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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전날 PC 부수고 폰 초기화…당일 조모집 찾은 뒤 신림역으로 이동
사이코패스 검사 입장 바꾸다 결국 거부…26일 신상공개 여부 결정

행인을 상대로 무차별 흉기를 휘둘러 1명을 살해하고 3명을 다치게 한 조아무개씨가 7월23일 서울중앙지법에 열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관악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행인을 상대로 무차별 흉기를 휘둘러 1명을 살해하고 3명을 다치게 한 조아무개씨가 7월23일 서울중앙지법에 열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관악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묻지마 흉기 난동'을 벌인 조아무개(33·구속)씨가 사전에 범행을 계획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경찰은 오래전부터 살인 욕구를 느꼈다고 진술한 조씨가 흉기난동을 사전에 계획한 뒤 실행에 옮겼다고 보고 있다.   범행 동기 규명에 수사력이 집중된 가운데 조씨는 관련 진술을 일부 번복하며 사이코패스 검사도 거부한 상태다. 조씨의 얼굴과 이름 등 신상공개 여부는 26일 결정된다.   

범행 전날 PC 부수고 스마트폰 초기화

서울 관악경찰서에 따르면, 조씨는 범행 전날인 지난 20일 오후 5시께 자신의 아이폰XS 스마트폰을 초기화했다. 포렌식 결과 같은 날 오후 5시58분 이후 브라우저 등 사용 기록은 확인됐지만, 사건과 관련 있는 검색 내용은 남아있지 않았다. 통화나 메시지, 사진 기록도 없었다. 조씨는 주거주지이던 인천 집에서 쓰던 컴퓨터의 본체도 망치로 부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손상되지 않은 본체 내부 하드웨어를 확보해 포렌식 작업을 진행 중이다. 경찰은 조씨의 범행 전 행적을 추적하기 위해 주요 포털 사이트와 통신사를 대상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 인터넷 검색 및 통화 기록 등을 확보해 분석 중이다.
7월21일 오후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한 서울 관악구 신림역 4번 출구 인근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다. 당시 이곳에서 범인 조아무개(33)씨가 휘두른 흉기에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연합뉴스
7월21일 오후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한 서울 관악구 신림역 4번 출구 인근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다. 당시 이곳에서 범인 조아무개(33)씨가 휘두른 흉기에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연합뉴스
조씨 역시 사전에 범행을 계획한 점을 인정했다.  조씨는 경찰에서 "당일 인천 집을 나설 때부터 범행을 염두에 뒀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할머니를 보려고 독산동 집에 들렀는데 하필 그때 '왜 그렇게 사냐'고 말을 해서 더 화가 났다"고 진술했다. 당시 할머니는 조씨가 일을 하지 않는다며 꾸짖었다고 한다. 이후 조씨는 할머니 집을 나와 흉기 2개를 훔친 뒤 택시를 타고 신림동에 가서 흉기난동을 벌였다. 흉기 1개는 범행에 사용했고, 나머지 1개는 택시에 그대로 두고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조씨 진술을 포함한 조사 내용을 종합할 때 경제적 무능과 키 등 신체 조건에 대한 복합적 열등감이 범행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30대 초반인 조씨는 별다른 직업을 갖지 않은 채 인천 이모 집과 서울 금천구 독산동 할머니 집을 오가며 생활했다. 자신의 작은 키와 체구에 불만을 느꼈다고도 진술했다.  조씨는 경찰에서 "남들보다 키가 작아 열등감이 있었다", "오랫동안 나보다 신체적·경제적 조건이 나은 또래 남성들에게 열등감을 느껴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은 조씨가 느껴 온 열등감이 극단적 분노로 발전했고, 20∼30대 또래 남성만 표적 공격한 범행으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씨의 병력이나 치료 기록은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조씨 의료기록을 조회한 결과 2018년 1월부터 범행 당일까지 정신질환 치료를 받은 적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경찰은 기록 조회가 가능한 2013∼2017년 병력을 추가로 확인 중이다.
7월25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 상가 골목에 마련된 흉기난동 사건으로 숨진 20대 남성 피해자 A씨를 위한 추모 공간에서 어린이들이 기도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7월25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 상가 골목에 마련된 흉기난동 사건으로 숨진 20대 남성 피해자 A씨를 위한 추모 공간에서 어린이들이 기도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살인 욕구 있었다" 진술…사이코패스 검사 거부

조씨에 대한 사이코패스 진단검사(PCL-R)는 연기됐다. 조씨가 자술서 작성과 감정 변화 등을 내세워 검사를 거부하는 등 협조하지 않으면서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사이코패스 진단검사에 대한 입장을 여러 차례 번복했고 결국 오후 7시40분께 "오늘은 감정이 복잡하다"면서 최종 거부했다.  진단검사 직전 작성하겠다고 한 자술서 역시 제출을 거부했다. 조씨가 오후 내내 자술서를 작성했지만, 유치장으로 들고 가 보관 물품에 맡기는 바람에 확보할 수 없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대기하던 프로파일러도 결국 철수했다.  경찰은 이날 조씨에 대한 사이코패스 검사를 재시도할 방침이다. 사이코패스 진단검사는 냉담함, 충동성, 공감 부족, 무책임 등 사이코패스의 성격적 특성을 지수화하는 검사다. 모두 20문항으로 이뤄졌으며 40점이 '만점'이다. 국내에서는 통상 25점을 넘기면 사이코패스로 분류한다.  전문가들은 조씨의 범행 방식과 진술만으로도 사이코패스 성향을 짐작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조씨로부터 "오래전부터 살인에 대한 욕구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도 확보했다. 경찰은 이날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조씨 이름과 얼굴 등 공개 여부를 결정한다. 이달 30일 구속기한이 만료됨에 따라 오는 28일 조씨를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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