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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개 시·도교육청, ‘무석면 학교’에 내년 예산 5500억원 편성
교육부 지원은 절반, 국회는 ‘나 몰라라’…“피해는 국민 몫”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학교 석면 제거를 위한 새해 예산으로 5500억여원을 편성했다. 이 가운데 교육부가 각 시·도교육청에 보낸 예산은 3000억여원에 불과했다. 시·도교육청이 전체 예산의 절반에 달하는 2500억여원을 자체 예산으로 마련한 것이다. 이마저도 교육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 예산안을 다루는 국회의 예산안 지각 처리 탓에 더뎌졌다. ‘2027년 전국 무석면 학교’는 7년 전 교육부가 공언한 계획이었다. 그런데 정부는 시·도교육청에 예산을 떠넘기고, 국회는 예산안 처리조차 법정 시한을 넘긴 것이다.
김상곤 당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018년 2월9일 경기도 수원시 동수원초등학교를 방문해 철거한 석면 건축자재를 살펴보고 있다.ⓒ연합뉴스

교육부, ‘무석면 학교’ 공언하긴 했는데…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새해 예산안에 편성된 무석면 학교 예산은 △경상남도 1030억여원 △경기도 706억4300여만원 △서울특별시 475억여원 △부산광역시 467억여원 △인천광역시 465억여원 △전라남도 461억5000여만원 △경상북도 284억1300여만원 △울산광역시 241억9400여만원 △대구광역시 232억여원 △충청북도 227억3000여만원 △대전광역시 218억여원 △광주광역시 217억1700여만원 △충청남도 188억여원 △전라북도 175억여원 △강원도 97억8500여만원 △제주특별자치도 14억여원 등 순이었다. 모두 5500억3200여만원이다. 세종특별자치시는 관련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시내 석면 학교 수가 ‘제로(0)’이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지원한 예산은 이 가운데 얼마였을까. 교육부는 매년 내국세를 기준으로 한 보통교부금을 시·도교육청에 내려보낸다. 근거 규정은 1971년 제정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이다. 지방자치단체가 교육기관 등을 설치·경영할 때 필요한 재원의 전부나 일부를 국가가 지급하는 제도다. 이에 교육부는 ‘무석면 학교’ 계획을 발표한 2016년부터 매년 2000억~3000억원대 보통교부금을 편성해 왔다. 2022·2023년도에는 모두 3047억원이다. 이러한 보통교부금은 시도별로 남은 석면 물량에 따라 다르다. 시사저널이 확보한 교육부의 ‘교육청별 석면 제거 기준재정수요액’ 자료를 보면, 경기도는 전체 시도 중 가장 많은 77만9000㎡의 물량이 남았다. 서울에 남은 물량은 그다음으로 많은 34만6000㎡였다. 이에 경기도에는 가장 많은 724억9200만원이, 서울에는 321억6600만원이 편성됐다. 이 밖에 △경남 270억2800만원(29만1000㎡) △경북 212억2300만원(22만8000㎡) △부산 207억8800만원(22만4000㎡) △인천 169억5900만원(18만2000㎡) △전남 168억1200만원(18만1000㎡) △충남 163억8800만원(17만6000㎡) △대구 156억4200만원(16만8000㎡) △전북 136억1100만원(14만6000㎡) △강원 123억5800만원(13만3000㎡) △광주 113억400만원(12만2000㎡) △충북 112억3900만원(12만1000㎡) △대전 88억5800만원(9만5000㎡) △울산 75억6400만원(8만1000㎡) 등 순이었다. 이는 전체 예산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물론 교육부 측은 “교육청이 보통교부금을 재원으로 지방교육자치법에 따라 자체적으로 예산을 편성해 집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서울만 보더라도 보통교부금(321억6600만원) 외에 153억여원을 자체 예산으로 추가했다. 서울교육청의 2022년도 석면 제거 관련 예산만 1289억여원이었는데, 이때도 보통교부금은 321억6600만원에 불과했다. 교부금의 배 이상을 자체 예산으로 마련한 것이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석면 제거와 맞물려 이뤄지는 냉·난방기 교체 등까지 감안하면, 무석면 학교를 위한 예산 대부분을 교육청이 자체 마련한다고 보면 된다”고 부연했다. 심지어 사립유치원은 지원에서도 제외된다. 사립유치원은 국·공립과 달리 개인 재산이다. 그래서 석면 제거도 건물 소유주인 개인이 해야 한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다. 그러나 교육부가 ‘무석면 학교’를 공언했는데, 그 책임을 일선 교육청과 개인에게 전가한다는 비판도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측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정부가 학교 석면 제거 문제를 일선 시·도교육청과 개인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해 왔다.  

국회는 석면 관련 예산에 관심 없어

상황이 이렇지만 국회는 정쟁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헌법상 예산안 처리 시한(12월2일)과 정기국회 회기일(12월9일)에도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했다. 야당은 정부·여당이 밀어붙이는 법인세법 개정안(최고세율 25%→23%), 경찰국·인사정보관리단 등 시행령으로 설치된 기구 예산 등에 반대했다.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은 7000억원 증액을 요구했다. 여당은 야당의 이상민 행안부 장관 해임건의안 단독 처리에 반발하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보이콧을 선언했다. 그러다 지난 12월20일 복귀했는데, 이 과정에서 예산안 처리가 지연됐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지난 12월21일 입장문을 내고 국회 본회의 날짜를 ‘12월23일 오후’로 못 박았다. 여야 합의가 불발돼도 정부안 또는 수정안을 처리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앞서 김 의장은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폭을 ‘1%포인트’로 낮추는 등 중재안을 내놨었다. 여야는 결국 12월22일 예산안 처리에 합의했다. 내년도 예산안은 법정 처리 시한보다 20여일 늦은 12월24일 새벽에서야 통과됐다.    그러나 국회의 예산안 지각 처리 탓에 국민만 피해를 본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정부 예산 가운데 지방정부와 연계된 ‘매칭 사업’이 있는데, 이러한 사업들이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법상 광역단체는 12월16일까지, 기초단체는 12월21일까지 예산 심의를 마무리해야 한다. 김 의장은 이에 근거해 지난 12월16일 “지방정부와 광역·기초단체가 우리 때문에 법정 시한을 못 지키고 있다”며 “피해를 보는 건 국민이고 취약계층”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현재 학교 수를 기준으로 한 석면 제거 진행률은 시도별로 최대 45%포인트까지 벌어진 상황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4월~2022년 8월 석면 학교 중 67.7%만 제거된 것으로 조사됐다. 진행률은 세종이 100%로 가장 높았다. 제주 87%, 강원과 전북 84% 등 순이었다. 반면, 서울의 경우 유·초·중·고등학교(사립유치원 제외)의 56%인 1191곳에서만 석면이 제거됐다. 경남은 55%로 가장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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