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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깨고 고금리 장기화 내년까지 지속 전망
부동산․채권․금 투자자들의 셈법도 ‘제각각’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금리 인상 랠리’가 조만간 끝날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물가상승률이 계속 떨어지고, 미국 경기가 견조한 흐름을 보일 경우 내년 중반에는 금리가 내려갈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왔다. 은행 이자와 힘겨운 사투를 벌여온 국내 영끌족들은 “드디어 탈출구가 보인다”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의 기준금리 역시 미국과 일정 부분 보조를 맞춰왔기 때문이다.
미국 긴축 장기화 우려로 코스피가 2% 이상 급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연고점을 경신한 10월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美 금리 전망치 3개월 만에 0.5% 상승

현실은 정반대였다. 하락을 기대했던 시장 전망과 달리 미국의 기준금리는 올해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9월20일 공개한 금리 전망 자료가 도화선이 됐다. 페더럴펀드 금리 목표는 5.25~5.50%로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위원들의 금리 전망치는 6월 4.5~4.75%에서 9월 5.0~5.25%로 3개월 만에 0.5%포인트나 상승했다. 고금리 장기화를 뜻하는 ‘하이어 포 롱거(higer for longer)’ 상황이 내년까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시그널을 준 것이다. 저금리를 기대했던 자산시장은 혼란에 휩싸였다.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의 국채 금리가 동반 상승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2007년 이후 16년 만에 5%를 넘나들고 있다. 저금리 시절 마이너스 금리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채권은 금리 인상에 따른 평가손실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안겨줬다. 자연스럽게 한국도 금리 인상 압박이 심해졌다.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사태의 후유증이 1년 만에 채권시장에서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왔다.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다 투자)의 속은 더 타들어간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최고금리는 연 7%를 넘어섰다. 주담대 금리가 올해 안에 8%대로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연 2~3%대 금리가 흔했던 1~2년 전과 비교하면 빚부담이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문제는 올 초부터 가계대출이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80조원을 기록했다. 신용대출은 전월 대비 1조3000억원 줄었다. 하지만 주담대는 6조1000억원 늘었다.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금리가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집을 샀던 사람들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10월19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리가 금방 조정돼 금융 부담이 빨리 낮아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혹시 금리가 다시 예전처럼 1%대로 떨어져 이자 비용 부담이 적을 거란 생각을 한다면 그 점에 대해선 경고를 드리겠다”고 말한 바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당분간 수요가 감소하는 가운데 공급이 증가하는 시장 상황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광수 광수네 복덕방 대표는 “예상을 깬 고금리로 단위 가격이 높은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를 중심으로 주택 거래량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면서 “2024년 상반기까지 한국 부동산은 수요가 감소하는 가운데 공급이 증가하는 시장 상황이 예상되는 만큼 부동산 가격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변수로 떠올라

최근 주목받고 있는 ‘중동발(發)’ 지정학적 리스크는 고금리로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하마스-이스라엘 충돌 이후 국제유가는 다시 상승곡선을 긋고 있다. 이-팔 분쟁이 중동의 다른 국가로 확대될 경우 유가는 더욱 치솟을 수 있다. 고금리 상황에 더한 또 하나의 악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경우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을 찾아가기 마련이다. 실제로 이-팔 분쟁 이후 금 가격은 온스당 10% 급등한 1996달러까지 상승했다. 5개월 만에 최고치다. 하지만 금 투자에는 몇 가지 리스크가 있다. 금은 급등 이후 장기 하락을 지속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상황 속에서 금 보유는 손실을 줄이는 데는 도움을 주지만, 배당이나 이자를 제공하지 않는 금의 특성상 이익을 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은 “금은 안정성을 보장해 주는 존재지만 이를 통해 큰 이익을 기대하기보다는 리스크를 경감시키는 보완재로 여기고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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