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으로 소비 제약…정부지원금 등 소득은 늘어
가계 금융자산 3년새 1006조원으로 급증
한은 “주택 등 자산시장 재유입되면 금융불안 요인”
코로나19 사태를 겪은 약 3년간 우리나라 가계가 이전보다 100조원 이상 더 저축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거리두기 정책 등으로 소비가 제약된 상황에서 정부 지원 등 소득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팬데믹 이후 가계 초과저축 분석과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20∼2022년 우리나라 가계부문 초과저축 규모는 101조∼129조원으로 추산된다. 이번 분석에서 초과저축은 팬데믹 이전 추세를 웃도는 가계 저축액으로 정의됐다. 즉,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가계의 저축 규모가 과거 통상적 수준보다 최소 100조원 이상 더 불었다는 뜻이다.
가계 저축이 늘어난 배경에는 팬데믹 직후의 소비 감소와 지난해 초과저축이 증가한 것이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저축률 상승분을 저축 동기에 따라 분해한 결과에서도 절반 이상을 코로나19에 따른 소비제약 등 '비자발적 요인'이 차지했다. 다만 경기가 나빠진 영향으로 지난해 하반기 이후에는 소득 증가의 초과저축 기여도가 축소됐다고 한은은 덧붙였다.
한은은 가계지출 증가율 등으로 미뤄 우리나라 가계가 이 초과저축을 추가적 소비 재원으로 활용한 부분은 크지 않은 것으로 추정했다. 아울러 초과저축분을 대출 상환에 활용한 것도 아니라는 것이 한은의 분석이다.
조주연 한은 동향분석팀 과장은 "금리 상승으로 부채 상환 유인이 커졌지만, 우리나라 가계의 디레버리징(차입 축소·상환)이 주요국보다 상대적으로 더딘 모습"이라며 "2020∼2022년 가계의 금융자산과 부채가 동시에 크게 늘었는데, 이는 우리 가계가 초과저축을 부채 상환에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대신 가계는 초과저축을 예금·주식 등 유동성이 좋은 금융자산의 형태로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은 국민계정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의 금융자산은 2020∼2022년 현금·예금·주식·펀드를 중심으로 1006조원 늘었다. 2017∼2019년(591조원)의 거의 두 배에 이른다.
조 과장은 "팬데믹 기간에 가계는 100조원 이상의 초과저축을 축적했고, 이를 금융자산 형태로 보유하고 있다"며 "이는 가계가 실물경제와 금융의 큰 불확실성 때문에 향후 추이를 관망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초과저축은 경기 충격의 완충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동시에 금융 불안의 잠재 요인으로도 지목됐다. 조 과장은 "(초과저축이) 유동성 좋은 금융자산 형태의 초과저축은 앞으로 실물경제 측면에서 부정적 소득 충격이 있을 때 완충 역할을 하면서 민간 소비의 하방 위험을 줄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최근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가계 초과저축이 대출과 함께 주택시장에 재접근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주택가격 상승, 가계 디레버리징 지연 등으로 금융 안정에 부정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