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침체·고령화로 주택연금 수요 급증
10월부터 공시가격 12억원 이하 주택도 가입
올해 상반기 주택연금 신규 가입 건수가 또다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가입자에게 지급된 연금액은 이 기간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고, 전체 지급액 역시 9조원에 달했다.
24일 주택금융공사(HF)가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주택연금 신규 가입 건수는 8109건으로 지난해 동기(6923건)보다 17.1%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7년 주택연금 도입 이후 상반기 기준으로는 2년 연속 사상 최대 기록 경신이다.
상반기 기준 주택연금 신규가입 건수는 2019년 6044건에서 2020년 5124건, 2021년 5075건으로 감소하다가 지난해 6923건, 올해 8109건으로 2년 연속 급증했다. 연간 기준으로도 지난해 주택연금 신규가입 건수는 1만4580건으로 2021년(1만805건) 대비 34.9% 급증, 사상 최대를 기록한 바 있다.
이처럼 주택연금 가입자가 늘어나면서 올해 상반기 연금 지급액은 1조1857억원으로 지난해 동기(8739억원) 대비 35.7% 급증했다. 상반기 기준 주택연금 지급액이 1조원을 넘은 것도 올해가 처음이다.
주택연금 총 가입건수(유지 기준)는 6월 말 기준 8만9417건으로, 이들에게 그동안 지급한 연금지급액은 모두 8조8692억원으로 집계됐다. 상반기 주택연금 해지건수는 1633건으로 지난해 동기(1916건) 대비 14.8%, 사상 최대였던 2021년 상반기(2633건) 대비로는 38% 감소했다.
주택연금은 만 55세 이상의 소유자가 집을 담보로 제공하고, 집에 계속 살면서 평생 연금방식으로 매달 노후생활자금을 지급받는 제도다. 주택연금 수령액은 가입 당시 평가한 주택 시가에 따라 정해진다.
주택연금 신규 가입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은 집값 하락 분위기가 이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집값 하락 국면에서는 최대한 빨리 가입 신청을 하는 것이 월 수령액 측면에서 유리한다.
최근 고령화 속도가 빨라진 점도 가입 증가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901만8000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900만명을 돌파했다. 또한 2021년 기준 76세 이상 고령자의 상대적 빈곤율은 51.4%, 66∼75세는 30.5%에 달해 여전히 소득 부족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 빈곤율은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을 기준으로 중위소득 50% 이하에 속한 인구 비율을 의미한다.
주택연금 가입 증가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주택연금 가입을 위한 보유 주택의 공시 가격 요건이 9억원 이하에서 12억원 이하로 크게 완화하는 내용의 '주택금융공사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오는 10월12일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주택 가격 요건은 국토교통부에서 매년 발표하는 공시 가격을 기준으로 한다. 공시가격과 시세 간 격차가 통상 30%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시세 17억원 정도의 집까지는 앞으로 주택연금 가입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처럼 주택연금 가입 요건이 완화되면 14만여 가구가 추가로 주택연금 가입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승재 의원은 "지난해 연간에 이어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도 주택연금 가입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면서 "오는 10월부터 주택연금 가입 요건이 완화되는 만큼 이에 맞춰 연금 지급액 한도 등도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