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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전 ‘살해방법’과 ‘흉기’ 등 검색했다는 진술 확보
‘심신미약’ 감경 노린 듯 ‘마약·우울증·반성’ 주장

신림역 인근 상가 골목에서 묻지마 살인을 저지른 1990년생 조선(33)의 신상이 공개됐다. ⓒ 서울경찰청 제공
신림역 인근 상가 골목에서 묻지마 살인을 저지른 1990년생 조선(33)의 신상이 공개됐다. ⓒ 서울경찰청 제공
서울 신림동 골목에서 흉기 난동을 벌인 조선(33)이 오래 전부터 ‘살인 충동’을 느껴왔고 잔혹한 범행을 계획했다는 진술과 증거가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대낮 길에서 단 10분 동안 20~30대 남성 4명을 공격하고, 피해자들의 목과 폐 등을 수십 차례 찌른 조선은 범행 전 ‘급소’와 흉기 관련 정보를 파악해뒀던 것으로 조사됐다. 체포 당시 조선의 ‘심신미약’ 취지 주장과 진술 등을 감안할 때 그가 ‘감형’ 요소까지 염두에 뒀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열등감·분노 갖고 ‘살해 방법’ ‘급소’ 찾아봤다

27일 신림동 흉기난동 살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관악경찰서는 조선으로부터 “범행 전 살해 방법과 급소, 사람 죽이는 칼 종류 등을 검색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조선은 지난 21일 오후 2시7분 범행 장소에 도착해 10분에 걸쳐 4명의 일면식 없는 시민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렀다. 사망한 20대 피해자의 경우 급소 여러 곳을 반복적으로 찔렸고, 이미 쓰러진 상태에서도 급소를 재차 공격받았다. 경찰은 조선이 “오래 전부터 살인에 대한 욕구가 있었다”고 진술한 점과 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한 정보를 검색하고 습득해 왔다는 점에서 계획범죄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은 포털사이트로부터 조선의 검색 기록을 넘겨받는 한편 신용카드를 포함한 금융거래 내역을 살펴보는 등 관련 증거물을 분석 중이다. 경찰은 장기간에 걸쳐 살인 충동을 느꼈다는 조선이 왜 범행 당일 이를 실행에 옮겼는지를 규명하는 데도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조선은 “남들보다 키가 작아 열등감이 있었다” “나보다 신체적·경제적 조건이 나은 또래 남성들에게 열등감을 느껴왔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열등감이 극단적 분노로 이어져 살인 충동을 촉발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구체적인 범행 결심 시점은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
7월21일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한 서울 관악구 신림역 4번 출구 인근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다. ⓒ 연합뉴스
7월21일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한 서울 관악구 신림역 4번 출구 인근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다. ⓒ 연합뉴스
앞서 조선은 범행 당일 서울 독산동 할머니 집을 방문했다가 ‘왜 취업을 하지 않느냐’는 잔소리에 격분해 신림으로 이동,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조선이 범행 전날 사용하던 휴대폰을 초기화 해두고, 컴퓨터를 망치로 훼손했던 점에 비춰 살인 실행 시점을 어느 정도 계획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서울 할머니 집과 인천 이모 집을 오가며 생활했던 조선의 가족들을 상대로 한 진술도 확보 중이다. 조선은 부모가 모두 생존해 있지만 별다른 교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조선의 신상공개가 결정된 26일 프로파일러 3명을 투입해 사이코패스 진단검사(PCL-R)를 실시했다. 조선은 경찰 조사에서 스스로 “사이코패스 성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사이코패스 진단검사는 냉담함, 충동성, 공감 부족, 무책임 등 사이코패스의 성격적 특성을 지수화하는 검사다. 40점 '만점'으로 국내에서는 통상 25점을 넘기면 사이코패스로 분류한다.
신림역 인근 상가 골목에서 묻지마 살인을 저지른 조아무개씨가 23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향하는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림역 인근 상가 골목에서 조선(33)이 7월23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향하는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거짓말로 혼선 주며 “반성한다”는 조선, 감형 목표?

조선이 범행을 계획하면서 선고 받게 될 형량과 감형 요소까지 모두 검토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체포 직후 조선은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을 복용했다고 진술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우울증’ 등 병력이 있다고 한 부분 역시 현재까지 진료 기록 등으로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검거 직후 “반성하고 있다”며 뉘우치는 태도를 강조한 것도 동일한 맥락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조선이 주요 진술을 반복적으로 바꾸거나 거짓말 하는 목적이 ‘심신미약을 노린 감형’ 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전과 3범에 소년부 송치 14건에 달하는 등 형사처벌 전력이 있어 양형에 대한 판단이나 감형 요소를 충분히 고려해 봤을 것이란 지적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살인범죄 양형 기준’에 따라 조선이 가장 높은 수준의 ‘극단적 인명 경시’인 5유형으로 분류되면 ‘23년 이상의 징역 또는 무기징역’이 선고된다. 여기에 ‘계획 살인’이나 ‘잔혹성’ 등 가중 요소가 적용되면 최대 사형까지 가능하고, 반대로 감경 요소가 반영되면 형량은 줄어들 수 있다.
7월25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 상가 골목에 마련된 흉기난동 사건으로 숨진 20대 남성 피해자 A씨를 위한 추모 공간에서 어린이들이 기도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7월25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 상가 골목에 마련된 흉기난동 사건으로 숨진 20대 남성 피해자 A씨를 위한 추모 공간에서 어린이들이 기도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조선의 흉기난동으로 안타까운 생을 마감한 20대 청년의 유족은 “갱생을 가장한 피의자가 반성하지도 않는 반성문을 쓰며 감형을 받고 또 사회에 나올까 봐 유족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다”며 “가장 엄정한 형벌인 사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호소문을 국회동의청원 홈페이지에 올렸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YTN 《뉴스라이더》와의 인터뷰에서 조선에 대해 “무기(징역) 아니면 우리나라 최고 형량인 50년(징역형)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며 피의자가 감형을 노리고 수사에 혼선을 주고 있다고 짚었다. 승 연구위원은 “범죄 수법을 보면 피해자에게 어떠한 연민도 없었고 굉장히 거짓말을 잘한다”며 “잡히자마자 ‘나 펜타닐 했어’ 이 말은 ‘그 당시에 내가 심신미약일 수 있어’라는 가장 드라마틱한 변명인데 다 거짓말이었다”고 설명했다. 승 연구위원은 조선이 사이코패스로 판명되더라도 그 자체를 범죄의 원인으로 봐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범죄의 동기는 또래 집단에 대한 개인적 분노가 쌓여서 나타나는 것이지 사이코패스라는 점 자체가 원인이 아니다”며 “부산 또래 살인범 정유정, 강서구 PC방 김성수 등 ‘이상 동기’ 범죄자들을 전수 분석해 특징을 분류하고 이에 기반한 국가 관리 시스템과 형사정책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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