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6인이 본 4·10 총선] “민주 140~175석, 국힘 101~135석” 전망
5인 전문가 野 승리 예상…나홀로 ‘국힘 승리’ 예측한 엄경영 “‘샤이 보수’ 나올 것”
‘정권 심판 바람’ ‘거야 심판 바람’ ‘조국 바람’ ‘대파 바람’…. 4·10 총선을 2주 앞두고 곳곳에서 미풍·돌풍이 불고 있다. 3월초까지도 맞바람이 치는 양상이었는데 선거가 가까울수록 한쪽으로 쏠리는 모양새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는 물론 여야 각각이 자체 분석을 내놓은 결과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우세’가 점쳐진다.
그러나 역대 선거에서 얻은 교훈이 있다.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하루’는 ‘한 달’에 버금가는 기간이라고 했다. 말 한마디가 태풍으로 변해 전체 판세를 뒤집을 수 있는 시간이라는 의미다. 역대 총선을 돌이켜봐도 선거운동 개시 시점의 여론지형이 투표일까지 이어진 경우는 거의 없다.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시사저널은 3월26일 정치·여론 전문가 6인에게 총선을 약 2주 앞둔 현시점에서의 총선 판세와 그 근거, 판세가 바뀔 가능성, 마지막 남은 변수에 대해 물었다.
전문가 6인 중 5인이 더불어민주당의 승리를 예상했다. 이들이 예측한 의석수는 민주당 140~175석(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포함), 국민의힘 101~135석(위성정당 국민의미래 포함), 조국혁신당 13~14석, 개혁신당 2~3석 등으로 구체적인 수치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오늘이 총선이라면 민주당이 1당에 오를 것이라는 점에는 대체로 의견이 일치했다. 이종섭 주호주대사의 ‘도피 출국 논란’과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의 ‘막말 논란’에 대해 여권이 조기에 대처하지 못한 데 이어 조국혁신당이 ‘정권심판론’에 불을 댕기면서 판세가 야당 쪽으로 크게 기울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개헌 저지선 지키기도 위태로운 상황”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3월26일까지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70석 이상 앞서는 대승을 거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 대표는 “민주당 175석, 국민의힘 101석, 조국혁신당 14석, 새로운미래 4석, 진보당(지역구) 2석, 개혁신당 2석, 녹색정의당 1석, 무소속 1석(최경환 후보)이 예상된다”고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하면서 “국민의힘은 개헌 저지선을 지키기도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50석 이상 앞설 것으로 내다본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 역시 최근 여론조사의 흐름을 거론하며 민주당이 크게 이길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연이은 용산발 악재와 사과해야 할 이유조차 모르는 ‘공감능력 제로’로 인해 정권심판론에 다시 불이 붙기 시작했다”며 “의대생 증원 문제도 초반과는 달리 유권자의 불안심리를 자극하는 방향으로 전개 중”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165석을 넘기며 국민의힘에 50석가량 앞서는 승리를 거둘 듯하다. 수도권 경합 예상지 대부분도 민주당 우세로 돌아서고 있고, 경기와 강원의 전통적 보수 우세 지역 일부에서도 민주당 역전세가 뚜렷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이 ‘공천 잡음’으로 코너에 몰린 상황에서 ‘이종섭·황상무 논란’이 불거졌다. 이것이 여론을 바꾸는 변곡점이 됐고, 여기에 조국혁신당이 기름을 부었다”며 “야권은 160석 이상, 국민의힘은 최대 120석을 얻는 데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론조사업체 조원씨앤아이의 김대진 대표는 민주당 140~145석, 국민의힘 120~135석, 조국혁신당 14석 안팎, 기타 정당과 무소속 10석 안팎을 얻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한강벨트와 경기도 분당, PK(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도 여론조사상 민주당이 우위를 보이는 곳이 많다. 이 지역들 모두 민주당이 이긴다면 직전 총선 결과(민주당 180석) 수준까지도 예측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민주당 142석, 국민의힘 136석, 조국혁신당 14석 등을 전망하면서 “총선 판세의 핵심은 역시나 조국혁신당 등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4050세대와 호남뿐 아니라 충청권과 대구·경북에서 조국혁신당 지지율이 굉장히 높다”며 “반윤석열·비이재명계 세력이 결합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사저널이 취재한 전문가 중 단 1인,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만이 정반대 전망을 내놓았다. 엄 소장은 국민의힘이 170석, 민주당이 120석을 확보해 국민의힘이 승리할 것으로 관측했다. 지금의 여론조사는 야권 지지층이 과다 표집된 결과로, ‘샤이 보수’(여론조사에 드러나지 않은 숨은 보수층) 유권자를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유권자 지형과 세대·젠더별 정당 지지율, 과거 득표율 등을 고려하면 국민의힘이 170석을 얻는다는 결과가 도출된다”며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율이 팽팽한데, 지역구에서 민주당 후보가 우세하게 나오는 건 민주당 강성 지지층이 여론조사에 활발히 응답하기 때문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막상 뚜껑을 열면 샤이 보수가 많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도권 122석 중 민주 87~106석, 국힘 16~35석” 전망
승패를 좌우할 승부처로 불리는 수도권. 전국 지역구 254석 중 절반가량인 122석(서울 48석, 경기 60석, 인천 14석)이 몰려있다. 2020년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수도권 121석 중 16석을 얻는 데 그쳤다. 그 결과 수도권에서만 103석(85.1%)을 가져간 민주당이 전체 180석을 차지하며 압승을 거뒀다. 반대로 2008년 총선에서는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이 수도권 111석 중 81석(73%)을 챙겨, 153석 과반 승리를 거뒀다.
민주당의 승리를 예상하는 전문가 중에는 이번 총선에서 수도권 122석 중 민주당이 많게는 100석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는 이도 있었다. 유승찬 대표는 “민주당이 122석 중 106곳에서 이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체적으로 서울 48석 중 민주당 40곳, 국민의힘 8곳, 경기 60석 중 민주당 54곳, 국민의힘 6곳, 인천 14석 중 민주당 12곳, 국민의힘 2곳을 차지할 것으로 봤다.
최병천 소장은 민주당이 87~93석, 국민의힘은 29~35석 정도로 나눠 가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국민의힘이 서울 48석 중 12~15석, 경기 60석 중 12~15석, 인천 14석 중 5석 정도 가져갈 것”이라고 봤다. 김대진 대표는 수도권에서 민주당이 90석 정도는 확실한 우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면서 “10~15곳이 경합 지역인데, 각 지역구 유권자 연령비율, 투표율 등에 따라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투표율 상승분 혜택 민주당에 돌아갈 공산 커”
총선까지 남은 2주, 전문가들은 승패를 가를 결정적 변수로 ①투표율 ②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 매듭 여부 ③여야 지도부 및 후보들의 실언 등을 꼽았다. 다만 변수들이 가져올 파급력, 여야의 유불리 셈법 등에 대한 의견은 각각 달랐다.
전문가들은 특히 총선 당일 투표율이 선거 승패를 가를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권심판론’의 바람을 탄 민주당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안팎으로 앞서지만, 위기의식을 느낀 보수진영의 결집 효과로 국민의힘 적극 지지층이 대거 투표장으로 나올 경우 박빙의 대결이 펼쳐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2000년대 들어 총선의 평균 투표율은 57.02%다. 대한민국 국민 10명 중 6명만 선거일에 투표장으로 향한 것이다. 총선마다 세대별·지역별 투표율은 달랐지만 산술적으로 따진 경향을 요약하자면, 투표율이 60%를 넘어서면 민주당이, 60% 미만이면 국민의힘이 유리하다는 평가가 있다. 실제 2004년 17대 총선에서는 60.6%를 기록했는데, 열린우리당(현 민주당)이 과반(152석)을 차지했다. 반면 투표율이 46.1%에 그쳤던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이 과반(153석)을 얻으며 승리했다. 민주당이 180석을 차지한 2020년 21대 총선의 투표율은 66.2%였다.
이강윤 소장은 이번 총선의 투표율이 63%선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종섭·황상무 논란이라는 결정적 패착, 조국혁신당의 융기로 정권심판론이 살아났다”면서 “투표에서 확실히 심판의 의지를 보여야겠다는 이가 많을수록 투표율이 올라가고 상승분의 혜택은 민주당에 돌아갈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이번 선거가 60세 이상 유권자 비율이 2030 유권자 비율을 넘어서는 첫 총선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올해 1월10일 행정안전부 발표에 따르면, 이번 총선 유권자 중 60세 이상이 1395만 명(31.4%)으로 20·30대(1277만 명, 28.8%)보다 118만 명 많다. 이 소장은 “대체로 60세 이상 유권자는 보수 성향이 강하다고 평가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60세 이상 유권자에 포함된 60~64세 연령층에는 권위주의 정권을 겪으며 변화와 개혁을 원하는 정서를 갖게 된 이가 많이 섞여있다”고 분석했다.
김대진 대표는 경합 지역의 승패를 좌우할 가장 큰 요인은 투표율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를 들어 이광재 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가 맞붙는 경기도 분당갑의 경우 서울 강남과 유사한 인구 비율을 가지고 있어 여권에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그는 “60세 이상 인구는 6대 4에서 7대 3 비율로 여권 우위 성향을 보이는데 이 연령대 투표율이 보통 70%가 넘는다. 100% 투표율을 전제로 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이광재 후보가 앞선다 해도 실제 투표장으로 가는 유권자 연령과 성향을 감안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준한 교수도 “투표율이 높아지면 민주당 쪽에 더 유리할 것”이라며 “민주당 이탈표가 조국혁신당 영향을 받아 야권 결집을 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승찬 대표 또한 “투표율이 총선의 마지막 변수인 것은 맞다”며 “‘오늘의 데이터’를 기준으로, 60% 이상 투표율이 나온다면 민주당이 승리할 것이고, 그 수치 안에서 아주 부분적 변동만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의·정 갈등 매듭 여부·말실수도 남은 변수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어떻게 매듭지어질지도 관건이다. 이 쟁점이 처음 떠오를 때만 해도 정부의 확고한 증원 방침을 지지하는 여론이 높았지만, 의료 공백이 길어지면서 정부의 ‘무대책’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는 분위기다. 아무런 대비 없이 밀어붙이기로 일관한 정부에 실망한 데 이어 윤석열 대통령의 ‘대파 값 875원’이라는 실언까지 나오면서 야권의 ‘국정 무능’ 프레임이 힘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승찬 대표는 “의·정 갈등이 남은 변수 중 하나지만, 극적 타결 가능성은 안 보인다. 특이한 것은 심판 프레임이 선거 초기보다 더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통 선거 초반에 구도·인물 중심으로 흐르다가 공천이 끝나면 이슈나 정책으로 이동하는데, 지금은 오히려 프레임이 더 강해졌다. 민생공약도 안 먹히고 의대 정원 문제 등 이슈·정책이 파고들 틈이 없다. 그만큼 이종섭·황상무 이슈가 컸고, 국민이 심판이라는 단어에 꽂혀있다”고 말했다.
최병천 소장은 “만약 윤석열 정부가 의사단체와 의대 증원 타협을 이뤄낸다면 중도층 일부가 동요할 것이다. 역대 정부가 어려워했던 문제이니만큼 정부의 업적으로 인정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시점이다. 총선이 다가오면 사람들은 마음을 완전히 굳힌다. 늦어도 선거 일주일 전, 4월3일 전까진 타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돌발 변수도 남아있다. 여야가 연일 경계령을 내리고 있는 ‘설화’는 언제든 터질 수 있는 변수다. 유승찬 대표는 “조국혁신당이나 민주당에서도 말실수가 나올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했다. 실제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최근 유세 중 했던 ‘중국에 셰셰’ ‘2찍’ 발언으로 당 안팎에서 비판 여론이 일었고 실언이 추가로 나올 경우 ‘임계점’을 맞을 가능성 또한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이 ‘종북 현수막’을 걸려다 수도권 후보들의 반발로 철수한 것도 낡은 색깔론을 바라보는 싸늘한 민심을 읽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김대진 대표는 “막말 논란 변수만큼 중요한 또 한 가지 변수는 이재명 대표가 비상 징계 권한으로 공천을 취소한 세종갑 이영선 후보 사례처럼 양당 후보 중에서 자질이 미흡한 사람이 나올 경우 정당의 신속한 대처 여부다. 유권자는 정당이 적절한 대처를 하는지, 후보를 보호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