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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준법위’ 사측 위원 김 총괄, 내부 부조리 잇따라 공개
SNS에 ‘폭언 논란’ 해명하며 카카오 총체적 부실 폭로하기 시작
“특정 부서, 투어프로 수준으로 골프장 이용” 회원권 매각 놓고 진통 공개

23일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과 김소영 준법과신뢰위원회 위원장 및 1기 위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진 위원, 이영주 위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 김소영 준법과신뢰위원장, 안수현 위원, 이지운 위원, 김정호 위원. ⓒ 연합뉴스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과 김소영 준법과신뢰위원회 위원장 및 1기 위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진 위원, 이영주 위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 김소영 준법과신뢰위원장, 안수현 위원, 이지운 위원, 김정호 위원 ⓒ 연합뉴스
금융감독원과 경찰이 카카오 경영진에 대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수사 중인 가운데 카카오 공동체 의사조율기구인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이자 카카오 '준법과신뢰 위원회(이하 준법위)' 내 유일한 회사 측 위원인 김정호 브라이언임팩트(사회공헌재단) 이사장이 연일 회사 내부의 부조리를 공개하고 나섰다. 폭언 논란 해명 과정에서 카카오 경영 실태를 공개적으로 폭로하면서 내부 부실을 들춰내는 모양새다.  김 총괄은 29일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9월) 첫 출근 날 김범수 창업자가 법인 골프 회원권을 조사해 정리해달라고 요구했다"면서 "'먼저 브라이언(김범수 창업자) 법인 골프 회원권부터 내놓으시죠'"라고 답했다"고 적었다. 김 총괄은 김범수 창업자의 부탁으로 지난 9월부터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을 맡고 있다.  그는 "(카카오)의 골프 회원권을 75% 정도 통째로 매각하겠다고 보고하고 김 창업자로부터 '비상경영회의 때 PT(프리젠테이션) 발표도 하고 정식 결재를 올려달라'는 답을 받았다"며 "이후 두 달 간은 정말 전쟁 수준의 갈등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김 총괄은 "'카카오는 망한다면 골프 때문일 것이다'라는 소문이 파다해 파악해 보니 100여 명의 대표이사들은 골프 회원권이 없었는데, 특정 부서만 투어프로 수준으로 치고 있었다"며 "한 달에 12번이면 4일짜리 KPGA 대회를 3주 연속 출전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김 총괄은 내부 감사 결과의 일부분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담당 직원이 30명도 안 되는 관리부서 실장급이 더 경력이 많은 시스템이나 개발부서장 연봉의 2.5배나 되는 경우도 있었고, 심지어 20억원이 넘는 초고가 골프장 법인회원권을 가지고 있는 직원도 있었다"며 "직원들 휴양 시설은 1년에 2박도 못 갈 정도로 열악하다"고 밝혔다.  

욕설 논란엔 "업무 관행 문제점 지적하다 나온 한 번의 실수"

김 총괄이 이날 올린 글은 앞서 지난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그의 폭언 관련 해명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이날 한 매체는 김 총괄이 이달 22일 카카오 본사 판교 아지트에서 다수의 직원들이 들을 정도로 10여분간 소리를 지르며 업무 보고를 하던 직원들에게 욕설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그는 전날 '카카오 AI(인공지능) 캠퍼스' 건축팀의 제주도 프로젝트 투입 제안을 두고 이미 정해진 업체가 있다고 주장하는 한 임원과의 갈등으로 10분 정도 언쟁이 계속되다가 아무 말도 안 하는 다른 임원들을 보다가 분노가 폭발해 욕설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700억~800억이나 되는 공사업체를 담당 임원이 결재·합의도 없이 저렇게 주장하는 데 모두 가만히 있는가'라고 했다"며 "그동안 문제라고 생각했던 사례 2가지를 모두에게 이야기하며 이런 '개X신'같은 문화가 어디 있나'고 했다"고 밝혔다. 김 총괄은 "조금 후 제가 너무 화를 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특히 '개X신'이라는 용어를 쓴 것에 사과한다고 3번 정도 이야기를 했다"며 "업무 관행의 문제점을 지적하다가 나온 한 번의 실수였다"고 주장했다.   

"내부 문제 해결하다 보면 엄청난 기득권 저항 부딪힐 것"

김 총괄은 욕설 논란 해명과 동시에 카카오의 경영 실태와 감시 체계(컨트롤타워) 부재 등 총제적 부실도 함께 들춰냈다. 그는 "경영진 혹은 측근에 편중된 보상, 불투명한 업무 프로세스, 견제 없는 특정 부서의 독주, 특이한 문화와 만연한 불신과 냉소, 휴양시설·보육시설 문제, 골프장 회원권과 법인카드·대외협력비 문제, IDC(안산 인터넷데이터센터)·공연장 등 대형 건설 프로젝트의 끝없는 비리 제보, 장비의 헐값 매각 문제, 제주도 본사 부지의 불투명한 활용" 등 그간 수면 아래 있던 부조리한 내부 모습을 조목조목 전했다.  그는 이어 "이런 내부 문제를 해결하다 보면 기존 기득권(특히 각종 카르텔)의 엄청난 저항에 부딪칠 것이고 음해와 투서, 트집 잡기 등이 이어질 것이고 그동안 착하게 살며 잘 만들어놓은 브랜드 이미지만 나빠질 것을 예상했다"며 "제 결론은 트집 잡기의 문제가 될 수 있는 보상을 전혀 받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월급, 보너스, 주식, 스톡옵션, 법인카드, 차량, 기사, 골프장 회원권 등 아예 0원의 보상으로 일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카카오는 김 총괄의 글에 대해 공식 입장이 없다고 전했다. 카카오는 현재 IDC와 서울아레나 공사 업체 선정 과정에서의 비리 제보를 접수해 내부 감사 절차를 진행 중에 있다. 네이버의 공동 창업자인 김 총괄은 2012년 발달장애인의 창업과 고용을 돕는 사회적기업 '베어베터'를 창립한 인물이다. 올해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세운 재단법인 브라이언임팩트 이사장을, 지난 9월부터는 카카오 CA협의체에서 경영지원총괄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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