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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 저하되고 운동·영양·수면 부족 등으로 질병 발생 빈도 높기 때문

매년 전 세계 인구의 5~15%가 걸려 20%의 입원율과 함께 60만 명의 사상자가 나오는 전염병이 있다. 바로 인플루엔자(독감)다. 인플루엔자는 그 어떤 질환보다도 인류를 오랜 시간 괴롭혀온 질병이다. 아직 박멸하지 못한 인류의 주적이기도 하다. 2020년 높은 무증상 비율과 치명성, 그리고 예측 불허로 등장한 코로나19도 수천 년 동안 인류를 괴롭혀온 인플루엔자의 악명에는 미치지 못한다. 

국내에서 지난해 9월16일 발령된 독감 주의보가 1년째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 9월15일을 기해 독감 유행 주의보가 새롭게 발령되었다. 질병관리청 조사 결과, 9월 첫째 주 독감 환자는 외래환자 1000명당 11.3명으로 유행 기준인 4.9명을 크게 웃돌았으며 올여름 내내 유행 기준치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0년 이후 역대 최장 기록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코로나19 유행 기간에 강조했던 예방수칙(거리두기·마스크·손 씻기 등)을 철저히 지켜온 개인 방역으로 인해 독감이 자취를 감추면서, 이것이 오히려 역설적으로 국민의 자연면역을 떨어뜨린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번 독감은 가을을 거쳐 독감의 계절인 겨울에 유행이 심해질 것으로 추측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매번 변하고, 전염성이 뛰어나고, 인체 전체에 골고루 침입하는 특성이 있다. 특히 숙주의 기침 몇 번만으로도 비말을 통해 밀폐된 공간에서 수백 명을 우습게 감염시킨다. 우리는 이 바이러스에 걸려도 그냥 며칠 쉬면 낫겠지 하는 생각으로 안일하게 대처한다. 그러다 보니 인류의 전염병에 대한 최강 대책인 백신과 치료제 등이 등장했는데도 여전히 매년 10억 명의 감염자 중 30만~60만 명이 사망한다.

독감 위험군은 어린이, 임산부, 65세 이상 노인, 면역 저하자, 비만 등 대사 질환자, 심폐 질환자, 신장 질환자, 흡연자, 암 환자, 기저질환자 등이다. 자세히 분석하면 노인 집단과 관계가 있는 면역 저하자나 기저질환자를 포함하면 결국 65세 이상 노인이 고위험군 1순위가 된다. 다행인 것은 외래환자 1000명당 발생률이 12.01명(8월13~19일 기준)인데, 이 중 65세 이상은 6명으로 비교적 낮다. 또 합병증인 폐렴이 문제인 급성 호흡기 질환 입원자 596명의 1.3%만이 인플루엔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10월18일 서울역 희망지원센터에서 의료진이 주거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독감 예방주사를 놓고 있다. ⓒ연합뉴스
2022년 10월18일 서울역 희망지원센터에서 의료진이 주거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독감 예방주사를 놓고 있다. ⓒ연합뉴스

매년 10억 명 감염, 30만~60만 명 사망

인플루엔자는 바이러스가 폐와 기도를 감염시키는 전염병이다. 여러 가지 용어가 쓰이는데 흔히 독감, 유행성 감기, 유행성 독감 등으로 불린다. 인플루엔자는 호흡·대화·기침·재채기 등으로 방출된 침방울을 흡입할 때(보통 2m까지 퍼진다), 감염자의 코 분비물과 직접 접촉할 때, 감염자와 접촉한 가정용품 또는 감염자의 분비물 취급 시 감염 전파된다.

유형에는 A·B·C·D 등 4가지가 있으나 주로 A형과 B형이 많고 가끔 C형이 질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D형은 아직 인간에게 전파를 일으켰다는 보고가 없다. 특히 A형이 인간에게 발병하는 인플루엔자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나머지는 B형이다. C형은 발생 빈도가 떨어지고 주로 소아에게 약하게 발병한다.

A형은 가장 독하고, 198종의 아형이 있다. 바이러스 표면에 존재하는 2가지 단백질에 기초하며, 이는 H(적혈구 응집소)와 N(뉴라민 분해효소)으로 이름을 붙인다. H는 18개, N은 11개가 있으나 이 중 H는 H1~H3, N은 N1~N2만 사용된다. B형은 빅토리아형과 야마가타형 두 가지가 있다. 또 독감이 유행할 때 홍콩 또는 알버타 등 지역 명칭이 붙는 이름이 가끔 나오는데, 이는 인플루엔자가 처음 발견된 지역의 이름이다. 보통 자연 숙주, 발생 지역, 인플루엔자 발견 연도, 종류 번호 등으로 명명한다.

감염 후 잠복기 1~4일을 거쳐 증상이 생기는데, 오한이나 한기로 시작해 발열(39~40도)까지 며칠간 지속되고 피곤과 통증(특히 등과 다리), 두통(눈 주변 및 뒤쪽)이 나타난다. 처음에는 호흡기 증상(기침·가래·콧물 등)이 약하나, 점점 심해진다. 다행인 것은 증상 대부분이 2~3일 후에 가라앉는다. 발열은 최대 5일 정도이나 때로는 수일 또는 수 주 동안 지속되기도 한다. 합병증은 폐렴으로, 가끔 세균에 2차 감염되어 극심한 증상(기침·호흡곤란·고열·가래·피고름) 등이 나타나 사망에 이르게 한다. 

진단은 의사의 진찰이 중요하고 때로는 혈액, 호흡기 분비물 검사, X선 검사도 시행한다. 치료에는 대증요법과 경구용 약, 정맥 주사약 등을 사용한다.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한데 보통 3가(A형 2개+B형 1개), 4가(A형 2개+B형 2개) 백신이 있다. 유행하기 전 10~11월경에 접종하고, 효과는 6개월 정도며, 60% 정도의 효과가 있으며 증상을 경미하게 한다.

전염병은 병균(바이러스·세균·곰팡이·원생동물 등)과 숙주(인간)의 싸움이다. 다시 말해 병균이 강하면 발생하고, 숙주가 강하면 발병하지 않는다. 물론 이 둘 사이에는 환경(자연·의학 수준·인종 등)이 지렛대 역할을 한다. 숙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면역이다. 면역은 각종 장기, 백혈구, 단백질(항체), 화학물질의 거대한 연결고리다. 이 면역체계가 우리 몸의 건강을 지키고, 병균을 우리 몸에서 몰아내고, 파괴하고 해로움을 억제한다. 이러한 체계는 병균에 한 번 노출된 후에 항체를 만들어 다음에 그 병균이 다시 침입할 때 작용한다. 

 

영양 섭취·휴식, 건강한 생활습관 유지 중요

이런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파괴하고 기능을 떨어트리는 것은 알레르기, 자가면역 질환, 에이즈(AIDS), 암, 패혈증, 약물(스테로이드·기관 이식 후 먹는 약) 등이다. 물론 노화도 포함된다. 반면 이러한 면역체계를 강화하는 것은 영양 섭취와 충분한 휴식, 건강한 환경과 생활방식 등이다. 금연, 체중 관리, 건강한 식단, 적당한 음주, 충분한 수면, 규칙적인 운동, 손 씻기, 스트레스 관리, 예방접종 등도 관련이 있다.

숙주의 면역이 충분하면 전염을 이겨내 발병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노년층은 자연적으로 신체 면역이 저하되고 또 각종 기저질환, 운동 부족, 영양 부족, 수면 부족 등으로 질병의 발생 빈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발생 빈도가 높으면 자연히 질병의 심화도가 높아지고 치명률(치사율·사망률)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통계에 의한 사망률만 보더라도 65세 이상 사망률은 0.832%로 모든 연령의 평균인 0.09%의 거의 10배에 이른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가을철 독감뿐만 아니라 유행 계절인 겨울철이 곧 오는데 특히 지금까지의 의학적 상식과 자료로 볼 때 노인층은 다른 연령층보다 발생률이 높을 수밖에 없고 결국 높은 발생률과 심화율(입원율)은 치명률을 높일 수밖에 없다. 모든 질병의 발생은 각 개인에게 달려 있다. 인플루엔자도 예외가 아니다. 따라서 건강재아(健康在我)를 명심하고, 평소 충분한 영양 섭취와 휴식, 질병에 대한 지식, 건강한 환경과 생활습관 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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