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지시 따라 10월23일 대응책 세워야…홍남기 부총리 “개도국 유지 고민 필요한 시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월20일 한국을 세계무역기구(WTO) 내 개발도상국 목록에서 빼려는 움직임에 대해 “국익을 우선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 달 여 뒤에 한국은 개도국 지위 관련 개선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홍 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WTO에서 다른 개도국들이 우리나라 개도국 특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어 향후 개도국 특혜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국익 우선 대응원칙과 더불어 홍 부총리는 “우리 경제 위상과 대내외 동향,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 모든 요인을 종합적으로 철저히 따져보겠다”고도 했다. 장관 회의 안건에 WTO 개도국 특혜 관련 대응방안이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의 개도국 지위를 흔들고 있는 건 미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월26일 무역대표부(USTR)에 “경제 성장을 이룬 국가들이 WTO 개도국 지위 유지에 따른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향후 90일 안에 모든 수단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무역갈등 상대인 중국을 주로 겨냥한 조치로 풀이되지만, 한국 또한 타깃에 포함됐다. 때문에 한국은 10월23일까지 대응책을 내놓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WTO에 의해 개도국으로 분류되면 150여개 조항에서 우대 조치를 받는다. 한국은 다만 농산물 부문에서만 개도국 특혜를 누리고 있다. 이에 따라 쌀, 깨, 고추, 마늘 등 주요 농산물에 300~600%의 비교적 높은 관세를 매겨 왔다.
앞서 2월 미국은 이러한 혜택을 특정 4가지 기준에 하나라도 속한 국가에 허락해선 안 된다고 WTO 일반이사회에서 주장했다. 그 기준이란 △OECD 회원국 △G20 회원국 △세계은행 분류 고소득국가 △세계 무역량 0.5% 이상 차지 국가 등이다. 한국은 이 4가지에 모두 해당된다. WTO에서 분담금이 가장 많은 미국(분담률 11.3%)은 그만큼 입김도 세다고 알려져 있다. 한국의 분담률은 3.0%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이 개도국 지위를 잃고 선진국이 되면 농산물의 대폭적인 관세 감축이 불가피하다. 한국 쌀이 ‘선진국 일반품목’으로 풀릴 경우 관세율이 154%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 현재는 최대 513%의 관세율이 적용된다.
이와 관련해 홍 부총리는 “현재 논의 중인 WTO 농업협상이나 예정된 협상이 없는 만큼 한국은 농산물 관세율, 보조금 등 기존 혜택에 당장 영향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마무리 단계인 쌀 관세화 검증 협상 결과도 영향 받지 않는다”면서 “농업계 등 이해당사자와 충분한 소통을 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도 홍 부총리는 “글로벌 경제와 연관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WTO 체제 유지·강화와 역내 무역체제 가입이 불가피하다”며 “국내 제도를 글로벌 통상규범에 맞게 선제적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