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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 발암물질’ 석면, 70여 개 교체 뒤 교무실·체력단련실에서 검출돼

석면 제거 작업을 한 서울의 D중학교에서 공사 보름 뒤 석면이 검출됐다. D중학교는 2022년 12월 석면 텍스를 교체했는데, 작업한 공간에서 석면이 나온 것이다. 석면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호흡기로 인체에 흡입될 경우, 석면폐증·폐암·악성중피종 등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한다(<‘석면암’ 악성중피종 환자 지난해에만 430명…최대 잠복기 40년> 기사 참조).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관리 소홀이 한 곳에만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2022~23년 겨울방학 기간에 석면 제거 작업을 하는 학교는 서울 시내에만 160여 곳에 이른다. 학교 석면 실태조사는 물론 석면 안전관리인에 대한 교육도 서울시교육청이 맡고 있다. 그러나 시교육청의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2017년 9월 경기도 과천시의 한 초등학교 석면 교체 공사 현장에서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대표협의체가 위탁한 청소업체 관계자들이 음압기를 설치 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자료 사진 ⓒ뉴스1

석면 제거 뒤 가루는 물론 조각까지 나와

서울 소재 D중학교는 학기 중 석면을 제거했다.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D중학교에서 석면 유지·제거 작업이 있던 때는 2022년 12월 3~4일이다. 균열된 석면 텍스 틈을 메우는 등의 방식인 ‘보수’ 작업은 237곳에서 이뤄졌다. ‘제거’ 작업은 교무실, 멀티미디어실, 교실 등 24곳에서 진행됐다. 이때 교체된 석면 텍스(texture·널빤지)는 모두 74장이다. 멀티미디어실에서는 무려 11장의 석면이 교체됐다. 이러한 작업에 들어간 비용은 980여만원이다. 학교는 2022년 서울시교육청이 내려보낸 석면 유지·보수 예산(950여만원)으로 업체와 계약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추가경정예산안을 통해 석면 유지·보수 예산 68억여원을 마련했다. 이는 매년 각 학교에 내려보낸 석면 해체·제거 예산과 별개다. 석면 텍스 한 장만 떼어내도 유지·보수가 아니라 소규모 교체에 포함된다. 시교육청 측은 지난해 12월 “학교가 석면 관리를 더 잘하라는 차원에서 유지·보수 예산을 마련해 내려보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와 별도로, 학교는 석면 안전관리인을 지정하고 관리인은 학교 석면에 대해 주기적으로 평가한다. 이를 관리·감독하는 곳은 서울시교육청이다. 문제는 석면 교체 작업이 끝난 뒤 불거졌다. 2022년 12월17일 교무실과 체력단련실 등 작업이 이뤄진 공간에서 석면 조각과 가루가 나온 것이다. 이는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한 크기였다. 교무실에 있는 냉장고 윗부분, 전선이 있는 바닥 등에 조각과 가루가 흩날려 있었다. 실제로 이러한 조각과 가루는 석면으로 판명됐다. D중학교 측은 4곳에서 나온 조각과 가루를 분석기관에 의뢰했는데, 이 가운데 2곳에서 석면이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교무실과 체력단련실이었다. D중학교 측은 “석면이 나온 곳 바로 위의 천장이 작업 공간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사실을 인지한 D중학교는 곧바로 청소 등을 통한 제거 작업에 들어갔다. D중학교 측은 “작업한 공간 바로 아래에서 석면 조각과 가루가 나왔고, 이를 청소하지 않은 업체에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업체는 이번 문제가 D중학교의 관리 부실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우리 업체가 작업한 공간에 대해서는 모두 청소했다”며 “이번 문제는 우리 업체의 유지·보수 작업이 원인이 아니라, 지금까지 학교에서의 청소 미비 및 관리의 문제”라고 반박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업체는 해체·제거 작업이 끝난 뒤 석면 잔재물이 작업 공간에 남지 않도록 청소 등을 해야 한다.
ⓒ시사저널 김현지
서울 소재 D중학교에서 2022년 12월17일 검출된 석면 조각과 가루. 학교 측이 4곳에서 나온 조각과 가루를 분석기관에 의뢰했는데, 이 가운데 2곳에서 석면이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시사저널 김현지
ⓒ시사저널 김현지
서울 소재 D중학교에서 2022년 12월17일 검출된 석면 조각과 가루. 학교 측이 4곳에서 나온 조각과 가루를 분석기관에 의뢰했는데, 이 가운데 2곳에서 석면이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시사저널 김현지

서울시교육청, 책임 회피 의혹도

D중학교 사태는 현재 일단락된 분위기다. 업체는 학교 측의 요청대로 지난해 12월27일 청소를 진행했다. 학교는 이와 별도로 올해 냉·난방기 등에 대한 정밀 청소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2024년 전면적인 석면 해체·제거 작업을 앞두고 석면 작업을 감시할 모니터링단을 꾸릴 예정이다. 다만, 이번 사례가 다른 학교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는 학교 내부적으로 제기됐다. 이번 겨울방학 기간에 석면 해체·제거 공사를 진행할 전국의 학교는 1100여 곳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여러 현장에서 공사 시 필요한 음압기 등 장비를 기준 이하로 마련하거나 비닐 보양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문제가 제기됐다”고 전했다. 그런데 D중학교 논란과 관련해 서울시교육청의 태도가 도마에 올랐다. 학교의 석면 제거와 관련해 시교육청의 관리·감독이 원활하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다. 특히, 시교육청은 D중학교 사건을 방관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D중학교 측은 문제를 인지한 직후 시교육청이 내려보낸 석면 유지·보수 예산으로 작업 중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알렸다. 그런데 시교육청은 이에 대해 “우리 책임이 아니다”는 답변을 내놨다는 것이다. 조직 구조상 시교육청은 학교 석면 실태조사, 위해성 평가, 석면 안전관리인 교육·관리 등에 대한 책임을 갖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중부교육지원청은 1월3일에야 학교에 공문을 내려보냈다. 학교가 업체를 통해 석면 보수를 할 때, 학교 석면 안전관리인이 철저하게 관리·감독하라는 취지의 내용이었다. 시교육청 차원에서도 추가 공문을 보낼 예정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고용노동부 지정 기관을 학교에 안내했고, 학교는 자체적으로 업체를 선택해 계약한 것”이라며 “학교 측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교육청이 모든 학교를 직접 확인할 수는 없다”며 “학교 석면 안전관리인이 유지·보수 작업 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달라는 공문을 통해 학교에 안내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학교 석면 안전관리인 교육과 실태조사 등은 서울시교육청 소관 업무다. 학교 석면 안전관리인을 관리하는 곳은 시교육청이다. 시교육청 측 설명대로 안전관리인에게 문제가 있다면 이를 감독해야 할 시교육청에도 책임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시교육청 관계자는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학교 현장에 대한 조사는 불가능하다”면서 “학교별 석면 안전관리인에 대한 교육 이수 등을 서식을 통해 관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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