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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종 선두권 미국ㆍ이스라엘ㆍ영국 사례 분석
영국 402명, 프랑스 171명, 독일 113명, 캐나다 6명 사망
전신 이상 반응 톱3는 두통ㆍ피로ㆍ어지럼증
백신 접종 선두권 3국의 중간 성적표
그러나 국민은 백신의 안전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최근 설문조사에서도 국민의 불안감을 읽을 수 있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팀이 2월8~17일 전국 성인 108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백신 접종 의향을 보인 사람은 10명 중 약 8명(79.7%)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전문가가 백신 안전성을 검증했을 경우’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이런 우려는 당연하다. 임상시험으로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이 입증됐다고는 하지만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접종하는 현실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보다 약 2개월 앞서 백신 접종을 시작한 외국의 전례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가 공개한 백신 접종 현황을 보면 3월3일 현재 세계적으로 투여된 백신량은 2억4926만 도즈(1회 접종량)다. 이 가운데 미국이 가장 많은 7863만 도즈를 투여했고, 그다음은 중국(4052만 도즈), 유럽연합(3382만 도즈), 영국(2109만 도즈), 인도(1430만 도즈), 터키(877만 도즈), 브라질(846만 도즈), 이스라엘(821만 도즈) 순이다. 각국의 백신 접종률에서는 이스라엘이 선두에 있다. 뉴욕타임스와 옥스퍼드대가 운영하는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3월1일 기준 한 번이라도 백신을 맞은 국민의 비율이 이스라엘에서 55%로 집계됐다. 이어 아랍에미리트(35%), 영국(30%), 칠레(18%), 바레인(18%), 미국(15%) 순이다. 인구가 약 900만 명인 이스라엘은 지난해 12월19일 백신 접종을 시작한 후 2회 접종까지 마친 비율도 40%에 육박한다. 지난해 12월8일 세계 최초로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의 2회 접종률 1.2%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영국이 지금까지 약 2000만 도즈라는 많은 백신을 투여하고도 낮은 2회 접종률을 보인 이유는 감염자가 많고 백신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적은 인구에 대한 2회 접종보다 한 번이라도 많은 인구에게 접종하는 전략을 쓰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14일 백신 접종을 시작한 미국의 2회 접종률은 7.6%다. 미국의 접종률이 저조한 이유는 인구가 3억3000만 명으로 많은 데다 2월 눈폭풍 등으로 백신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 회사가 있는 미국과 영국도 생산량 부족 등으로 접종이 원활하지 않다. 인구의 5배에 달하는 백신을 선구매한 캐나다도 정작 손에 쥔 백신이 없어 코백스 퍼실리티(백신 공동 구매·배분을 위한 국제 프로젝트)에 손을 벌리는 형국이다. 이런 외국의 사례를 교훈 삼아 우리도 백신 공급에 더 신경을 써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백신 공급에 더 신경을 써야 할 시점”
백신 접종률이 가장 높은 이스라엘, 접종량이 최고인 미국, 세계 최초로 접종을 시작한 영국에서 코로나19 확산세는 꺾였을까. 코로나19 실시간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백신 접종을 시작한 지난해 12월19일 신규 확진자 수는 1734명이었다. 이 수는 접종 약 한 달 후인 올해 1월20일 1만213명까지 증가해 정점을 찍은 후 차츰 가라앉으면서 2월28일 2472명을 기록했다. 이 나라의 사망자 수는 1월20일 101명으로 늘어나다가 2월24일 26명으로 줄어들었다. 첫 접종을 시작한 지난해 12월14일 20만1790명이던 미국의 하루 확진자 수는 1월8일 최고점(30만 명)을 찍은 후 감소세로 돌아섰다. 1월14일 23만5460명, 3월1일 5만3545명으로 집계됐다. 1월14일 4161명이던 하루 사망자 수도 3월1일 1440명으로 줄어들었다. 영국도 유사한 패턴을 보였다. 백신 접종을 시작한 지난해 12월8일 1만2282명이던 하루 확진자 수는 한 달 후인 1월8일 6만8053명까지 치솟은 후 3월1일 5455명으로 감소했다. 사망자 수는 1월8일 1325명에서 3월1일 104명으로 떨어졌다. 모두 백신 접종 1개월 이후부터 코로나19 확산이 감소세로 돌아선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백신 효과는 부수적이라는 전문적 시각이 나오고 있다. 김 교수는 “고령층의 중증이나 사망은 확연히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확진자가 약간 줄어든 현상은 아직 백신의 집단면역 효과라기보다는 락다운(봉쇄) 조치의 영향으로 보인다. 또 그 국가들은 코로나19 감염자가 많아 감염 후 회복하면서 항체가 생긴 사람, 즉 자연 감염으로 인한 집단면역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백신 접종 후 부작용 사례도 쌓이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접종을 시작한 지난해 12월14일부터 올해 1월13일까지 안전성 모니터링(Safety Monitoring)을 시행해 그 결과를 2월19일 질병 발병·사망 주간 보고서(MMWR)를 통해 공개했다. 미국은 이 기간에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두 종류로 약 1379만 도즈를 투여했고 부작용 사례 6994건을 접수했다. 이 가운데 90.8%(6354건)는 심각하지 않으며, 9.2%(640건)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고, 1.6%(113건)는 사망 사례다. 이 부작용을 경험한 사람들의 중간 연령은 42세다. 심각한 사례 가운데 아나필락시스(생체 과민반응)로 확인된 것은 62건이며, 46건은 화이자 백신 접종과, 16건은 모더나 백신 접종과 각각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나필락시스 사례는 인구 100만 명당 4.5명 수준이다. 사망 사례는 부검·의무기록·이상 반응보고서 등을 종합할 때 백신 접종과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로 심장질환, 폐질환, 치매, 폐렴, 말기 암환자나 심폐소생술을 거부한 사람 가운데 사망자가 발생한다. 김 교수는 “접종 후 15~30분은 접종기관에서 대기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상 반응 특히 아나필락시스일 경우 주사 치료로 대부분 호전된다. 말기 암환자나 여명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에게는 이상 반응이 상태를 악화시켜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 따라서 백신 접종의 득과 실을 따져 접종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고령층 접종은 득실 따진 후에 판단해야”
백신 접종 후 대체로 느끼는 가벼운 이상 반응은 크게 국소 이상 반응과 전신 이상 반응으로 나눈다. 이번 모니터링에서 10명 중 7명 이상이 느끼는 국소 이상 반응은 주사 부위의 통증으로 확인됐다. 가장 흔한 전신 이상 반응은 두통(22.4%), 피로(16.5%), 어지럼증(16.5%)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이상 반응은 백신 접종 당일보다 하루나 이틀 뒤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상 반응은 고령층보다 젊은 층에서 잘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중 64.9%가 18~49세에서 발생했다. 그다음이 5~64세(25.3%)이고, 나머지 연령대는 5% 미만이다. 건강한 사람은 면역반응이 활발해 이상 반응도 잘 생긴다. 젊은 사람은 이상 반응을 적극적으로 보고하지만 고령자는 웬만하면 참고 보고하지 않는 경향도 이런 결과로 이어졌다. 이 보고서는 일시적인 국소 또는 전신 반응은 경미하므로 2회 백신 접종을 마칠 것을 독려했으며, 예상하지 못한 이상 반응은 감지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우리가 접종 간격을 조정할 때 참고 자료로 삼을 만한 모니터링 결과도 있다. 이스라엘은 접종 2주 후부터 백신 효능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2월18일 국제학술지 란셋을 통해 발표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19일부터 올해 1월24일까지 이스라엘 세바병원 직원 9109명 가운데 7214명은 백신을 맞았다. 또 이 이간에 이 병원 직원 중 170명의 감염자가 발생했는데, 이들 중 백신 접종자는 81명(48%)이었다. 연구팀은 81명 중 55명이 백신 첫 접종 후 1~14일 이내에, 26명은 첫 접종 후 15~28일 이내에 감염된 사실을 밝혀냈다. 김 교수는 “백신을 접종했더라도 항체가 생성되기 전에 감염될 수 있다. 백신 접종으로 항체가 생겨 감염률이 얼마나 감소하는지를 봤더니 1차 접종 후 1~14일까지 30%, 15~28일까지 75%라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본격적인 백신 효과는 접종 첫 2주보다 두 번째 2주에 생긴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