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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연이틀 “법치 말살, 부패 완판” 강공 모드
‘레임덕’ 소용돌이 사이에 두고 與野 팽팽한 기싸움

윤석열 검찰총장이 3월3일 직원과의 간담회를 위해 대구고검과 지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3월3일 직원과의 간담회를 위해 대구고검과 지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문재인 정권과의 ‘정면충돌’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중대범죄수사청 신설을 두고 들끓는 검찰을 뒤로한 채 침묵을 이어오던 윤 총장은 ‘법치 말살’ ‘부패 완판’이라는 과격한 표현을 꺼내들며 강공 태세로 전환했다.  윤 총장의 발언 이후 정치권의 반응은 묘하게 엇갈렸다. 여권은 표면적으로는 ‘침착하고 차분한 대응’을 기조로 내세웠고, 야권은 배수진을 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양쪽 모두 문재인 정부의 ‘레임덕(임기말 권력 누수 현상)’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 간 파열음이 문재인 대통령과 여권 지지율을 모두 끌어내렸던 지난해 사태가 여야에게 반면교사가 된 셈이다. 윤 총장이 ‘국민적 관심’을 호소하며 직접 여론전의 문을 열어 젖혔기에 셈법은 더 복잡하게 됐다. 여야는 당분간 여론의 향배를 지켜보며 보궐선거와 차기 대선판까지 흔들 수 있는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퇴임을 앞둔 윤 총장이 앞으로 어떤 ‘작심발언’을 내놓느냐에 따라 정치권의 ‘반격’과 ‘엄호’가 엇갈릴 전망이다.    

배수진 친 尹 “중수청 설치는 ‘부패 완판’”

3일 윤 총장은 대구고검·지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여권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움직임에 대해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 완판’”이라며 중수청 설치 입법화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는 헌법 정신에 크게 위배되는 것이고, 국가와 정부의 헌법상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앞서 윤 총장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총장직’을 걸고 중수처 설립에 반대한다고 밝힌 것과 일맥상통한다. 윤 총장은 전날 자신의 발언 파장이 검찰과 법무부를 넘어 청와대로까지 번진 상황에서 또 한 번 직구를 던졌다. 청와대와 여권이 ‘차분한 대응’을 요구하며 경고한 것에 공개적인 반기를 든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난해 징계 국면 이후 첫 ‘내부결속’ 행보에 나선 검찰 수장이 이같은 발언을 꺼내면서 내부 구성원들의 집단 움직임이 가시화 할 가능성도 한층 커졌다.  윤 총장이 문재인 정부와 완전히 등을 돌리게 됐다는 점을 천명하면서 오는 7월 임기 만료까지 정부·여당은 불편한 ‘적과의 동침’을 이어가게 됐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해 10월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공원로 CCMM빌딩에서 열린 대한민국헌정대상 시상식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해 10월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공원로 CCMM빌딩에서 열린 대한민국헌정대상 시상식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레임덕’ 소용돌이 사이에 둔 팽팽한 與野 기싸움

정권 말과 보궐선거, 차기 대선 등을 앞에 둔 더불어민주당의 고심은 깊어지게 됐다. 민주당은 윤 총장이 짜놓은 판에 끌려 들어가게 될 경우 자칫 레임덕 소용돌이에 제 발로 걸어들어가게 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한다.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의표명으로 돌출된 일련의 사태가 완전히 마무리 되지 못한 상황에서 윤 총장의 급발진에 올라탈 경우, 검찰과 야당의 공세에 제동을 걸 장치가 충분치 않다는 점도 부담이다.  현직 검찰총장이 대중의 뇌리에 박힐 만한 강력한 단어를 내세워 정권을 비토하는 것을 볼 때, 문재인 정권에 대한 충격파와 레임덕을 충분히 노린 윤 총장의 일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때문에 민주당은 윤 총장을 상대로 한 공식적인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중수청 설치를 차질없이 진행하겠다면서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검찰과의 소통에 무게를 싣는 등 ‘속도조절’ 가능성도 감지되는 분위기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안마다 윤 총장에 맹공을 퍼부으며 ‘자진 사퇴’를 압박하던 것과 괴리가 있다.  청와대가 전날 윤 총장 발언에 대해 “검찰은 국회를 존중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차분히 의견을 개진해야 할 것”이라고 반응한 데 대한 후속 대응으로도 풀이된다. 청와대와 동일한 기조를 이어나가며 레임덕으로 비화할 수 있는 논쟁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이낙연 대표는 3일 윤 총장 발언에 대해 “특별히 할 말이 없다”며 “검찰개혁 특위가 법무부를 포함한 여러 분야의 의견을 들어 완성도 높은 법안을 준비해줄 것으로 믿는다”고만 짧게 언급했다. 그동안 윤 총장을 향한 공격 최일선에 섰던 김종민 민주당 최고위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들이 보기에 ‘정치싸움 하는구나’ 이런 느낌이 들지 않게 실질적 쟁점에 대해서 차분하게 토론해서 입법 과정이 충실하게 진행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세균 국무총리와 이재명 경기지사 등 대선주자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여권 인사들은 이보다 수위를 높인 발언을 내놨다. 정 총리는 “정말 소신을 밝히려면 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처신해야 한다”면서 “행정부 공직자는 계통과 절차를 따를 책무가 있다. 직을 건다는 말은 무책임한 국민 선동”이라며 윤 총장의 자성과 자중을 요구했다.  이 지사는 “문 대통령이 윤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말씀했다”고 환기하며 “임명직 공무원으로서 문재인 대통령의 말씀에 들어 있는 기준에 따라 행동해주시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은 사정이 다르다. 윤 총장이 포문을 연 여론전을 지렛대 삼아 4·7 보궐선거는 물론 레임덕을 부각해 차기 대선까지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계산 속에 당력을 집중하는 분위기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3일 윤 총장의 최근 발언과 관련해 “전혀 정치적 행보가 아니다”라며 “헌법상 부여된 검찰의 수사 권능을 빼앗는 법을 만드는 데 대해서는 조직의 수장으로서뿐 아니라 일반 국민도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다”고 날을 세웠다. 전날에도 주 원내대표는 “수사의 칼날이 자신들을 향하니까 검찰을 폐지하고 중수청을 만들어 자기들이 원하는 사람을 모아 수사의 칼날을 쥐여주려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리얼미터가 3월2일 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검찰의 직접수사권 폐지’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응답자의 49.7%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왔다. 찬성은 41.2%였으며, 잘 모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9.2%다. ⓒ 리얼미터 제공
리얼미터가 3월2일 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검찰의 직접수사권 폐지’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응답자의 49.7%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왔다. 찬성은 41.2%였으며, 잘 모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9.2%다. ⓒ 리얼미터 제공

여론 향배에 숨죽인 정치권 

정치권은 당분간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며 여론 움직임을 주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까지는 여론 역시 어느 한 쪽으로 완전히 치우지지 않은 채 검찰의 직접 수사권 폐지에 찬반 양론이 뚜렷하게 갈리는 모양새다.  리얼미터가 2일 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검찰의 직접수사권 폐지’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응답자의 49.7%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왔다. 찬성은 41.2%였으며, 잘 모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9.2%다. 구체적으로는 ‘매우 반대’가 35.8%로 가장 높았고 ‘매우 찬성’(27.0%), ‘어느 정도 찬성’(14.2%), ‘어느 정도 반대’(13.9%) 순이었다. 보수층(66.4%vs20.0%)과 국민의힘 지지층(79.6%vs11.6%)에선 반대가 앞섰다. 반면 진보층(25.6%vs65.6%)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층(13.8%vs81.8%)에선 찬성이 우세했다. 이번 조사는 오마이뉴스 의뢰로 이뤄졌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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