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종섭 시사저널 편집국장(소): 바른미래당 정병국 의원, 5선 중진의원입니다. 이 선수면 조금 있으면 국회부의장을 해야 할 정도인데, 한 마디 했습니다. ‘손학규 대표 사퇴해라.’ 그 배경에는 아마 손 대표가 지난번에 ‘추석 전까지 지지율 10% 넘지 않으면 사퇴하겠다’고 했는데 추석 지나고서도 언급이 없으니까, 정 의원이 ‘공당의 대표가 한 말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차원에서 한마디 한 것 같습니다. 이준석 최고위원도 바른미래당 소속인데, 지금 분위기 어때요?
‘손학규 퇴진’ 둘러싼 바른미래당 내홍 격화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 사실 정병국 대표는 바른정당계이기는 한데 바른정당계에서 상의하고 움직이시는 분은 아니에요.
소: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건 아니다?
이: 사실 선 수도 제일 높으시고 워낙 정치 경험이 많으시기 때문에 누구한테 지령을 받아서 그렇게 하시는 분은 전혀 아닙니다. (지령을) 내릴 수 있는 사람도 없고 내릴 엄두를 못 두는 위치를 가진 분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참다 참다 터뜨리신 것 같다, 이 생각을 하게 되고.
그러니까 손학규 대표에 대한 지금 시점에서의 불만은, ‘당신의 전략이 무엇이냐’에 대한 무응답이 큽니다. 그러니까 이런 전략인 거죠. 옛날에 김종필 총재가 ‘삼김’ 시대의 끝자락에서 본인의 정치적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자민련을 만들었을 때, 자민련이 초기에는 수권정당 비슷하게 나갔어요, 충청도를 기반으로 해서. 그런데 DJP 연대를 구성한 뒤부터는 계속 내리막이었죠. 그러다 17석, 5석, 이렇게 쪼그라드는데 그 과정에서 김종필 총재가 연립정부도 깨면서 구성원들이 가장 많이 물어봤던 게 그거라고 그래요. ‘당신은 앞으로 뭘 할 겁니까?’ 그러니까 ‘당신께서 지역 맹주를 하겠다는 전략이야 우리 당의 근간이니까 그렇다고 쳐도, 당신이 대통령을 하겠다는 겁니까, 아니면 다시 한 번 총리를 해보겠다는 겁니까, 뭡니까?’ 이런 걸 많이 물었다는 거예요, 사람들이. 그런데 거기에 대해서 JP가 답을 못했다는 거죠. 왜냐하면 본인도 전략이 없으니까. 뭐 어떻게 하겠어요. 좌석도 줄어들고 감쇠하는 모습이 보이는데. 거기서 대통령 하겠다고 그래도 이상한 사람처럼 보일 거고, 연립정부 총리 하겠다고 그래도 자기가 깨고 나왔는데 이상해 보일 거고. 그러다 보니까 전략이 부재 상황이 계속된다. 나중에 결국 자민련이 국민중심당도 되고 막 하잖아요. 그러니까 그 혼란이 있었던 건데, 손 대표님도 그거예요. 제가 손 대표님한테 계속 몇 달 전까지도 물어봤던 게 대표님이 대선주자가 될 것이냐,
소: 아, 대표님의 비전은 뭡니까?
이: 저는 대표님한테 그 말씀 드릴 때, 대한민국에서 손 대표님을 좋아하는 분들이 꽤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대표님이 대선주자같이 행동하시면 나쁘지 않다고 본다. 제가 계속 화투게임에 비교했던 게, 우리 당은 의원 수가 적으니까 절대 피로 못 난다. 그러면 우리는 그래도 안철수, 유승민이라는 대권주자가 있는 데다 대표님도 누가 봐도 대권주자하기 손색없는 분이니까, 대권주자 선언하시면 삼광으로 난다.
소: 일단 광으로 가야 된다, 우리는?
이: 아, 광으로 3점이 난다. 그렇기 때문에 대표님이 대선주자로 가시는 거 난 나쁘지 않다고 본다. 그런데 그러려면 대표님께서 종로 출마를 선언하신다든지,
소: 뭔가 승부수를, 결단을.
이: 그렇게 하시면 저는 그거 절대로 부정적으로 안 보고 대표님이 하시는 거 도와드리겠다. 그렇게 얘기했었는데 대표님이 ‘이 사람아 내가 무슨’ 이러면서 손사래를 치셨어요. 또 제가 물어봤죠. ‘그러면 대표님, 세간에서는 대표님이 그런 모델을 손사래 치시니까 옛날에 JP가 했던 것처럼 연립정부로 가서 나중에 연동형비례대표로 우리 의석 한 10개, 20개 정의당보다는 덩어리를 크게 만들어서 총리 한 번 해보려는 거 아니냐(고 의심을 하더라)’ 근데 그 모델의 가장 큰 문제는 결국 그렇게 해서 JP가 당을 말아먹었잖아요. 연립정부를 하는 순간부터 (자민련이) 2중대 되는 게 확실해졌으니까. 그러니까 JP 입장에서 당은 사실 포기한 셈이 되는 거고, 본인은 총리로서 영달을 좀 누리려는 건데.
소: 내각제 자체가 무산된 상황에서 2인자로서의 의미도 많이 약화됐죠.
이: 없죠. 그러니까 저는 ‘대표님께서 혹시라도 그 후자를 천명하시면 이해는 하겠지만 대표님과 함께 정치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거다. 우리가 JP 밑에 있던 자민련 사람들이랑 다를 게 뭐냐.’ 그러니까 그것도 아니래요 자기는. 아, ‘그러면 당신은 도대체 뭐 할 거냐?’ 하면 그때부터 이제 뜬구름 잡는 얘기 하시는 거죠. 뭐 ‘나는 아무 욕심이 없고 사심 없이 젊은 사람들 밀어주기 위해서 이러고 있는 것이라네.’ 이러면 더 당황스러워요. 아니, 그게 뭔데요. 그러니까 이게 지금 손 대표님이 겪으시는 가장 큰 문제다. 저는 손 대표님이 말씀하신 그 세 번째 얘기는 진짜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보고요.
소: 아무것도 없는 거 아니냐.
이: 손 대표님의 생각은 제가 아까 말했던 첫 번째 아니면 두 번째 시나리오 안에 있어요. 본인이 어쨌든 대권 출마를 계속 노렸던 분이니까. 대권 한번 나가보려고 하셨던 것인지, 아니면 또 총리 한번 해보시려는 건지 둘 중 하나일 거라고 봐요. 근데 그거를 최고위원인 저한테도 숨기고 있고 5선 중진 의원도 몰라서 저렇게 답답해서 얘기하고 있으니. 이거 끝까지 숨겨서 마지막에 뿅, 커밍아웃한다고 될 일도 아니거든요. 그 전에 선거 망해요, 이러면. 그러니까 저는 그 지점이 지금 손 대표님이 굉장히 잘못하고 계신 지점이라고 봅니다.
바른미래당 어디로…보수개편 시작되나
소: 이게 시기적으로 묘한데, 지금 보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부산에서 소규모 지역 단위이지만 조국 장관 등 관련해서 연대가 이루어졌고 수도권 쪽에서도 (연대가) 얘기된다.
이: 그거는 이제 하태경 의원이 부산시당위원장으로 단독으로 한 거거든요. 그런데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고 본인이 한 건데, 제가 폭로 비슷하게 해드리는데, 유승민 의원 되게 화났어요. (웃음) 너는 왜 그런 걸 하냐, 혼자, 이런 식으로. 왜냐하면 지금 대중적으로 유 의원이 무슨 자한당이랑 합당을 계획하고 있다 이런 얘기가 있는데, 유승민 의원 자한당이랑 합당하기 굉장히 싫어해요. 그거는 제가 보증해드릴 수 있어요.
소: 아니, 정병국 의원도 언론 인터뷰한 거 보면,
이: 되게 싫어해요.
소: 자유한국당과의 통합 같은 것은 논의 자체가 안 된다고 얘기를 했어요.
이: 바른정당이라는 게 처음에 33명으로 시작해서 지금 이제 8명까지 왔거든요. 그러니까 이 정도면 제가 굳이 표현하자면 엑기스 중의 엑기스만 모여 있다. 그걸 좀 생각했으면 좋겠다. 제가 이건 그분들한테 약간 누가 될까봐 말하기 조심스러운데, 황교안 대표가 삭발을 했잖아요. 그런데 그러면 그 앞에 삭발하거나 단식하거나 투쟁모드에 나선 분들의 공통점이 뭐냐 하면 친박이 아니에요. 범보수에 속하는데 친박이 아니에요. 그래서 입지가 애매한 상황에 있는 분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 이언주 의원님도 보수진영에서 굉장히 인기가 좋은 분이기는 하지만 자유한국당에 입당이 된 상태도 아니고, 본인의 지역구가 정해진 상태도 아니고요.
소: 김문수 전 지사는 친박으로 봐야 되는 거 아닌가요?
이: 그분은 이제 나중에 황 대표 따라 한 분이고. 황 대표보다 먼저 나서서 하신 분들을 보시면 박인숙 의원. 바른정당에 있다가 가셨잖아요. 단식하고 계신 이학재 의원도 바른미래당에서 가장 늦게 가신 분이잖아요. 그런데 이게 의미하는 것이 뭐냐 하면, 그분들이 공천에 대해서 부담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바른미래당에 남아있는 바른정당의 엑기스들은 마음이 그렇게 동요되지는 않는다, 그런 얘기를 정확히 제가 드리고 싶어요.
소: 네. 그러면 손 대표는 사퇴 요구에 대해서 그냥 무응답 전략으로 계속 갈 거고.
이: 지금 조국 장관이 본인이 좀 실기했다는 걸 모르고 있을까요? 결과론적으로 하는 얘기지만, 제가 한 번 언급한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조국 장관 입장에서 베스트는 뭐냐 하면요. 그놈의 기자간담회 한 다음에 ‘저는 지금까지 제가 알고 있는 내용에 대해서 소상히 해명 드렸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 문재인 정부에 부담을 주기 싫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장관직을,
소: 장관 후보직을,
이: ‘장관 후보를 사퇴하고 앞으로 부산 지역에서 총선 통해 국민의 선택을 받겠습니다’ 했으면 지금 뭐 야당이 손 쓸 수도 없을 정도의 멋진 사람이 돼 버렸을 거예요.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았죠.) 조국 장관도 지금 침대에 누우면 만날 이불 발로 차면서 그거 생각하고 있을 거예요, ‘아, 그거 할 걸.’ 그거밖에 생각 안 하고 있을 거예요. 그때 분명히 여권에 전략가들이 있기 때문에 그걸 누가 권유했을 거예요.
소: 권유하기도 쉽지는 않았겠죠.
이: 아니 그래도 아이디어 차원에서 양정철 원장이라든지 센스가 있는 분들은 했을 거예요. 저 같은 사람도 생각할 수 있는 걸 여권의 전략가들이 못했겠어요? 그러니까 그때 본인이 그걸 안 들었던 걸 지금 후회하겠죠. ‘아, 내가 그때 그 사람 말 들었으면 지금 완전히 대권 지지율도 지금보다…옛날에 경수가 했던 자리 내가 할 수 있을 텐데’ 막 이런 생각할 거 아니에요.
소: 손 대표도 비슷할 생각을 할 거다, 라고.
이: 이 판을 겪고 나니까 뭐, 이재명 지사도 지금 저렇게 곤란을 겪고 있고 한데 ‘내가 그 판에서 그거 하나 잘 그었으면 내가 이낙연 총리랑 양당구도하면서 지금 옛날에 경수가 했던 자리 할 텐데’ 이 생각할 거 아니에요, 보면 지금.
소: 손 대표는 안 그런가요?
이: 손 대표님도 지금 그래서 제가 봤을 때는 자, 이런 거죠. 예전에 손 대표에 대한 책임론이나 교체론이 나왔을 때 손 대표님이 ‘나는 진짜 사심이 없는 사람이다. 나는 훌륭한 지도 체제가 마련된다면 사퇴하겠다.’ 이렇게 선언했으면 시간도 좀 벌고. 왜냐하면 훌륭한 지도 체제가 뭔지를 두고 서로 박 터지게 싸웠을 테니까. 그리고 정작 그 안에서 본인은 중재자 놀이도 할 수 있었어요. 예를 들어 그 상황에서 안철수계랑 유승민계가 새로운 지도 체제를 놓고 다소 다툴 수 있는 요소도 있었거든요. 왜냐하면 안철수 대표가 물리적으로 돌아올 수 있는 시간도 필요했기 때문에. 그러니까 손 대표님께서도 정치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도 생겼겠죠. 그런데 지금 본인이 너무 감정적으로 강하게 나오시다 보니까 안철수, 유승민이 연합군이 돼 버렸어요. 이 당의 창당 주역 둘이 연합군이 돼서 나중에 들어온 손 대표를 압박하는 모양새기 때문에. 우리가 항상 사후적으로 평론을 하지만, 그런 승부수를 기가 막히게 잘 던졌던 사람들이 YS, DJ, 이런 사람들이고. 그 사람들은 그래서 대통령이 됐던 것이고, 또 못 된 사람들은 못 되고 이런 것 같아요.
소: 네. 참 뭐 미래는 알 수 없는 거고 정치는 생물이라고 하니까, 앞으로 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바른미래당의 미래와 관련해서 이준석 최고위원과 얘기 나눴습니다. 오늘 수고하셨습니다.
이: 네, 감사합니다.