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변이 바이러스 동향에 촉각 곤두…3년 전 느슨했던 對中 방역 조치에 따른 트라우마 남아 있어

1월 들어 국내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일주일 평균 5만 명대를 오르내리면서 다소 주춤한 상황이다.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 조건의 일부는 충족됐지만, 문제는 중국이다. 중국발 코로나19 상황과 변이 바이러스가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을 해제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중국 내부에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국 방역 당국은 코로나19 감염자·사망자 통계를 국제사회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런 행태를 지적했다. 마이클 라이언 WHO 비상대응팀장은 1월4일 유엔 제네바 사무소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현재 중국에서 발표되는 통계는 코로나19로 입원한 환자 수와 중환자 입원 사례 수, 사망자 수 등 측면에서 코로나19의 진정한 영향을 과소평가한 결과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최근 중국과 홍콩을 연결하는 통제소가 재개되면서 중국으로 가려는 여행객들이 1월8일 홍콩 후티엔 통제소에 줄을 서 있다. ⓒXinhua 연합

“중국 상하이 인구 70% 감염됐을 것” 

‘연합보’ 등 대만 매체들은 중국 유행병 전문가 등을 인용해 중국 감염자 수가 6억 명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중국의 코로나19 감염률이 40%를 돌파한 셈이다. 세계 누적 감염자가 6억6000만 명인데, 불과 한 달 만에 중국에서 이에 육박하는 감염자가 나온 것이다.  중국 전문가들도 자국의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심각하게 진단했다. 쩡광 전 중국 국가질병통제센터 유행병학 수석 과학자는 지난해 12월29일 베이징의 코로나19 감염자 비율이 이미 80%를 넘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베이징 인구는 약 2200만 명이다. 상하이 교통대 의과대 부속 루이진 병원의 천얼 전 부원장은 1월2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전염병이 너무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 이미 상하이 인구(2500만 명)의 70%(1750만 명)가 감염됐을 수 있다. 지난해 봄과 비교해 상하이의 감염자 수가 20~30배 증가했을 것이다. 매일 100대 이상의 구급차가 병원에 도착하고 응급실 입원 환자의 절반 정도는 65세 이상 고령층”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의 조사 결과도 나왔다. 중국 쓰촨성 방역 당국이 주민 70만 명을 대상으로 표본 조사한 결과, 80% 이상이 감염됐다고 응답했다. 코로나19 유행의 심각성을 판단하는 핵심 기준은 사망자 수다. 중국은 코로나19 사망자를 코로나19 양성 판정과 호흡 부전을 겪다 숨진 경우로 정의했다. 사망자를 좁은 범위로 정의해 코로나19 사망자 수를 축소하려는 의도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라이언 팀장은 “중국 보건 당국의 코로나19 사망자 정의가 너무 좁다”고 지적했다. 또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도 “중국의 코로나19 유행 상황에 우려를 표명한다. 중국 보건 당국은 추가 접종을 포함한 백신 접종을 확대할 필요가 있으며 신속하면서도 정기적으로 입원자와 사망자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최근 중국에서 코로나19로 하루 9000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보도했다. 약 2억 명이 이동할 예정인 1월22일 춘제(중국 설) 연휴 이후 중국 코로나19 확산세는 더 거세질 전망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국은 인구가 14억 명이고 백신 접종으로 얻은 면역이 바닥났다. 중국의 코로나19 확산세는 진공 상태에서 불이 붙은 상황과 같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에서 정점에 다다른 코로나19 확산세가 인구 이동이 많은 춘제 기간에 농촌으로 전파될 것이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다른 도시와 다른 국가로 전파되었던 3년 전 상황이 재현되고 있다. 중국 코로나19 확산세는 금방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시사저널 이종현
중국발 입국자의 코로나19 음성확인서 제출 의무화 첫날인 1월5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코로나19 검사센터에서 입국자들이 서류를 접수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각국이 변이 바이러스를 교환하는 형국

또 다른 위협은 더 다양해진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국내에 유입된다는 점이다. 중국에서는 오미크론 하위 변이인 BA.5.2와 BF.7이 급격하게 확산 중이다. WHO는 중국 전역에서 감염자의 97.5%가 BA.5.2와 BF.7에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WHO는 이런 결과를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에 의한 2000건 이상의 유전자 분석을 토대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게다가 미국과 유럽의 유행을 이끈 XBB.1.5가 중국에서도 확산 중이라는 보고가 있다. XBB.1.5 감염률은 미국에서 지난 한 달 사이에 4%에서 40%로 급등했다. 미국에서는 XBB.1.5뿐 아니라 BQ.1과 BQ.1.1도 함께 기승을 부리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우세종이던 오미크론 하위 변이 BA.5의 비율이 38%까지 내려갔고, 일명 ‘켄타우로스’에서 파생한 BN.1이 33%로 확산 중이다. 김 교수는 “국내 하루 확진자가 다소 감소한 것은 학교가 방학해 전파가 줄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연말연시, 외국 여행, 설 연휴 등 불안전 요소는 여전히 존재한다. 여기에 중국과 미국의 우세종이 유입되면서 한국은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교차로가 된다. 미국에서 퍼지고 있는 XBB.1.5 변이는 면역을 회피하고 인체 세포와 결합력이 강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돌파 감염이나 재감염될 가능성이 커졌다. 임상시험이 아니라 현실에서 우리가 보는 현실이다. 또 중국에서 퍼진 BF.7 변이까지 국내로 들어오면서 이른바 변이 릴레이 유행 국면을 맞았다. 지지부진한 백신 접종률 상황에서 사망자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코로나19 확산세와 변이 바이러스까지 겹친 중국의 상황이 심상치 않자 세계 각국은 중국에 백신 접종을 독려했다. 백신을 맞았거나 이미 코로나19에 감염됐더라도 변이 바이러스에 또 감염될 수 있다. 그렇지만 위중증과 사망을 줄일 수 있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2가 개량 백신은 XBB 등 변이에 대해 여전히 유효한 중화능(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능력)을 보인다. 팍스로비드·라게브리오 등 항바이러스 치료제는 몸 안에 들어온 바이러스 복제를 억제하는 원리이므로 신종 변이에도 효과가 있다. 중국 당국은 80세 이상 인구의 백신 접종률을 현재 76.6%에서 90%까지 끌어올려 대처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중국의 시노백 같은 불활성화 백신은 효능이 60.2%에 그쳐, 84.5%의 효능을 보인 mRNA 백신에 비해 효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자 유럽연합(EU)과 미국이 무료로 mRNA 백신을 중국에 제공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중국은 사실상 거부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월3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의 백신 접종률은 높아지고 치료 능력도 강화되고 있으며 의료 물자 역시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이 미국에 이어 EU의 백신 제공을 거부한 것은 자국산 백신의 효능을 자신해온 만큼 국가적 자존심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세계 각국은 중국발 입국자에 대해 문을 닫는 조치를 시작했다. AFP·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지금까지 우리나라를 포함한 14개 이상의 나라가 중국발 입국자 대상 방역을 강화했다. 이탈리아, 호주, 캐나다, 영국, 프랑스는 중국에서 입국자 전원에게 항공기 탑승 전 코로나19 검사 음성 결과 제출을 의무화했다. 미국, 일본, 인도, 대만은 앞선 나라들보다 빠르게 방역 조치를 강화했다. 모로코는 국적을 불문하고 중국발 입국 자체를 전면 차단하는 가장 강력한 대응을 시행했다. EU는 1월4일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공동 방역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긴급회의를 열고 “중국에서 출발하는 모든 항공편 탑승객을 대상으로 출발 탑승 48시간 이내 코로나19 음성 확인 요건을 도입하는 방안이 회원국들에 강력히 권장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도 중국발 입국자에 대해 방역 문턱을 높였다. 1월2일부터 중국에서 입국하는 단기 체류 외국인은 즉시 공항검사센터에서 PCR(유전자증폭)검사를 받은 뒤 별도 공간에서 검사 결과를 기다리도록 했다. 1월5일부터는 중국 현지에서 국내로 출발하는 항공기에 탑승하는 모든 내·외국인에 대해 항공기 탑승 48시간 이내 PCR검사 또는 24시간 이내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결과 제출도 의무화했다. 중국 본토뿐만 아니라 홍콩·마카오발 입국자도 1월7일부터 입국 전 검사 후 음성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각국의 방역 강화 조치에 대해 중국 정부는 반발하고 나섰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월3일 정례 브리핑에서 “일부 국가가 중국인 입국을 제한하는 조처를 한 것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고 과도한 관행으로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이러한 조치들이 정치적 목적을 가졌다고 비난하며 “상황에 따라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상응하는 조치를 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특히 중국은 유독 한국의 ‘방역 빗장’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나타냈다. 1월10일 중국 당국은 “한국인의 단기 비자 발급을 전면 중단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는 “한국의 중국에 대한 차별적 조치 취소 상황에 따라 조정될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우리 정부의 중국발 입국 제한 조치에 대한 보복성 조치임을 굳이 감추지 않았다. 지난 연말 중국이 봉쇄 조치를 풀고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면서 새해 중국 특수를 기대했던 국내 항공업계와 여행업계는 다시 한숨을 짓고 있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 중국발 대처를 미흡하게 했던 탓에 엄청난 후유증을 겪었던 경험이 있어 전문가들은 지금의 중국발 입국 제한 조치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기본 방벽(백신 접종)이라도 잘 쌓자”

김우주 교수는 “중국은 인구가 많고 변이 출현도 불투명하므로 중국에 대한 방역 문턱을 높이는 것이다. 그렇지만 코로나19 유입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코로나19는 홍콩, 일본, 베트남 등을 거쳐 이미 들어왔다. 감염병 유행은 변이 출현만 없어도 줄어든다. 그러나 코로나19는 변이가 계속 발생한다. 오미크론만 해도 하위 변이가 130종 이상이다. 중국에서 어떤 변이가 출현하는지가 올봄과 초여름까지 코로나19 재유행 여부의 관건”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2가 백신은 XBB나 BQ 변이에 대해 항체중화능력(감염 예방)이 떨어지지만 중증이나 사망에 대한 예방은 가능하다. 국내 60세 이상 접종률이 30%대로 낮은데 이를 더 높여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위중증과 사망이 증가한다. 영국의 백신 접종률은 60대 60%, 70대 70%, 80대는 80%다. 나는 지난해 11~12월부터 동절기 접종률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방역 당국은 지난 한 달 동안 실내 마스크 해제 논의만 했고, 질병관리청장이 사실상 경질되지 않았나. 경제 사정 등을 고려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다시 강하게 하지는 못하더라도, 기본 방벽(백신 접종)이라도 잘 쌓자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