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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후된 처우와 바닥까지 내려간 명예심에 한탄 가득  
다가올 기후재난의 시대, 소명의식 못잖게 보상 체계도 중요

7월14일 금요일에 KTX를 타고 오송역에 도착했을 때는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비가 내리고 있었다. 필자의 부모님은 조치원에서 20년 가까이 거주하시다가 작년부터 반려견을 위해 인근 지역인 오송의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했다. 밤에도 오송의 비는 그칠 줄 모르고 계속 퍼부어댔다. 비가 언제쯤 그칠까 생각하며 잠에 들었는데, 이상하게도 예상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깨고 말았다. 새벽이 되자 마당을 때리는 빗소리가 창문을 뚫고 들어올 정도로 거세졌기 때문이다.  이쯤 되니 무언가 심상치 않은 것 같았고, 뉴스나 SNS를 보면서 충청도 홍수 정보를 받아보기 시작했다. 수해 소식이 계속 들려오고 있었다. 오송읍에서 미호강을 넘어가면 나오는 연동면에서는 70대 주민이 토사에 매몰되어 사망했다. 역시 미호강 건너편에 있는, 필자가 중학교 때부터 자주 들르곤 했던 강내면은 아예 침수되었고, 인터넷에 사진이 속속 올라오고 있었다. 필자가 졸업한 초등학교 교가에도 ‘굽이 흘러 넓은 들 젖줄이 되어준다’고 나오는 미호강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범람하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궁평지하차도에서 차량들이 고립되었다는 소식마저 들었다. 화들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궁평제1지하차도는 부모님이 조치원을 오가며 매일 이용하는 출근길이었기 때문이다. 사고 현장인 제2지하차도는 필자의 본가에서 2km 남짓밖에 떨어지지 않은 그야말로 코앞인 곳이었다. 오송 신도시의 카페에 책을 읽으러 나가 보니 모든 손님이 지하차도 사고를 이야기하며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시사저널 임준선
7월20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충북경찰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합동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지금의 재난 시스템에 비판 제기하는 젊은 공무원들

도저히 그칠 것 같지 않던 비가 마침내 그치고, 양수 작업과 시신 수습이 마무리되면서 참사의 원인과 책임이 논해지기 시작했다. 핵심적인 원인은 미호강 수위가 이미 상상 이상으로 범람하고 있는데, 도로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 있었다. 게다가 유기적으로 재난에 선제 대처할 수 없게 만든 흥덕구청, 청주시청, 충북도청의 관할권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미호천교 교량 사업 때문에 기존 제방을 허물고 임시 제방을 계속 유지했던 것도 문제였다. 아마 이 외에도 이번 참사를 통해 재난 대비 및 안전 문제를 어떻게 정비해야 할지 여러 과제가 드러나게 될 것이다. 앞으로 기후위기가 심화되면서 올해와 같은 수해 및 재난들이 더욱 격렬해지고 빈번해질 것을 고려하면, 이 과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는 정말이지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와중에 현재 시스템에 대해 비판을 제기하고 있는 또 다른 이들이 공무원이다. 공무원은 이번 참사의 책임을 질 사람들인데, 왜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일까. 전국적으로 공무원들의 부주의에 대해 여론의 질타가 쏟아지는 가운데, 블라인드를 비롯한 각종 커뮤니티에는 젊은 공무원들이 전하는 항변이 계속 올라왔다. 실제 재난 대처가 이루어지는 일선 행정의 어려움, 급격한 물가 상승에 비해 전혀 오르지 않는 임금, 계속되는 부서 이동으로 쌓기 어려운 전문성 등이 핵심적인 쟁점들이었다.  주말도 반납하고 해야만 하는 비상 대기, 턱없이 낮은 수당, 어렵고 위험한 일과 쉽고 안전한 일이 차별화되지 않는 불합리한 보상 체계, 사고가 일어나면 현장의 젊은 공무원이 책임을 뒤집어쓰고 고위직은 빠져나가는 책임소재 문제 등은 재난과 안전 관련 업무를 다들 기피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재난 및 안전 업무는 매뉴얼을 비롯한 실제 업무의 암묵지가 거의 전승되지 않는, 모든 신규 입직자들이 무에서 유를 만들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기에, 효과적인 재난 대비는 현재 구조에서는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는 의견이다.  

‘누칼협’ 사회적 논란 등이 공무원 사기 떨어트려

주로 젊은 공무원들이 제기하는 이런 항변은 당연히 처음이 아니다. 2020년 춘천시 의암호 선박 전복 사고가 대표적인 예다. 당시 폭우로 급류가 흐르고 있던 때에, 의암호의 수초섬을 고정하라는 지시를 받은 춘천시 공무원, 경찰관, 업체 직원들이 선박이 전복되어 사망한 사건이다. 사망한 공무원은 출산휴가 중이기까지 했는데, 위험한 지시를 실제 수행하다가 변을 당하게 되었다. 춘천시 측에서는 자발적인 업무였다고 반박했다. 실제 진실이 어떻든, 이 사건은 현장에서 직접 업무를 수행하는 젊은 공무원들의 사기를 크게 꺾어놓았다. 달라지지 않는 처우에 더해 공무원에 대한 사회적 존중이 바닥을 쳤다는 것도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주 올라오는 젊은 공무원들의 한탄이다. 해결되지 않는 악성 민원인 문제, 재난 대처 행정 시 공무원들의 통제에 따르지 않으려 하는 일부 주민 같은 경우도 대표적이다. 공무원들이 인터넷에서 이러한 어려움을 토로했을 때 ‘누가 공무원 하라고 칼 들고 협박했냐’ ‘꼬우면 이직해’라고 응수했던 각박한 사회 분위기도 젊은 공무원들의 사기를 떨어트렸다. 그 결과 지난해 12월 전주에서 폭설이 내렸을 때 제설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불만에 공무원 커뮤니티에서는 ‘누가 전주 살라고 칼 들고 협박했냐’고 맞불을 놓기도 했다. 이 같은 불만과 문제 제기가 계속 발생하는 것은 한국이 겪은 사회 변동 및 청년층의 인식 변화와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과거에도 공무원의 처우는 좋지 않았지만, 적어도 직업적 안정성, 국민의 존중, 연금에 대한 기대가 맞물려 경제위기 이후에는 더욱 각광받게 되었다. 상명하복과 집단주의에 익숙한 기성세대 조직문화에서는 주말이나 야간에 공무원을 동원하고 투입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산 버블과 인플레이션으로 공무원의 임금이 더는 매력적이지 않게 되었고, 공무원연금 전망도 불투명해졌다. 개인 시간을 갈수록 중시하는 새로운 문화적 분위기 속에서 갑작스럽게 비상근무에 동원하면서 납득 가능한 보상을 제공하지 않는 것도 불만을 키웠다. 앞서 언급했듯이 기후위기는 재난의 강도와 빈도를 갈수록 크게 늘릴 것이다. 그럴 때마다 우리 사회는 필수적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무원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번 참사는 공무원 조직의 부주의와 관할권 문제에 따른 행정 혼선이라는 명확한 원인이 있다. 따라서 그 책임을 묻고 제도를 정비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제도와 규정에 따라 일하는 것은 결국에는 일선의 사람들이다. 일선의 사람들이 주어진 제도와 규정 속에서 최상의 업무를 해내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직업적 소명의식이 중요하겠지만 현장에서 몸으로 뛰는 이들이 납득할 수 있는 보상 체계와 존중 없이는 소명의식을 발휘하기도 어려워질 것이다. 그 피해를 우리 모두가 짊어지지 않으려면, 위험과 불편을 감수하고 공적 업무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마땅한 보상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를 한번쯤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 
임명묵 작가
임명묵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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