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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실패‧측근비리에도 40%대 견고한 지지율, 왜?
인사실패로 ‘흔들’, 측근 비리로 집권 4년차에 ‘추락’
역대 대통령들은 통상 집권 4년차에 레임덕을 겪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모두 임기 초반엔 40%대, 최대 80%대의 지지율을 기록했으나 4년차 들어서부터 하락세를 보이더니 결국 30% 아래로 모두 떨어졌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6%, 김대중 24%, 노무현 27%, 이명박 23%, 박근혜 12%의 초라한 지지율로 임기를 마쳤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갈등을 계기로 40%대 지지율이 붕괴되긴 했으나, 집권 4년차를 기준으로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레임덕의 신호탄으로 작용한 것은 다름 아닌 인사 실패였다. 역대 모든 정부가 인사들의 도덕성 문제나 자질 부족으로 몸살을 앓았는데, 이는 취임 초부터 정권의 지지율을 하락시켜 임기 말 레임덕의 단초를 제공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김대중 정부 때는 총리 지명자들이 도덕성 문제로 줄줄이 낙마하며 타격을 입었고, 노무현 정부 때도 당시 이해찬 총리가 낙마하며 치명타를 겪었다. 박근혜 정부 때는 역대 정권 중 총리 후보자가 가장 많이 낙마하기도 했다. 인사 문제가 계속될수록 여론은 싸늘하게 식었다. 역대 대통령의 레임덕에 쐐기를 박은 것은 측근의 비리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취임 초 금융실명제와 역사바로세우기 정책 등으로 80%대 지지율을 상회했으나, 아들 현철씨의 특혜대출 비리 사건 연루와 IMF 구제금융 신청을 거치며 지지율이 급락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첫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기쁨을 누릴 새도 없이 집권 4년차에 진승현·정현준·이용호 등 게이트급 사건이 잇따라 터지고, 그 후 차남 홍업씨와 3남 홍걸씨가 구속되면서 여론이 급격히 돌아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친형인 건평 씨의 땅 투기 의혹으로 레임덕이 가속화했으며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친형 이상득 의원과 ‘왕 차관’으로 불린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이 구속되면서 고개를 숙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됐다.호재 된 코로나19, 노무현 학습효과까지…관건은 보궐선거
그렇다면 이 같은 악재들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임기 후반까지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문 정부에 호재가 됐다고 평가한다. 코로나19 진정세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잘 대처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코로나19 대응’은 문재인 대통령 긍정평가 이유 1위로 꼽히기도 했다. 또 ‘노무현 학습효과’도 그 배경으로 꼽힌다. 노무현 정부 당시 여권 세력의 분열로 레임덕의 빌미를 제공하고 그 결과 정권까지 내어준 바 있다. 뼈아픈 경험을 했던 민주당으로서는 당시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고자 이번엔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영선 후보나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이낙연 민주당 대표, 당내 비문 주자로 분류되는 이재명 경기지사조차 문 대통령을 향한 충성경쟁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문 대통령이 레임덕 우려로부터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는 4월7일 치러지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레임덕이 가속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울과 부산에서 모두 이기는 것이 최고의 시나리오지만, 두 곳 모두에서 민주당이 패한다면 민심은 물론 문 대통령의 방탄세력을 자처했던 여권 주자들도 언제든 등을 돌릴 수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과 운명을 같이 하는 문 대통령이 보궐선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