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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연이틀 “법치 말살, 부패 완판” 강공 모드
‘레임덕’ 소용돌이 사이에 두고 與野 팽팽한 기싸움
배수진 친 尹 “중수청 설치는 ‘부패 완판’”
3일 윤 총장은 대구고검·지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여권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움직임에 대해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 완판’”이라며 중수청 설치 입법화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는 헌법 정신에 크게 위배되는 것이고, 국가와 정부의 헌법상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앞서 윤 총장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총장직’을 걸고 중수처 설립에 반대한다고 밝힌 것과 일맥상통한다. 윤 총장은 전날 자신의 발언 파장이 검찰과 법무부를 넘어 청와대로까지 번진 상황에서 또 한 번 직구를 던졌다. 청와대와 여권이 ‘차분한 대응’을 요구하며 경고한 것에 공개적인 반기를 든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난해 징계 국면 이후 첫 ‘내부결속’ 행보에 나선 검찰 수장이 이같은 발언을 꺼내면서 내부 구성원들의 집단 움직임이 가시화 할 가능성도 한층 커졌다. 윤 총장이 문재인 정부와 완전히 등을 돌리게 됐다는 점을 천명하면서 오는 7월 임기 만료까지 정부·여당은 불편한 ‘적과의 동침’을 이어가게 됐다.‘레임덕’ 소용돌이 사이에 둔 팽팽한 與野 기싸움
정권 말과 보궐선거, 차기 대선 등을 앞에 둔 더불어민주당의 고심은 깊어지게 됐다. 민주당은 윤 총장이 짜놓은 판에 끌려 들어가게 될 경우 자칫 레임덕 소용돌이에 제 발로 걸어들어가게 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한다.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의표명으로 돌출된 일련의 사태가 완전히 마무리 되지 못한 상황에서 윤 총장의 급발진에 올라탈 경우, 검찰과 야당의 공세에 제동을 걸 장치가 충분치 않다는 점도 부담이다. 현직 검찰총장이 대중의 뇌리에 박힐 만한 강력한 단어를 내세워 정권을 비토하는 것을 볼 때, 문재인 정권에 대한 충격파와 레임덕을 충분히 노린 윤 총장의 일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때문에 민주당은 윤 총장을 상대로 한 공식적인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중수청 설치를 차질없이 진행하겠다면서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검찰과의 소통에 무게를 싣는 등 ‘속도조절’ 가능성도 감지되는 분위기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안마다 윤 총장에 맹공을 퍼부으며 ‘자진 사퇴’를 압박하던 것과 괴리가 있다. 청와대가 전날 윤 총장 발언에 대해 “검찰은 국회를 존중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차분히 의견을 개진해야 할 것”이라고 반응한 데 대한 후속 대응으로도 풀이된다. 청와대와 동일한 기조를 이어나가며 레임덕으로 비화할 수 있는 논쟁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이낙연 대표는 3일 윤 총장 발언에 대해 “특별히 할 말이 없다”며 “검찰개혁 특위가 법무부를 포함한 여러 분야의 의견을 들어 완성도 높은 법안을 준비해줄 것으로 믿는다”고만 짧게 언급했다. 그동안 윤 총장을 향한 공격 최일선에 섰던 김종민 민주당 최고위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들이 보기에 ‘정치싸움 하는구나’ 이런 느낌이 들지 않게 실질적 쟁점에 대해서 차분하게 토론해서 입법 과정이 충실하게 진행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세균 국무총리와 이재명 경기지사 등 대선주자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여권 인사들은 이보다 수위를 높인 발언을 내놨다. 정 총리는 “정말 소신을 밝히려면 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처신해야 한다”면서 “행정부 공직자는 계통과 절차를 따를 책무가 있다. 직을 건다는 말은 무책임한 국민 선동”이라며 윤 총장의 자성과 자중을 요구했다. 이 지사는 “문 대통령이 윤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말씀했다”고 환기하며 “임명직 공무원으로서 문재인 대통령의 말씀에 들어 있는 기준에 따라 행동해주시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은 사정이 다르다. 윤 총장이 포문을 연 여론전을 지렛대 삼아 4·7 보궐선거는 물론 레임덕을 부각해 차기 대선까지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계산 속에 당력을 집중하는 분위기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3일 윤 총장의 최근 발언과 관련해 “전혀 정치적 행보가 아니다”라며 “헌법상 부여된 검찰의 수사 권능을 빼앗는 법을 만드는 데 대해서는 조직의 수장으로서뿐 아니라 일반 국민도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다”고 날을 세웠다. 전날에도 주 원내대표는 “수사의 칼날이 자신들을 향하니까 검찰을 폐지하고 중수청을 만들어 자기들이 원하는 사람을 모아 수사의 칼날을 쥐여주려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여론 향배에 숨죽인 정치권
정치권은 당분간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며 여론 움직임을 주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까지는 여론 역시 어느 한 쪽으로 완전히 치우지지 않은 채 검찰의 직접 수사권 폐지에 찬반 양론이 뚜렷하게 갈리는 모양새다. 리얼미터가 2일 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검찰의 직접수사권 폐지’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응답자의 49.7%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왔다. 찬성은 41.2%였으며, 잘 모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9.2%다. 구체적으로는 ‘매우 반대’가 35.8%로 가장 높았고 ‘매우 찬성’(27.0%), ‘어느 정도 찬성’(14.2%), ‘어느 정도 반대’(13.9%) 순이었다. 보수층(66.4%vs20.0%)과 국민의힘 지지층(79.6%vs11.6%)에선 반대가 앞섰다. 반면 진보층(25.6%vs65.6%)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층(13.8%vs81.8%)에선 찬성이 우세했다. 이번 조사는 오마이뉴스 의뢰로 이뤄졌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