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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사라지고 ‘악마와의 투쟁’만 남은 여의도…‘토론으로 합의점 모색 공존 길 찾겠다’는 목표 옳아
참가자들 모두 원외·비주류란 한계도 분명
발족하면서 여러 얘기를 꺼냈지만 실제로 이들이 ‘기성세대와 다른 모습’을 보이는 정치를 만드는 데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우선 이런 목소리를 내며 모인 사람들은 여야 정당들의 원외 정치인들이다. 포럼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신인규 전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 하헌기 전 민주당 상근부대변인, 오현주 전 정의당 대변인부터가 모두 그러하다. 이들 외에도 국민의힘에서는 남윤중 법률자문위 부위원장, 주이삭 서울 서대문구의원, 최웅주 지방자치연구소 ‘사계’ 대표가 참여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권지웅 전 비상대책위원, 이동학 전 최고위원, 성치훈 전 청와대 행정관 등이 함께한다. 모두가 당내에서 주류에 속하지도 못하고 원외에 있는 인물들이다. 그러니 이들이 무엇을 외치고 무엇을 도모한들 정치적 힘을 갖기 어렵다. 당장 이들의 주장이 뉴스거리가 되어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이들의 앞길에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그동안 지켜보았던 ‘청년정치’에 대한 실망 때문이다. 청년정치인들이 앞장서서 정치교체를 이루어 달라는 요구는 어제오늘의 것이 아니다. 많은 청년정치인이 그런 약속을 하고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되어 금배지를 달기도 했지만, 영악한 많은 젊은 정치인은 반란자가 아니라 정당권력의 방패가 되고 말았다. 기성 정치인들 뺨치는 젊은 정치인들의 정치적 처세술은 국민으로 하여금 그들에 대한 기대를 접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민주당에서 ‘청년정치인’임을 표방하며 국회의원이 되었던 김남국 의원, 장경태 최고위원의 경우도 그러하다. 김 의원은 국회 회의 시간에 코인 거래를 하는 등의 ‘코인 논란’ 때문에 민주당을 탈당했고 국회 윤리특위 윤리심사자문위로부터 제명 권고를 받은 상태다. 장 최고위원은 ‘김건희 여사 조명 의혹’을 제기하는 등 평소 ‘악마 만들기’ 네거티브 정치에 앞장선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래서 두 사람은 상대 당으로부터 “후배 청년정치인들의 앞길을 막고 있다”(장예찬 국민의힘 최고위원)는 반발을 낳기도 했다. 국민의힘에서도 이준석 전 대표가 한때 세대교체를 이루어낼 청년정치의 기린아로 부상하기도 했지만, 자기 개인에만 집착하는 좁은 정치, 분열을 조장하는 ‘갈라치기 정치’로 오히려 청년정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낳고 말았다.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고 배척하는 이들을 설득하고 조정해낼 정치적 역량을 제 안에서 결국 찾지 못했음을 겸허히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국민들께서 새로운 정치와 변화를 기대하셨던 정치 신인이기에 더 큰 책임을 느낀다”며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민주당 오영환 의원의 보기 드문 반성이 진정성 있게 들리는 이유다. 젊은 정치인들이라고 해서 국민이 무작정 기대를 걸기에는 그동안 청년정치인들이 보여준 모습이 너무도 청년답지 않았다.새로운 질서 만들기에 의원들 동참해야
그러니 3040 정치인들이 다시 모여 목소리를 낸다고 해서 무턱대고 응원하거나 기대를 표할 일도 아니다. 그렇게 이름을 올렸다가 정작 결정적인 순간에는 자기 진영의 악습을 추종하며 돌아서는 모습을 많이 보아왔다. 다만 이들이 꺼낸 정치적 화두는 ‘새로운 질서’라는 포럼이 아니더라도 우리 정치가 함께 절박한 과제로 인식해야 할 것들임에 분명하다. 지금 우리 정치에서는 ‘정치’가 사라졌다. 여야는 서로를 악마로 만드는 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면서 진흙탕 속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하루도 정쟁이 멈추는 날이 없다. 지난 시절 우리 정치에서 여야는 서로 싸우다가도 대화와 협상을 통해 정국의 매듭을 풀어나가는 정치력을 보여주곤 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우리 정치에서는 대화도 협상도 사라지고 오직 적과의 전쟁만이 자리하게 되었다. 타협과 조정을 본령으로 하는 정치는 사라지고 ‘악마와의 투쟁’만이 남은 것이다. 그러니 토론으로 합의점을 모색해 공존하는 길을 찾고 민주주의를 통한 정치 복원을 꾀하겠다는 ‘새로운 질서’의 목표는 정당하고 옳다. 문제는 이러한 노선을 현실로 만들 길이 있느냐 하는 점이다. 많은 사람이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양당 정치로는 우리 정치가 앞으로 나갈 수 없다는 비관적 인식을 함께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 무당파 부동층이 급증하고 있는 최근 여론조사의 결과들도 그런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도 막상 기존의 양당 정치를 넘어설 제3의 길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전망이 지배적인 게 현실이다. 금태섭 전 의원 등이 추진 중인 ‘새로운당’도 문제의식 자체에는 많은 공감을 얻고 있지만 파괴력을 가진 신당이 되기에는 여러 조건이 취약하다는 비관론이 우세한 편이다. 총선은 그나마 기존의 정치 질서에 맞서는 새로운 흐름이 꿈틀거릴 수 있는 절호의 공간이기도 하다. 그 기회를 살리려면 현실적으로 새로운 질서 만들기에 뜻을 같이하는 현역 국회의원들이 움직여야 하는데 그것이 여의치 않다. 얼마 전 민주당에서 이상민 의원이 ‘유쾌한 결별’을 말했다가 당 지도부로부터 ‘경고’를 받은 정도가 전부다. 당 내부에서든 외부에서든 반란이 필요한데 반란군에 참여하겠다는 정치인을 찾기가 어렵다. 내년 총선이 다시 선택의 여지가 없는 양자택일의 판으로 갈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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