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초등학교 1·2학년을 학교폭력예방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제안했다. 현행 학교폭력 제도가 수립된지 10년이 지난데다, 저학년을 대상으로 한 법적 처리가 교육적인 해결을 방해한다는 판단에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16일 조 교육감의 이같은 제안을 언급하며 “아무것도 모르는 초등학교 1, 2학년 어린 아이들은 사회성을 배워 나가는 단계인데 부모님들의 갈등으로 인해 학교폭력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며 “심각한 학폭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어린 아이들에게 과도하게 법을 적용해서 성장하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냐는 우려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행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모든 학생들을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 처분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학교폭력이 발생할 경우 피해 학생 및 학부모의 요청에 따라 교육지원청에 설치된 학폭위가 열리게 되는데 아직 사회적 경험이 부족한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법적 처리가 과하다는 것이 조 교육감의 판단이다.
앞서 조 교육감은 “초등학교 1·2학년은 처벌보다도 학교에서 사회화에 필요한 규범을 습득하고 다양한 관계 속에서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 생활교육이 필요한 시기”라며 “현재는 사소한 갈등까지 법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어 “어린 학생들의 갈등이 부모 간 소송으로 번져 학생들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고 저학년을 대상으로 한 학폭위 심의는 사실관계보다 보호자 의견에 치중된다”고도 말했다.
지방교육자치법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교육감협의회는 전국 교육청에 공통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법안에 대해 교육부장관을 거쳐 정부에 의견을 제안할 수 있다. 교육청 관계자는 “학폭법 개정에 대한 내부 공론화를 거쳐 이르면 3월, 늦어도 1학기 안에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