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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홍 딛고 4일 ‘절치부심’ 개막…‘선택과 집중’ 택해
故설리 유작 다큐도 부국제 통해 공개…전 회차 매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 설치된 부산국제영화제 조형물 ⓒ연합뉴스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 설치된 부산국제영화제 조형물 ⓒ연합뉴스
성추문과 인사 잡음 등의 논란을 딛고,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부국제)가 4일 막을 올린다. 이른바 ‘부국제 사태’로 내홍을 빚으면서 포럼 일부가 축소되고 초청작이 줄어드는 등 영화제의 규모는 작아졌지만, 부국제 측은 이번 영화제의 ‘내실’을 자신하고 있다. 올해는 총 269편(공식 초청작은 209편)의 영화가 관객들을 만난다. 예산이 줄어들면서 지난해(354편)보다 영화가 90편 가까이 줄었지만 ‘선택과 집중’을 통해 행사를 채우겠다는 계획이다. 세계적인 ‘거장’들의 기대작과 사회적으로 의미를 지닌 단단한 작품들이 영화제의 라인업을 구성했고, 영화제의 공석은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인 송강호가 채웠다. 올해 부국제가 상영할 ‘꽉 찬 장면’들을 들여다봤다.
배우 송강호는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사장과 집행위원장을 대신해 영화인들을 맞이하는 호스트가 됐다.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배우 송강호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사장과 집행위원장을 대신해 영화인들을 맞이하는 호스트가 됐다.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부국제 공석 채운 ‘영화제의 얼굴’ 송강호

올해 부국제는 인사를 둘러싼 내홍으로 인해 지도부 전체가 공석이 되는 초유의 상황을 겪었다. 직무대행 체제로 ‘부국제 사태’를 극복한 영화제 측은 송강호라는 배우에게 희망을 걸었다. 송강호는 이사장과 집행위원장을 대신해 이번 부국제에서 영화인들을 맞이하는 호스트가 됐다. 남동철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은 지난 5일 열린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이사장과 집행위원장이 공석이라 개막식 호스트가 별도로 필요한데, 대한민국 대표 배우인 송강호씨가 좋지 않겠냐는 의견이 있었다”며 “(송강호씨가) 매우 어려운 자리임에도 흔쾌히 영화제를 돕는 역할을 하겠다고 나서줬다”고 밝혔다. 송강호는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박쥐》(2009), 《설국열차》(2013), 《기생충》(2019) 등 영화에서 열연해 온 대한민국 대표 배우다. 봉준호, 박찬욱, 김지운 등 한국 영화계 거장들의 페르소나이기도 하다. 지난 2021년에는 칸 국제영화제에서 경쟁 부문 심사위원을 맡았고, 지난해에는 《브로커》로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홍콩배우 주윤발의 수상과 참석 소식도 화제가 됐다.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받는 주윤발은 이번 부국제 개막식을 비롯해 각종 행사에 직접 참석한다. 주윤발이 한국을 찾는 것은 2009년 영화 《드래곤볼 에볼루션》 홍보 차 한국을 찾은 뒤 14년 만이다. 부국제 측은 주윤발의 수상에 대해 “정말 좋은 배우, 위대한 배우에 대해 정당한 평가를 해야 한다”며 “부정할 수 없는 업적과 아우라를 갖고 있는 배우”라고 언급했다. 그의 대표작인 《영웅본색》(1987) 《와호장룡》(2000), 신작 《원모어 찬스》가 영화제 기간에 야외극장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지난해 부국제에서는 홍콩 배우 양조위가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한 바 있다. 2년 연속 중화권 배우의 수상이다.
영화제의 시작을 여는 작품은 장건재 감독의 《한국이 싫어서》다.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영화제의 시작을 여는 작품은 장건재 감독의 《한국이 싫어서》다.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막 열고 막 닫는 영화는…박은빈 단독 사회로 개막

올해 부국제는 배우 박은빈의 단독 사회로 개막한다. 박은빈은 드라마 《청춘시대》와 《스토브리그》 등으로 연기력을 입증한 배우이자, 지난해 넷플릭스 화제작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각인된 실력파 배우다. 당초 개막식 공동 사회자였던 이제훈이 건강상 이유로 불참하게 되면서, 박은빈은 부국제 최초로 개막식에서 ‘단독 사회’를 진행하게 됐다. 영화제의 시작을 여는 작품은 장건재 감독의 《한국이 싫어서》다. 장강명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한국을 싫어하는 20대 여성 계나(고아성)가 새 삶을 찾아 뉴질랜드로 떠나고, 그곳에서 좋은 친구를 만나며 행복을 찾아 나가는 이야기다. 영화는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포인트와 지금 젊은 세대의 정서를 잘 그려냈다는 평을 받는다. 폐막작은 유덕화가 출연하는 《영화의 황제》다. 닝하오 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유명 감독과 스타의 자기반성적 내용을 담았다. 부국제의 문은 최근 가장 주목받는 신예 배우들이 닫을 예정이다. 드라마 《D.P.》와 《약한영웅 Class 1》, 《악귀》 등을 통해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준 홍경, 드라마 《스위트홈》과 《지리산》, 영화 《밀수》에서 활약한 고민시가 오는 13일 폐막식 사회자로 무대에 오른다.
올해 칸 영화제 각본상을 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괴물》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올해 칸 영화제 각본상을 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괴물》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부국제서 주목받는 작품들…‘거장’의 영화가 온다

2019년 세상을 떠난 가수 겸 배우 설리의 마지막 인터뷰를 담은 다큐인 《진리에게》도 부국제를 통해 상영된다. 《진리에게》는 《논픽션 다이어리》(2013),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2016) 등을 연출한 정윤석 감독의 작품으로, 예매 오픈과 동시에 전 좌석이 매진됐다. 봉준호 감독의 《룩킹 포 파라다이스》를 소재로 90년대 영화광들의 열정을 재현해 낸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도 주목받는 작품이다. 이혁래 감독이 ‘청년 봉준호’의 첫 번째 단편 영화를 둘러싼 기억을 따라가는 다큐멘터리다. 작품 상영 수는 줄었지만, 작품의 질을 담보하는 ‘거장’들의 작품들도 포진했다. 올해 칸 영화제 각본상을 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괴물》은 영화 팬들이 가장 기대하는 작품 중 하나다. 올해 부국제는 고레에타 히로카즈 감독과 관련된 패키지를 스페셜 굿즈로 내놓기도 했다. 감각적인 연출로 유려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오며 아시아 영화 발전에 기여한 그의 발자취를 기념하겠다는 이유에서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도 기대를 모은다. 켄 로치 감독의 신작 《나의 올드 오크》,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더 킬러》,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바튼 아카데미》 등 영미권 거장들의 작품도 상영된다. 프랑스 명배우 레아 세이두가 주연을 맡은 《더 비스트》, 《레옹》으로 알려진 뤽 베송 감독의 신작 《도그맨》도 화제의 작품이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추락의 해부》,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수상한 《파리 아다망에서 만난 사람들》 등 굵직한 수상작도 관객들을 만난다.
2010년 5월26일 칸 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영화 《시》의 이창동 감독과 배우 윤정희가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 유플렉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2010년 5월26일 칸 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영화 《시》의 이창동 감독과 배우 윤정희가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 유플렉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새로운 프로그램들에 대한 관심도 높다. 지난 2021년 신설한 ‘액터스 하우스’ 프로그램에는 윤여정, 송중기, 한효주 등이 참여해 필모그래피와 관련된 비하인드 스토리와 향후 계획 등을 이야기한다. 특히 올해 영화제에서는 《미나리》(2021)의 정이삭 감독과 스티븐 연 등 2020년대 들어 활약하는 재외교포 영화인들을 비추는 ‘코리안 아메리칸 특별전: 코리안 디아스포라’ 프로그램도 열린다. 《파친코》(2022)의 저스틴 전‧코고나다 감독, 《서치》(2018)의 존 조 등도 조명할 계획이다. 영화인들을 기리는 상영회도 열린다. 1960년대에 데뷔해 문희, 남정임과 함께 여배우 트로이카 시대를 연 윤정희는 50여 년간 활동하며 무려 300여 편의 작품을 남겼다. 이번 영화제의 한국영화공로상 수상자로 선정된 그를 기리기 위해, 그의 대표작인 《안개》(1967)와 《시》(2010)가 상영된다. 《시》의 특별상영회에서는 이창동 감독이 관객들과의 대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올해 3월 유명을 달리한 영화음악가 류이치 사카모토의 연주 장면을 흑백 화면에 담은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도 특별상영된다. 한국영화 《남한산성》(2017)의 영화 음악을 제작하기도 한 그는 2018년 부국제에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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