명의 재판 리스크 두 가지」 기사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