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저출산위 사의 표명, 굳어지는 ‘당권 출마’ 가능성
與 당권주자들 ‘긴장모드’…대통령실은 사의 표명 ‘일축’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의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나경원 전 의원이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나 전 의원은 10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사실상 당권 도전을 시사했다. 먼저 레이스를 시작한 당권 주자들은 저마다 손익계산서를 두드리며 나 전 의원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오후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대통령님께 심려를 끼쳐드렸으므로 사의를 표명한다”고 전하며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해 10월14일 부위원장직에 임명된 지 약 3개월만이다.
나 전 의원의 사의 표명은 당 대표 출마를 앞둔 포석으로 해석됐다. 나 전 의원은 공식적으로는 당권 도전에 대한 말을 아끼고 있으나, 측근들 사이에선 “빠르면 설 연휴 전에 당 대표 출마선언을 할 것”이란 말이 나온다. 나 전 의원 측은 선거캠프 사무실을 알아보는 등 이미 실무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나 전 의원이 이날 사의 표명을 한 데에는 대통령실과의 ‘불협화음’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나 전 의원은 저출산 대책으로 자녀 수에 따라 대출금을 탕감하거나 면제하는 안을 언급했다가 대통령실로부터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들었다. “나 전 의원을 해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에 나 전 의원 측이 먼저 사의를 표명했다는 분석이다.
나 전 의원은 국민의힘 당권 주자로 분류되는 인사들 중 민심과 당심에서 고루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받는 인물이다. 이 때문에 나 전 의원은 친윤(친윤석열)계 주축으로 짜인 국민의힘 전당대회 구도를 뒤바꿀 ‘게임체인저’로 꼽혀왔다. 나 전 의원의 등판 여부에 따라 당권 주자들 간 유불리가 달라질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날 나 전 의원의 당권 도전이 가시화한 이후, 김기현‧안철수‧윤상현‧조경태 의원 등 일찌감치 출마 선언을 한 당권 주자들 사이에선 각기 다른 반응이 나왔다.
김기현 의원은 경기도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나 전 의원의 사의 표명과 관련해 “가장 합리적인 결정을 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면서 “김기현의 라이벌은 김기현 본인이다. 다른 사람을 의식하고 선거운동을 하고 있지 않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안철수 의원은 같은 자리에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정말 중요한 일인데 여러 가지 사정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당에서 중요한 것은 수도권에서 이기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윤상현 의원은 “(나 전 의원의 출마는) 본인이 판단할 문제”라고 했고, 조경태 의원은 “정치인은 자기 소신대로 해야지 누구의 영향을 받아 갈팡질팡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한편 나 전 의원의 사의 표명에 대해 대통령실은 “들은 바 없다”고 일축했다. 나 전 의원으로부터 사의 표명을 받았다는 김대기 실장도 의사를 전달받지 못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임명권자인 윤석열 대통령이 나 전 의원의 사의를 반려하거나 보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나 전 의원과 대통령실이 사의 표명 여부를 두고 재차 대립각을 세운 셈이라, 나 전 의원으로선 당권 출마를 강행하기 어려워졌다는 해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