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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실패‧측근비리에도 40%대 견고한 지지율, 왜?

역대 대통령들은 모두 레임덕을 겪었으나, 문재인 대통령의 집권 4년차 지지율은 견고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고(故)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이 측근의 비리로 대국민 사과하는 모습. 오른쪽은 문재인 대통령 ⓒ 시사저널
역대 대통령들은 모두 레임덕을 겪었으나, 문재인 대통령의 집권 4년차 지지율은 견고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고(故)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이 측근의 비리로 대국민 사과하는 모습. 오른쪽은 문재인 대통령 ⓒ 시사저널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 사의 파동과 더불어민주당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드라이브를 계기로 당청 간의 불협화음이 연출되면서다. 정권교체를 노리는 야권에서는 “문 대통령의 레임덕이 시작됐다”고 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여권에선 “야당의 희망사항일 뿐”이라고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그런데 지지율만 보면 문 대통령의 레임덕은 시기상조인 것으로 보인다.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견고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서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역대 대통령의 레임덕을 촉발한 사건을 복기해 보면,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지지율은 그야말로 ‘미스테리’다. 문 대통령 집권 4년 간 인사 실패나 측근 비리, 여권 내 분열 조짐 등 위험한 순간이 다수 있었는데도 요지부동이어서다. 문 대통령은 과거 대통령들과 무엇이 다른 걸까.

인사실패로 ‘흔들’, 측근 비리로 집권 4년차에 ‘추락’ 

역대 대통령들은 통상 집권 4년차에 레임덕을 겪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모두 임기 초반엔 40%대, 최대 80%대의 지지율을 기록했으나 4년차 들어서부터 하락세를 보이더니 결국 30% 아래로 모두 떨어졌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6%, 김대중 24%, 노무현 27%, 이명박 23%, 박근혜 12%의 초라한 지지율로 임기를 마쳤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갈등을 계기로 40%대 지지율이 붕괴되긴 했으나, 집권 4년차를 기준으로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레임덕의 신호탄으로 작용한 것은 다름 아닌 인사 실패였다. 역대 모든 정부가 인사들의 도덕성 문제나 자질 부족으로 몸살을 앓았는데, 이는 취임 초부터 정권의 지지율을 하락시켜 임기 말 레임덕의 단초를 제공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김대중 정부 때는 총리 지명자들이 도덕성 문제로 줄줄이 낙마하며 타격을 입었고, 노무현 정부 때도 당시 이해찬 총리가 낙마하며 치명타를 겪었다. 박근혜 정부 때는 역대 정권 중 총리 후보자가 가장 많이 낙마하기도 했다. 인사 문제가 계속될수록 여론은 싸늘하게 식었다.  역대 대통령의 레임덕에 쐐기를 박은 것은 측근의 비리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취임 초 금융실명제와 역사바로세우기 정책 등으로 80%대 지지율을 상회했으나, 아들 현철씨의 특혜대출 비리 사건 연루와 IMF 구제금융 신청을 거치며 지지율이 급락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첫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기쁨을 누릴 새도 없이 집권 4년차에 진승현·정현준·이용호 등 게이트급 사건이 잇따라 터지고, 그 후 차남 홍업씨와 3남 홍걸씨가 구속되면서 여론이 급격히 돌아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친형인 건평 씨의 땅 투기 의혹으로 레임덕이 가속화했으며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친형 이상득 의원과 ‘왕 차관’으로 불린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이 구속되면서 고개를 숙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됐다. 
문 대통령도 인사 실패와 측근의 비리에서 자유롭지 않다. 우선 인사 실패의 경우 문재인 정부를 향한 단골 비판 소재로 꼽힌다. 문 대통령 지지율의 변곡점으로 꼽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의 입시 비리 사건이 대표적이다. 검찰인사를 둘러싼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신현수 민정수석 간의 세력다툼도 인사 실패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회전문‧코드 인사로 압축되는 현 정부의 인사 기조가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또 월성원전 사건이나 라임‧옵티머스 자산운용 펀드 사기,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등 청와대를 정조준하는 사건들이 여전히 검찰 수사망에 올라와 있는 상황이다. 아직 권력 게이트로 비화하진 않았으나, 정치권에선 문 대통령의 레임덕이 시작된다면 가장 먼저 터질 사건들로 해당 사건들을 거론하고 있다. 여권에서 레임덕 우려 차단에 사활을 거는 이유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가덕도 공항 예정지 선상 시찰을 마치고 부산신항 다목적 부두에 위치한 해양대학교 실습선으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 등과 함께 2월25일 가덕도 공항 예정지 선상 시찰을 마치고 부산신항 다목적 부두에 위치한 해양대학교 실습선으로 이동하는 모습 ⓒ 연합뉴스

호재 된 코로나19, 노무현 학습효과까지…관건은 보궐선거

그렇다면 이 같은 악재들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임기 후반까지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문 정부에 호재가 됐다고 평가한다. 코로나19 진정세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잘 대처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코로나19 대응’은 문재인 대통령 긍정평가 이유 1위로 꼽히기도 했다.  또 ‘노무현 학습효과’도 그 배경으로 꼽힌다. 노무현 정부 당시 여권 세력의 분열로 레임덕의 빌미를 제공하고 그 결과 정권까지 내어준 바 있다. 뼈아픈 경험을 했던 민주당으로서는 당시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고자 이번엔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영선 후보나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이낙연 민주당 대표, 당내 비문 주자로 분류되는 이재명 경기지사조차 문 대통령을 향한 충성경쟁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문 대통령이 레임덕 우려로부터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는 4월7일 치러지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레임덕이 가속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울과 부산에서 모두 이기는 것이 최고의 시나리오지만, 두 곳 모두에서 민주당이 패한다면 민심은 물론 문 대통령의 방탄세력을 자처했던 여권 주자들도 언제든 등을 돌릴 수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과 운명을 같이 하는 문 대통령이 보궐선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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